[스페셜2]
[기획] 1.0 시대 - 영화의 오만, 소재의 착취, 게임에 대한 몰이해
2023-04-28
글 : 송경원
1.0 시대- 1990~2000년

게임을 영화로 바꾸는 목적은 단순했다. 성공이 보장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최상위 포식자다. 항상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는 소설, 드라마, 연극 등 가능한 한 모든 소재를 흡수하고자 한다. 80년대부터 대중오락으로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비디오게임은 역시 그러한 욕망의 그물에 걸린 새로운 먹잇감 중 하나였다. 할리우드는 비디오게임의 팬층을 안정적으로 흡수하고 싶어 했고 인기 게임들을 잇따라 영화로 제작하기 시작한다. 다만 첫 출발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막상 게임을 영화화하려 할 때 기존 스토리텔링 콘텐츠들과 게임의 결정적인 차이를 마주한다. 그대로 옮길 만한 서사가 없거나 너무 짧은 것이었다. 당시 영화계의 관심을 받았던 게임의 주류는 아케이드나 격투 게임이었고 이 게임들의 스토리는 매우 단편적인 설정에 가까운 로그라인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방대한 설정과 스토리를 가진 롤플레잉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은 의외로 소재의 관심 바깥에 있었다.

그리하여 최초의 비디오게임 원작 영화로 낙점된 것이 당대 최고의 아이콘 중 하나였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였다. 문제는 이 영화를 제작한 이들의 선택이 이후 게임 원작 영화에 대한 잘못된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원작의 캐릭터만 일부 빌려오되 전혀 다른 스토리로 각색해버린 데는 일정 부분 ‘영화’라는 매체의 우월함과 오만함이 깔려 있었다. 심지어 제작비가 그리 넉넉하지 않고 여러 가지 특수효과도 필요한 까닭에 자연스럽게 저예산 B무비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맞이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그마저 B무비를 컨셉으로 한 발랄함이라기보다 기술의 한계로 인한 조악함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90년대 게임 원작 영화는 영화 관객에게는 형편없는 완성도의 영화, 원작 게임 팬들에게는 모욕감이 일 만큼 원작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괴작으로 자리매김했다.

winner

<모탈 컴뱃>(1995) 격투 게임 위주였던 게임 원작 영화의 모범사례, 원작 게임이 B급의 마이너한 경향이 있어 영화 방향과 제법 잘 어우러졌다. 캐릭터 고증에 나름 신경 쓰며 게임 팬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다.

loser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1993)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 실사화라는 뚜렷한 목표에 비해 부족했던 기술력 탓에 처참할 정도의 원작 파괴가 이뤄졌다. 의도는 나쁘지 않으나 능력이 부족한 전형적인 사례

<더블 드래곤>(1994)

<스트리트 파이터>(1994)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게임 원작 영화. 저예산에 명확한 컨셉, 장클로드 반담이라는 액션 아이콘을 내세운 명확한 컨셉의 승리. 다만 원작 팬 입장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던전 드래곤>(2000) 그나마 인기 원작의 팬들에 묻어가려던 흐름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규모 있는 모양새를 갖추려는 시도가 있었다. 제러미 아이언스가 악한 마법사 역을 맡는 등 나름 캐스팅도 화려했다. 저예산, 조악한 완성도는 피해갔지만 원작 게임에 대한 낮은 이해도는 여전한 탓에 외면받은 비운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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