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본격적인 게임 원작 영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정확히는 아직, 아니 20년째 오는 중이다. 물론 성적표를 놓고 본다면 아직 결과는 미진하고, 완성도 역시 불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게임 원작 영화는 안된다’는 꼬리표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 꼬리표의 질이 바뀌었다는 걸 살펴봐야 한다. 2000년 이전까지 게임 원작 영화에 대한 시선은 저예산으로 시도하는 조악한 영화, 감성이 B급이 아니라 기획 자체가 마이너한 쪽이었다. 당연히 원작 게임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고 원작 팬들을 손쉽게 끌어들이겠다는 목적만 있었다.
일련의 흐름이 2010년대 이후 달라진다. 우선 규모 있는 프로젝트로 시도된 게임 원작 영화가 부쩍 늘어났다. 그 결과 전세계 4억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가 6편이 넘어서며 안정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게임 시장의 성장 덕분이다. 산업 규모로만 봐도 더는 영화가 게임보다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 없어진 시점에서 게임은 포기할 수 없는 원천 콘텐츠의 보고다. 한편의 흥행만 물꼬를 틔워도 시리즈로 이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충분한 것이다. 2000년 이후 할리우드 프랜차이즈의 소재 창고가 코믹스였다면 게임은 언제든 다음 창고가 될 수 있는 보물산이다. 다만 아직 딱 맞는 열쇠를 발견하지 못한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시작으로 한 일련의 시도들은 유의미한 실패다. 원작으로 삼는 게임의 장르도 다양해졌고, 접근 방식도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다. <워크래프트>처럼 기존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는 영화가 있고, <어쌔신 크리드>처럼 새로운 해석을 더해 영화적인 세계관의 확장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툼레이더>처럼 영화로 한 차례 검증된 IP의 리부트가 꾸준히 이뤄지고, <램페이지>나 <언차티드>처럼 전통적인 액션 블록버스터로 소화하는 경우도 있다. <명탐정 피카츄> <수퍼 소닉>의 경우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원천 IP의 위력을 실감하는 흥행력을 선보였다. 기획 방식부터 반응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이런 다채로움이 진짜 증명하는 건 게임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기존에 ‘비디오게임’과 ‘캐릭터’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뭉뚱그려 소화했다면 비로소 게임에도 장르, 플레이 방식, 플랫폼에 따른 다양한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무엇보다 원작 소재를 대하는 매체로서 영화의 입장이 달라졌다. 과거 아이템을 가져와 ‘영화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영화의 게임화, 게임의 영화화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영상 매체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아이템과 세계관을 어떻게 추출할 것이냐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자본의 욕망과 성공한 아이템이 있는 한)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정확히는 끝낼 수 없는) 도전. 언젠가 게임은 영화가, 그리고 영화는 게임이 될 것이다.
역대 게임 원작 영화 흥행 순위 (단위: 달러)❶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6억7700만
❷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4억3900만
❸ <명탐정 피카츄> 4억3300만
❹ <램페이지> 4억2700만
❺ <수퍼 소닉2> 4억 500만
❻ <언차티드> 4억 100만
❼ <앵그리버드 더 무비>> 3억5200만
❽ <페르시아의 왕자> 3억3600만
❾ <수퍼 소닉> 3억2천만
❿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3억 1300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