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집] 트랙 위 영광의 순간, <1947 보스톤>의 역사적 배경 살펴보기
2023-09-28
글 : 이자연
글 : 정재현

광복 이후 1947년 서울, 불안과 혼란이 가득한 시절에도 멈추지 않는 이들을 주목한 <1947 보스톤>엔 어떤 역사적 사실이 반영돼 있을까. 영화를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손기정과 서윤복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마라톤 영웅으로 떠오른 손기정은 일본인 ‘손 기테이’의 이름으로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작은 기념 화분으로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가렸고, 결국 마라톤 선수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다. 광복 후에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국은 독립했지만 베를린올림픽의 기록은 여전히 일본에 귀속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제2의 손기정으로 떠오른 서윤복과 함께 기록 경신을 꿈꾸게 된다.

영화 <1947 보스톤>은 극적인 변형을 더하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손기정과 서윤복은 원래 성품과 성격을 최대한 그대로 반영했다. 이에 대해 강제규 감독은 “영화는 궁극적으로 서윤복의 승리를 다루지만 손기정의 이야기로 시작하기 때문에 손기정의 원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며 촬영 당시의 이야기를 전했다.

보스턴을 가려면

고된 훈련만큼이나 중요한 건 바로 독립된 국가로서 출전권을 따내는 일. 하지만 이제 막 일어선 아이가 뛸 수 없듯, 난민국에 속한 대한민국이 세계 마라톤 대회의 출전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미국에 거주하는 재정보증인을 내세우라는 요청이 가장 큰 산과 같았다. 그때 나타난 이가 바로 백남현 선생이다. 영화 <1947 보스톤>에서는 백남용(김상호)으로 이름이 바뀌어 나오는데 이 안에는 아쉬운 비하인드 신이 있다. “어떻게든 백남현 선생의 유가족을 찾으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이름을 바꾸고 자료에 기반해 인을 설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제규 감독)

강제규 감독이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자료를 탐색한 결과, 백남현 선생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아버지 때부터 미국으로 넘어온 백 선생은 아시아 푸드에 재료를 공급하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당시 드물던 숙주 공장을 운영했다. 오랫동안 인종차별을 경험하면서 미국은 자본이 있어야 대접받을 수 있다는 강박 아닌 강박을 갖게 됐다. 이는 영화 캐릭터 설정에 반영되기도 했다. 영화에서 마라톤 선수들에게 크게 적극적이지 않던 백남용이 마라톤 대회에서 재킷을 벗어던지면서까지 호들갑을 떤 것은 실제로 백남현 선생이 선수들과 가까워지면서 느낀 조국에 대한 그리움, 선수들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것이다.

보스턴마라톤 대회

<1947 보스톤>의 주요 무대인 보스턴마라톤 대회는 행사 자체로 오랜 역사와 권위를 지닌다. 아테네 근대올림픽이 열린 이듬해인 1897년 4월 보스턴마라톤 대회가 처음 개최됐는데, 이 대회는 매년 4월 셋쨋주 월요일 미국 애국자의 날을 맞아 열리는 세계 6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다. 1947년, 제51회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서 서윤복 선수가 2시간25분39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뒤로 보스턴마라톤 대회에선 종종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1950년엔 대한민국의 세 선수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이 각각 1위부터 3위까지를 모두 석권하는 진기록을 남겼고 2001년엔 이봉주 선수가 출전해 우승의 월계관을 머리에 썼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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