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감독 -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올해 그는 가히 한국영화의 희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다.”(김소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온통 잿빛으로 둘러싸인 한국적 디스토피아였다. 그러나 동시에,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영화계에 무척이나 고무적인 설렘을 안겼다. 쟁쟁한 선배 감독들 사이에서 평단의 호응과 흥행 성적을 모두 거둔 엄태화 감독이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반상회 장면, 무너진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 군중이 우르르 달려들어 싸우는 장면 등 구현하기 힘든 것들을 엄태화 감독은 완벽에 가깝게 조율”(황진미)했다. 그의 탁월한 지휘 능력에 관해선 여러 평가가 더 잇따랐다. “큰 규모의 현장을 장악해 훌륭한 결과를 내놓았다”(배동미)라는 말과 “이만한 영화를 자기 것으로 만든 감독의 지덕체”(이우빈)라는 평처럼 여름 극장가의 대규모 텐트폴 영화를 유려하게 조율해낸 연출자의 능력치가 증명된 것이다. 그러면서 <잉투기> <가려진 시간> 등에서 보여온 감독 고유의 색채를 잃지 않았다는 점도 유의했다. “본인의 세계관을 유지해낸 뚝심”(이우빈)을 통해 “집은 어떻게 서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채우느냐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결말도 그다웠다.”(배동미)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봐오던 <씨네21>에서 이런 선물을 주시니 영광이고 감회가 새롭다.” 겸손과 함께 수상 소감을 시작한 엄태화 감독은 “여름에 그냥 소비될 수 있는 텐트폴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막상 보니 여러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였기에 많은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더하여 “이런 디스토피아에서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는 영화이다 보니, 좋게 보는 분도 있고 불편하게 여기는 분도 있었다”며 “어느 의견이든 모두 영화에 대한 관심이었다고 느낀다”고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다면성을 강조했다. 개봉 후 여러 해외영화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지독하게 한국적인 이야기여서 해외에서의 반응을 걱정했는데, 각자 나라의 실정에 맞게 누군가는 전쟁, 누군가는 난민, 누군가는 주거 문제로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몇개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고, 현실적으로 빨리 제작할 수 있는 것부터 얼른 만들려고 한다.” 과작하는 감독이 되지 않으려는 창작자의 열의마저 올해의 감독에게 어울리는 면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