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지 않나.” 주목해야 할 영화 1위 <미키17>에 대한 기대는 세 글자로 설명된다. <기생충> 이후 전세계가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원작 소설 <미키7>에 대한 선택, 필모그래피 최초 단독 각본이라는 선택,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기용한 선택,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와 협업하는 선택. 그의 첫 영어영화 <설국열차>, 첫 한미 합작 영화 <옥자>와 달리 <미키17>은 “첫 100% 할리우드영화”로 제작비 1억5천만달러 규모의 블록버스터급 작품이 될 전망이다. <설국열차>에서 다가올 세상에 관심을 표한 바 있는 봉준호 감독은 “첫 우주 SF를 통해 더욱 진일보한 이야기와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가 오는 3월로 예고했던 개봉을 연기하자, 연속으로 칸영화제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하고 통쾌할 영화” <베테랑2>는 “<범죄도시> 시리즈에 이어 천만 영화 프랜차이즈로서의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의 지지를 받으며 2위에 올랐다. “전편의 인물들이 대부분 그대로 등장하며 캐릭터들의 연속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악역으로 새롭게 합류하는 배우 정해인의 연기 변신”으로 9년의 시차를 뛰어넘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타 플랫폼을 각색한 2차 저작물이 아닌 원천 콘텐츠로서의 생명력”을 보장할 <베테랑2>는 “캐릭터로 변주되는 시리즈 영화의 성공이 현재 영화산업이 지속력을 갖는 데 힘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안고 있다.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연타석을 노리는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 때도 OTT와 타협하지 않고 극장을 지키는 한국영화의 기둥”으로 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3위에 오른 <파묘>는 “오컬트 전문가”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자신이 관심 있는 소재를 꾸준히 그리고 면밀하게 파고드는 몇 안되는 상업영화 감독”으로 조명받는 장재현 감독은 데뷔작 <검은 사제들>로 544만 관객을 동원하고 신예 박소담을 발굴하는 한편, <사바하>로는 “컨셉, 각본, 배우, 연출 모든 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충무로의 올 라운더다. 장르물 공급이 영화가 아닌 OTT로 다수 넘어간 현 상황에서 “<파묘>가 성공한다면 한국영화 기획에 있어 의미 있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가 충만하다. <파묘>는 2월22일 개봉을 확정지으며 2024년 기대작 중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흥행불패.” <범죄도시4>는 “시리즈 최초 3연속 천만 달성의 대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기대작 4위에 올랐다. “마블의 전성기를 보는 듯한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범죄도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영화 시리즈”다. “배우 마동석의 명확한 캐릭터를 앞세운” 시리즈물이 “과연 4탄까지 그 퀄리티나 반응을 유지할지 궁금하다”. 흥행 안정성과 이야기에 대한 피로도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숙제를 안은 마석도 형사의 네 번째 활극이 시작된다.
5위 <하얼빈>은 2023년 콘텐츠 1위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차기작이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안내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따라간다. “안정적인 연출력을 갖췄고, 규모감 있는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크리에이터”의 첩보 액션이 “CJ의 구세주가 될지”도 2024년 한국 영화산업의 관건이다.
‘세계 1등’이 돌아온다
“세계를 뒤흔든 콘텐츠의 후속편. 공개되면 무조건 바로 볼 콘텐츠.” 세계가 같은 마음이다. 고르게 표가 분산된 영화 부문과 달리 2024년을 이끌 콘텐츠 부문은 ‘<오징어 게임> 시즌2 외’로 정리될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글로벌” , “신드롬”, “파급력”, “연타석 홈런”이라는 말들과 “막대한 제작비”, “초호화 캐스팅”과 같은 수식이 이어졌다. <오징어 게임>은 비영어권 작품 최초 에미상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K콘텐츠의 위상을 강화하고 거침없이 진격”시킨 작품이다. 전편에 이어 출연하는 이정재, 이병헌, 공유, 위하준뿐만 아니라 게임의 새로운 ‘참가자’인 임시완, 강하늘, 박성훈, 양동근, 박규영, 이진욱 등이 캐스팅 발표와 함께 이미 월드 스타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속편의 저주를 겪고 있는”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다소 주춤하고 있는” OTT 시장 전반, 나아가 한국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성패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든” 2024년 문화산업 전체를 충격할 것이다.
“2024년 가장 주목하는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 “다른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는 블랙홀 같은 형식”의 숏폼(쇼츠, 릴스, 틱톡)과 “젊은 세대를 넘어 전 세대의 가장 주된 매체”가 된 유튜브 예능이 여타 드라마 기대작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것은 올해 설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 기세라면 내년에는 1위가 안되리라는 법이 없다. “점점 더 짧은 시간 안에” “보다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감성을 끌어내야 하는 매체 안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는 업계 종사자 모두가 안고 있는 질문이었다. TV예능에서부터 톱 플레이어의 위치를 점해온 나영석과 유재석은 각각 <채널 십오야>와 <핑계고>라는 “고전적 형식의 예능 문법을 살짝 비틀어 자유도를 높인” 채널에서 활약하고 있다. 피식대학의 <피식쇼>는 “제작비 낮은 스튜디오 예능의 가장 성공한 사례”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유튜브 예능이 대중의 미디어 시청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공중파는 드라마 편성 수를 급속히 줄이며” 미디어 전략을 과감하게 재편하고 있다.
3위 <폭싹 속았수다>는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 쓰는 작품마다 큰 사랑을 받아온 임상춘 작가의 신작”이다. 1950년대 제주를 배경으로 한 600억원 규모의 대작일 것으로 예상되며 배우 아이유와 박보검이 출연한다. <눈물의 여왕>은 김수현, 김지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로 “<사랑의 불시착>을 이을 글로벌 히트작”이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4위에 올랐다. 메가폰을 잡는 김희원 감독은 기대하는 연출자 순위권에 오른 유일한 여성감독이다.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 드라마”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응답하라 1997> 이후 10년 넘게 흔쾌한 유효타를 날리고 있는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신작으로, <삼식이 삼촌> <다 이루어질지니>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며 5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