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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 콘텐츠 시장은 의외의 흥행, 틈새의 작품들이 돋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은 비성수기에 천만 영화를 달성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였다.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을 집요하게 파헤친 감독의 의지”가 돋보였다는 반응이다. 특히 “오컬트 장르의 기존 내러티브 관습을 거부하고 낯설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객들을 흥분시킨” 점이 주목받았다. “색깔 강한 감독이 자신의 개성을 일부 내려놓고 대중과의 소통을 선택한 점”도 흥행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제작자들에겐 “마니아층의 장르로 여겨졌던 여러 다양성영화들이 대중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2위를 차지한 <눈물의 여왕>(tvN)은 “결혼=해피 엔딩의 공식을 벗어나 결혼한 부부간의 위기로 시작해 되살아나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색다른 관점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넷플릭스 주간 톱10 글로벌 순위에 15주 동안 진입”할 만큼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3위 <오징어 게임> 시즌2(넷플릭스)에 이어, 4위를 차지한 <선재 업고 튀어>(tvN)는 “제작비 대비 성과가 가장 뚜렷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국 콘텐츠의 위기인 제작비 상승에 대한 하나의 대안적 드라마”로 주목받았다. 5위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MBC)는 “최근 몇년간 볼 수 없었던, 극도로 농밀한 분위기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소수의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새로운 감독, 새로운 배우, 새로운 분위기, 새로운 내러티브 등 기존 드라마의 흥행 방식과는 정반대이지만 치밀하게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완성도”로 시청자들을 붙든 작품이다.
그 밖에 드라마 <졸업>(tvN)과 알폰소 쿠아론의 시리즈 <디스클레이머>(Apple TV+) 등 완성도가 돋보인 시리즈물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졸업>은 “깊이 있는 조사와 의미심장한 대사로 대치 학원가라는 틀을 통해 한국 사회의 자화상과 로맨스를 흥미롭게 버무려낸” 작품으로, <디스클레이머>는 “왜곡된 진실의 내막을 파헤치는 웰메이드 서스펜스”로 각각 호평받았다. 영화보다는 드라마, 시리즈의 언급이 주를 이룬 올해 답변은 OTT 시장과 경쟁하는 채널 드라마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한편, 업계 핵심 관계자들의 취향을 자극한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드물었다는 방증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