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두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생각해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디오와 비주얼 소스를 일부 제공하는 ‘<스타워즈> 팬필름 어워드’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상영관 아톰필름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 이벤트에는 기발하고 장난스럽고 향수에 찬 작품들이 몰렸고, 아톰필름 코미디영화 부문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중 6월 중순 1위에 올라 있는 영화는 관객상을 두고 경합을 벌였으나 떨어진 <조용히, 치명적으로>(Silent But Deadly)다. 수상작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은 이 영화는 발랄하게 진행되는 무성영화. 조지 루카스는 인터넷에 자꾸 <스타워즈> 시리즈의 내용이 새나가자 그 주모자 세명을 지목해 두명의 스톰트루퍼를 보낸다. 이들은 피자상자와 고장난 변기 등을 동원해 제거대상을 납치한 뒤 조지 루카스 제작의 <하워드 덕>을 보여주며 고문한다. 그러나 더 어려운 난제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루카스가 <반지의 제왕>의 피터 잭슨 감독, <터미네이터>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을 제거하라고 시킨 것. 대사를 고풍스러운 책장 모양으로 처리한 이 깜찍한 무성영화는 “조지 루카스의 단독 출연에 감사한다”는 애교스러운 자막으로 영화를 마무리한다. 물론 잠깐 나오는 손이 루카스의 손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조용히, 치명적으로>에 패배를 안겨준 영화는 바로 뮤직비디오 같은 <스타워즈 갱스터 랩>(Star Wars Gangsta Rap)이다. 두건 달린 망토와 오렌지색 눈동자 때문인지, 첫 번째 싱어는 바로 팰퍼타인 황제. 다스 베이더와 루크, 요다, 오비완 케노비 등이 마이크를 넘겨받는 이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사는 바로 “I’m Your Father”. 백댄서처럼 등장한 스톰트루퍼들이 손을 흔들며 일제히 “I’m Your Father”를 외치는 모습은 조악한 애니메이션을 감싸주고도 남는다.
베스트 애니메이션상을 탄 <자자의 해고통지서>(Jar Jar’s Walking Paper)는 비극에 가깝다. 잘 알려진 것처럼, 자자 빙크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1> 최대의 실수. 그를 어떻게 할까, 잘라버릴까 츄바카의 아버지로 설정해서라도 살려둘까, 고민하던 루카스는 결국 자자를 컴퓨터 속으로 보내버린다. <다스 베이더의 심령상담전화>(Darth Vader’s Psychic Hotline)도 수상 결과와 상관없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다. 포스의 힘은 무궁무진한 것. 다스 베이더는 핫라인을 개설하고 포스를 이용해 전화하는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 한 솔로로 추측되는 어떤 남자는 공주가 좋아졌다며 사랑이 신분을 초월할 수 있을지 묻고, 타투인 행성의 소년, 아마도 루크는, 내 아버지에게 정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묻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잊지 못할 대사가 등장한다. “I’m Your Father”.
팬필름 어워드가 아니었더라도 인터넷에는 이미 수많은 <스타워즈> 팬픽션과 팬필름, 패러디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나킨의 옛 주인 와투가 미친 듯이 <스타워즈> 시리즈의 무기와 전투기를 팔아치우는 <미치광이 와투>(Crazy Watto)나, <펄프 픽션>과 <스타워즈>를 절묘하게 조합한 시리즈 애니메이션 <펄프 팬텀>(Pulp Phantom)이 그 예. 자바 더 헛과 레아 공주 사진을 <타이타닉> 포스터 위에 올려놓고 “은하계의 그 무엇도 그들을 함께하도록 할 수는 없었다”고 선전하는 <기간틱>(Gigantic) 포스터도 있다. 포스넷(www.theforce.net)에 가면 수많은 <스타워즈> 패러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