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타워즈> 6부작과 그 전후의 연대기 [5] - 공간 사전
2002-06-28
글 : 김혜리
글 : 김현정 (객원기자)
호수의 행성부터 죽음의 별까지

타투인 Tatooine

두개의 태양이 뜨는 타투인은 스카이워커 가문이 없었다면 은하계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을 행성이다. 타투인은 거대하고 머리가 큰, 지렁이처럼 생긴 헛 가문이 지배하는 행성. 노동으로 먹고사는 빈민들과 현상금 사냥꾼, 지명 수배자 등 쓰레기들이 공존하는 이 행성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노예로 자랐고 제다이 기사 콰이곤 진을 만났다. 자신의 출생을 모르던 아나킨의 아들 루크가 은둔한 제다이 오비완 케노비를 만난 곳도 타투인의 사막이었다. 낮은 뜨겁고 밤은 얼음 같은 먼지의 행성 타투인을 찍기 위해 제작진은 아프리카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수많은 지역을 방문했다. 타투인이라는 이름은 촬영장소 중 한 군데인 튀니지 남부의 도시 타타우인에서 따왔다.

나부 Naboo

파드메 아미달라 여왕의 고향 나부는, 거울 같은 호수와 완만한 능선의 초록 언덕으로 이루어진 경관과 유려한 건축을 자랑하는 행성으로 지상의 나부족과 물밑 세계의 겅간족이 공생한다. 지정학적으로 은하계 외곽 궤도 항로와 가까워, 공화국 의회의 과세에 반발한 무역연합에 의해 물자공급이 봉쇄당하고 급기야 침공까지 받는 환난을 겪는다. 사태에 대처하는 의회의 무력함에 분노한 아미달라가 겅간족과 손잡고 드로이드 군대를 격퇴한 나부 전쟁 이후 두 민족은 식민지를 공동 개척하는 등 새로운 협력의 시대를 연다. 아미달라와 아나킨이 은신해 사랑을 가꾸는 별장지 레이크 컨트리는 은하계판 베네치아. 곤돌라가 오가는 풍경에 특산물이 유리 공예품인 점까지 흡사하다. 삶과 예술의 결합을 꿈꾸는 나부인들은 본성상 아트 앤 크래프트 운동의 추종자들이다. 일례로 나부의 여왕 전용기는 날렵한 은빛 외관에 기내 소품까지 수공으로 만들어넣은 예술품이다. 비록 엔진과 알맹이는 수입품이지만.

오토 겅가 Otoh Gunga

수중도시 겅간시티는 그것이 위치한 행성 나부만큼이나 수려한 미관을 자랑한다. 호수 깊은 곳에 은밀하게 세워진 겅간족의 보금자리는, 수륙양생인 그들의 생활특성에 맞춰져 설계되었다. 물이 들어오지 않아서 땅 위 같은 생활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수영하러 나가기 좋도록 물과의 접근성을 높인 것. 인간의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직선들 대신 동글동글한 곡선이 사용되며, 거품 같은 원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송이를 이루는 모양의 수중구조물들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아름답다.

카미노 Kamino

회색 바다의 거친 물결 위로 언제나 폭풍이 몰아치는 곳.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데다 기후마저 신비롭게 그 정체를 숨기는 카미노 행성의 도시들은 바다로부터 올라온 높은 기둥 위에 건설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X파일의 외계인 머리와 발끝을 잡고 세배쯤 잡아당긴 듯 호리호리한 카미노안들이 산다. 열악한 환경과 부존자원을 극복하기 위한 이들의 주력산업은 클론 수출. 공화국의 클론 전쟁에 투입된 클론부대가 이곳에서 부화되고 자라고 훈련된다.

코루산트 Corscant

공화정 그리고 제정 정부가 들어선, 은하계의 심장. 코루산트는 수천년에 걸쳐 개발된 선진 도시다. 각 행성의 대표 의원들이 모여 은하계의 미래를 논하고, 무역연합과 각종 길드가 손익을 따지고, 미래의 제다이들이 수련을 하던 곳. 코루산트는 <제5원소>가 보여준 미래 도시의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보이는 거대 행성이다. 초고층 빌딩이 그려낸 스카이라인 아래로 갖가지 크기와 모양의 비행선이 유영하는 풍광은 흡사 고요하고 아름다운 바다처럼 보인다. 바다 밑에 빛이 들지 않는 것처럼 이 도시의 저변에도 환락가와 우범지역이 자리한다. 오비완 케노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아미달라의 암살을 기도한 용의자를 추적하는 장면에서 코루산트 관광을 원없이 할 수 있는데, 웅장하고 화려한 코루산트의 야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찔한 마천루와 그것이 드리운 깊은 그늘은, 은하계 역사의 어둠을 품은 듯 슬퍼 보인다.

데고바 Dagobah

데고바는 제국의 탄생과 함께 파멸한 제다이 기사들의 지주인 요다의 은신처로, 루크 스카이워커가 요다를 만나 수련을 받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곳이다. 은하계 외곽에 내던지듯 버려진, 안개와 늪의 행성. 비와 안개는 멎지 않으며, 늪 속에는 뱀과 괴물이 우글대고, 뒤틀린 나무 위로는 익룡을 닮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데고바는 감각과 지각이 있는 생명체라면 제발로 걸어들어가지 않을 그런 곳이라, 제국의 눈을 피해야 할 요다에겐 천혜의 은신처가 된다. 루크 스카이워커는 스승 오비완 케노비의 영혼으로부터 제다이로서의 수련을 마치기 위해선 마스터를 찾아가야 한다는 지령을 받고, 포스가 이끄는 대로 길을 떠났다가, 마침 기상악화로 데고바에 불시착한다(요다가 이끈 것일까?). 그리고 데고바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요다의 엄격한 트레이닝을 거치며 제다이 기사로 거듭난다.

데쓰 스타 Death Star

데쓰 스타는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전투 기지다. 사령부는 물론, 가공할 무기와 군대가 있고, 감옥과 취조실도 갖춰져 있는 `논스톱` 배틀 스테이션. 제국의 탄생과 함께 축조한 첫 번째 데쓰 스타는 안팎으로 강력한 레이저 무기로 무장돼 있다. 레아와 아나킨, 한 솔로를 위시한 반란군 동맹은 데쓰 스타의 설계도를 입수해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하고, 급소를 공격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제국의 사악한 야심은 잠들지 않는다. 3년 뒤 그들은 두 번째 데쓰 스타를 만들어 낸다. 이번엔 기지의 규모가 더 커졌고 강력한 방어막도 입고 있다. 그러나 아나킨 일당은 엔도 위성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두 번째 데쓰 스타의 공격에 성공해 제국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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