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타워즈> 6부작과 그 전후의 연대기 [2] - 캐릭터 사전 ①
2002-06-28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글 : 김혜리
태초부터 <에피소드2>까지, 스타워즈 사전

복잡한 캐릭터, 한방에 정리한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혹은 다스 베이더Anakin Skywalker (Darth Vader)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고대의 예언이 선택한 제다이였다. 예언은 누구보다 강력한 ‘포스’를 지닌 그가 포스에 균형을 가져다줄 거라 했지만, 그 방식이 얼마나 참혹한 희생을 요구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포스의 어두운 면에 굴복해 제다이들을 멸망시켰던 것이다. 한때 순수했던 아나킨의 고향은 타투인. 어린 아나킨은 노예였지만 어머니를 사랑하는 영리한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승부욕도 가지고 있었다. 포드 레이스에서 폭발한 그의 경쟁심과 포스는 제다이 콰이곤 진의 눈에 띄었고, 아홉살이라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나킨은 제다이의 제자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수련생일 때도 나부 행성 의원 아미달라의 경호를 맡을 정도로 출중한 재목이었다.

그런 그를 파괴한 것은 어머니를 죽게 내버려두었다는 죄책감과 분노, 아미달라와의 금지된 사랑, 그를 묶어둔 스승 오비완 케노비를 향한 증오였다. 결국 그는 팰퍼타인 황제의 유혹을 받아들여 포스의 어두운 면을 장악한 최강의 기사가 됐다. 대신 피와 살로 된 육체를 버리고 차가운 금속으로 스스로를 재무장시켜야 하는 대가가 뒤따랐다. 아미달라에게 “당신과 떨어져 있으면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다”고 애걸하더니, 정말 마스크 없이는 숨을 못 쉬는 사이보그가 된 것.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에서 아들 루크를 위해 목숨을 버린 그는 자식과 친구들의 용서를 구하며 영혼의 자유를 얻는다.

파드메 아미달라 Padme Naberrie Amidala

파드메 아미달라는 나부 행성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파멸을 부른 사랑에 몸을 던진 비련의 여인이다. 정치에 일찍 뜻을 두어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다 14살에 나부 행성의 여왕으로 선출됐으며, 임기가 끝난 뒤에는 상원의원으로 활약한다. 다양성을 인정하며 평화롭게 공존하자는 것이 아미달라의 이상주의적인 정치관. 그러나 사악하고 탐욕적인 외부 세력으로부터 공략당하는 수난을 겪게 된다. 여왕 재임시에는 무역연합이 공화국에 맞서는 제스처로 그의 행성을 봉쇄하고 침공한 바 있으며, 상원의원일 때는 공화국의 군대 창설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암살 위협을 받기도 한다(위기의 순간마다 시녀들이 그녀로 위장·대행하는 덕에 목숨을 구한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남다른 소신, 결단력과 추진력 등 지도자의 위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위기의 순간들. 냉철하고 이지적인 지도자의 운명은 그러나,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만나면서 뒤틀린다. 아미달라는 아나킨과 금지된 사랑에 빠지고,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다. 훗날 아나킨이 악의 힘에 굴복해 다스 베이더가 되자, 아미달라는 쌍둥이 남매 루크와 레이아를 품에서 떠나 보내고 쓸쓸히 죽어간다. 레이아는 6부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에서 “어머니는 늘 슬퍼 보였다”고 희미한 유년의 기억을 떠올린다.

루크 스카이워커 Luke Skywalker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 <제다이의 귀환>의 히어로 루크 스카이워커는 스타워즈 ‘넥스트 제너레이션’의 중심이다. 루크라는 이름 때문에 조지 루카스의 분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은하계가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난세에 태어난 루크는 사막 행성 타투인에서 숙부 내외의 농장 일을 도우며 성장한다. 독학한 비행술과 아울러 이 시기 그의 경험은 거친 환경에서의 서바이벌 요령과 드로이드 수리법 등 훗날 닥쳐올 역경을 돌파할 수 있는 기본기를 단련시킨 것으로 보인다. 모래알을 헤아리듯 권태롭던 루크의 삶은 레아 공주의 SOS 메시지를 품고 탈출한 드로이드 R2D2와 C3PO를 중고 시장에서 만나던 날 뒤바뀐다. 레아 공주, 한 솔로와 함께 야빈 전투에서 전공을 세운 루크는 제국에 저항하는 반군 동맹의 가장 창의적인 사령관으로 남는다.

오비완 케노비로부터 전해 받은 아버지의 광선검으로 첫발을 디뎠던 루크는 다스 베이더에게 ‘친자 확인’을 받은 직후 타투인으로 돌아와 자신의 광선검을 직접 만든다. 제다이 기사단이 허랑한 전설이 되어버린 시대에 홀로 수련하고 시험받는 루크의 인생은 고독의 그늘 속에 있다. 파일럿으로서 최고의 전과를 세우고 한쪽 손을 잃는 사건 등등, 교향곡 양식과 유사한 <스타워즈>의 구성방식에 따라 4, 5, 6부에서 루크가 밟는 여정은 1, 2, 3부에서 아나킨의 역정과 대구를 이룬다. 불행의 후렴도 반복된다. 말년의 루크는 평생 재건에 헌신한 제다이 기사단이 어둠에 이끌린 제자들에 의해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레아 오르가나 솔로 Leia Organa Solo

루크 스카이워커의 쌍둥이 누이이자 알더란 행성의 공주. 탁월한 외교관이며 정치가인 레아의 혈관에는 제다이의 잠재력도 흐른다. 클론 전쟁 직후 오비완 케노비는 아미달라 의원과 갓난 남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옛 친구이자 알더란 행성의 지배자인 베일 오르가나를 찾아가 여자아이를 맡긴다. 타투인에서 고생스럽게 자란 루크와 달리 왕가에 입양된 레아는 대궐에서 생활하지만 소개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공주로 믿지 않을 만큼 왈가닥이었다. 그녀가 반군에 가담한 것도 제국이 표현의 자유에 가한 억압 때문으로 짐작된다. 제국 의회 최연소 의원이 돼 정치 엘리트로 주목받지만 팰퍼타인 황제에게 사사건건 반기를 들었던 레아는 반군 동맹에 물자를 대고 엔도 전투에서 이웍족을 한편으로 끌어들이는 수완을 입증한다. 한 솔로와 스크루볼 코미디식 언쟁을 멈추지 않는가 하면, 몸에 묶인 사슬로 자바 더 헛의 목을 조르는 감투정신도 발휘한다. 왕자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껄렁한 애인 한 솔로를 구하러 적진에 뛰어드는 은하계의 ‘명랑 소녀’ 레아 공주가 자바 더 헛에게 인질로 잡혔을 때 입은 금색 비키니는 많은 남성들에게 생애 최초의 성적 판타지를 선사했다고 시트콤 <프렌즈>는 증언한 바 있다.

요다 Yoda

요다의 연륜은 그의 주름이 증거한다. 강력한 포스와 통찰력의 소유자인 그는 공화국이 흥망성쇠를 겪을 때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66cm 신장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이 900살의 제다이 마스터는 8세기 동안 수많은 제다이들을 가르쳐왔는데 특히 파다완이 되기 전, 유년의 제다이 지망생들을 수련시키는 것이 그의 일. 어린 제다이 후보들은 요다의 수하에서 훈련을 받다가 10대로 성장하면 선배 제다이 기사나 마스터와 짝을 이룬 파다완이 되어 1대1로 지도를 받게 된다. 메이스 윈두와 더불어 제다이 위원회의 양대 핵심멤버이던 요다는 팰퍼타인이 제국의 황제 자리에 오르고 제다이 기사들 학살이 벌어지자 늪의 행성 다고바에서 고요히 은둔하며 말년을 보낸다. 그리고 X윙을 타고 불시착한 루크 스카이워커를 마지막 제자로 키워낸다. 예언의 소년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서 분노와 두려움을 꿰뚫어보고 위험을 감지한 것 역시 요다. <에피소드2>에서는 직접 클론 군대를 지휘하여 전투에 나서고, 자신의 제자이기도 했던 카운트 두쿠와 광선검 결투를 벌이는 등 ‘말로만 포스 운운한다’는 항간의 악성 루머를 온몸으로 잠재웠다. 신장과 광선검 길이의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 늙은 현자 요다 옹이 무릎꿇지 않은 것은, 역시 포스의 힘이다.

오비완 케노비 Ohi-Wan Kenobi

오비완 케노비는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 부자의 스승으로, 격동과 혼란의 수십년을 (살아서나 죽어서나 한결같이) 제다이의 공무에 헌신한 인물이다. 제다이 템플에서 전형적인 제다이 수련 과정을 밟으며 성장한 오비완은 한때 행성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청년 모임에 가담하면서 제다이 규율을 위반하는 등 반항을 일삼았지만, 스승과 동료들에게 끼친 민폐를 깨닫고, 제다이들의 품으로 돌아와 콰이곤 진의 제자가 됐다. 그 짧은 방황 끝에, 조직과 규율을 먼저 생각하는, 보수적이며 완고한 성품을 갖게 됐다고. 그는 본능을 믿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스승 콰이곤 진과도 소소하게 대립하고, 기와 재능이 승해 통제와 구속을 못 견뎌한 제자 아나킨 스카이워커와도 충돌한다. 오비완은 아나킨의 재능과 열정을 다스리는 데 실패, 그를 악의 화신 팰퍼타인에게 빼앗기고 만다. 자책감과 회한을 가슴에 묻고, 아나킨의 아들딸이 장성하길 기다린 오비완은 아나킨의 아들 루크에게 제다이의 무기인 광선검을 쥐어주고, 악의 힘에 맞서도록 가르친다. 오비완은 다스 베이더가 된 옛 제자 아나킨과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지만, 영혼으로 루크 앞에 나타나 못다한 스승의 임무를 완수한다. <스타워즈> 6부작에 전부 나오는, 수명도 길고 비중도 큰 인물.

C3PO

C3PO의 종명은, 무수한 종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은하계에 만연한 커뮤니케이션 문제의 해결사로 만들어진 프로토콜 드로이드. 엔지니어링에 천재적인 아홉살의 아나킨이 ‘효도선물’로 만든 C3PO는 다스 베이더가 세상에 내놓은 또 다른 아들이다. 가난한 주인을 만난 탓에 한동안 부속이 드러난 누드로 사는 치욕도 감수했다. 줄잡아 600만개의 언어에 능통하지만 평소에는 젠체하는 영국 집사 억양의 영어를 구사한다. 외교용인 만큼 만사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에티켓이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드로이드로서는 불운하게도 온갖 전투에 휘말려 수난이 만발했다.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가 하면, 상체만 조립돼 츄바카에게 업혀다니는 등 멀쩡한 상태로 활동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제다이의 귀환>에서는 이웍족에게 태양신으로 떠받들어지는 호강을 맛보기도 했다. 자석처럼 붙어다니는 과묵한 단짝 R2D2와는 <에피소드1>에서 아미달라의 우주선이 타투인에 착륙했을 때 처음 만나 아나킨의 포드레이서를 수리하며 우정을 쌓았다. 친구를 향한 그의 사랑은 야빈 전투에서 R2가 부상당하자 허둥지둥 장기 기증을 자원한 일화로 가늠할 수 있다.

R2D2

용기있고 모험을 좋아하는 천체기술전문 드로이드. 주로 우주선의 기계적 고장을 고치거나 컴퓨터와의 인터페이스를 전담한다. 자석처럼 붙어다니는 수다스런 단짝 C3PO가 먼지나는 시골 행성 타투인의 가내수공업의 산물인데 반해 알투는 나부 여왕 아미달라를 위해 일하던 왕실용 로봇. 둘은 태생과 복무하는 분야뿐만 아니라 성격도 전혀 다른데, 이것은 함께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확연히 드러난다. 겁많은 C3PO가 당황하고 허둥대며 외교적 변통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일이 잦은 반면, R2D2는 빠른 판단으로 과감한 행동을 벌이는 임기응변의 대가다. <제다이의 귀환>에서 자바 더 헛의 소굴로 들어가며, <에피소드2>에서는 제노시스 행성으로 잠입하는 등의 행동은 소심한 친구를 뒤따르게 하고 알투가 앞장섰던 솔선수범의 일화들. 재기있고 용감한데다 반중력의 추진장치로 가끔 비행까지 선보이며 지덕체의 3박자를 고루 갖춘 보기 드문 로봇으로 일컬어진다.

콰이곤 진 Qui-Gon Jinn

콰이곤 진은 규칙보다 본능을, 명상보다 행동을 중요하게 여긴 보기 드문 제다이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제다이로 교육받았지만 동정심 때문에 자주 돌출적인 행동을 해 요다를 비롯한 제다이 장로들을 당황하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검술만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 세간의 평. 분쟁을 조절하는 임무를 맡고 나부 행성에 파견된 그는 어린 아나킨에게서 엄청난 포스를 발견하고는 그를 제다이로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본능에 따라서. <스타워즈> 공식 사이트는 콰이곤 진이 지지리도 제자복 없는 제다이였다고 말한다. 두 번째 제자는 부유하고 방자해서 제다이 수련을 포기한 채 스승을 향해 검을 겨눴던 것. 그 상처를 딛고 키운 오비완은 잠깐 방황한 뒤 제다이 사원으로 돌아왔지만, 콰이곤 진이 발굴한 인재 아나킨은 제다이 전체의 죽음을 불렀다.

메이스 윈두 Mace Windu

<네고시에이터>의 사무엘 L. 잭슨이 메이스 윈두를 연기한 것은 정말 적절한 선택이었다. 메이스 윈두는 전투보다 협상이 중요하다고 믿는, 제다이 최고의 ‘네고시에이터’이기 때문이다. 윈두는 열 명의 킬러에게 둘러싸였을 때 눈빛만으로 그들이 무기를 내려놓도록 만들었을 만큼 강력하고 균형잡힌 포스를 지니고 있지만, 포스보다는 연설로 다른 사람 설득하기를 좋아한다. 그 때문에 <스타워즈> 시리즈 내내 요다와 수다떠는 모습만 보이기도 했다. 카운트 두쿠와의 전투에서 치밀하기로 유명한 그의 검술을 선보인 것은 보기 드문 팬 서비스였던 셈. 윈두는 공화국 말기에 이르러 결국 협상이 소용없는 시절이 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가 키운 수많은 제자들과 함꼐 검을 잡게 된다. 윈두가 휘두르는 보라색 광선검은 사무엘 잭슨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라 조지 루카스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든” 무기다.

한 솔로 Han Solo

그의 인생에 고정된 것이 있다면, 그건 그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 한 가지일 것이다. 은하계 이 끝에서 저 끝까지를 자신의 무대로 삼는 스페이스 카우보이, 한 솔로. 코렐리아 행성에서 고아로 자란 그는 화물선 밀레니엄 팰콘호를 모는 밀수업자다. ‘죽음의 별’ 설계도를 반란군에 전하러 가야 하는 루크와 오비완 케노비 일행이 그를 고용하면서 타투인으로부터 알더란까지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자바 더 헛에게 진 빚 때문에 보바펫 등 현상금 사냥꾼들의 추적을 받는 처지기도 해서 돈이 궁한 그는 명예보다는 실리를 좇는 타입. 대가가 돌아오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몸을 사리는 ‘용병형’이지만, 결국에는 레이아와 루크의 목숨을 구하는 등 일행의 든든한 조력자로 남는다. <제국의 역습>에서는 탄소냉동되어 다음편 <제다이의 귀환> 때까지 자바의 방에 장식물로 세워지는 수모를 겪기도 한다. 때로 무례하고 오만할 만큼 자신만만한 그는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가장 냉소적이고도 쿨한 유머를 구사하는 캐릭터인데, 번번이 충돌하던 레이아가 마침내 “사랑해요”라고 고백했을 때 “알고 있어”라는 명답을 남기기도. 그에게는 충직한 동반자 츄바카가 늘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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