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9] - 민규동 ②
2002-07-11
글 : 김혜리
사진 : 이혜정
민규동 감독 인터뷰

"외모보다 느낌이 큰 영화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이후 프랑스에서 체류했는데.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개봉한 겨울, 클레르몽 페랑으로 뉴욕으로 이리저리 여행하며 영화가 남긴 피폐함을 털어내려 했다. 형편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영원히 떠날 수 없을 것 같아 2000년 4월, 오래 있을 결심으로 프랑스로 떠났다. 거기 머무르는 동안 <여고괴담…>를 초청한 밴쿠버와 함부르크, 로테르담 등 유럽영화제들을 돌아다녔다. 직업감독으로서 채산성 높은 삶을 고민해야 하는데, 지난 영화를 돌아보고 해명하는 시간이 상당 기간 지속된 셈이다.

-그동안 작업한 단편영화가 있나.

=태엽 감는 구형 카메라로 <어머니와 그녀의 아들>이라는 4분짜리 영화를 찍었다. 누드가 나오고 좀 실험적인 영화로 어머니와 그녀의 아들의 육체적인 욕구가 주제다.

-두 번째 장편이자 혼자서 연출하는 첫 장편이다. 감독으로서 체감하는 <솔롱고스>는 데뷔작과 어떻게 다른가.

=우선 속편이 아니니 아무 테두리가 주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운 창작이다. <여고괴담2>는 플래시백과 현재를 왕복하는 복잡한 구조였지만 <솔롱고스>는 이야기가 줄곧 앞으로 전진하는 단선적 구조다. 미시적인 <여고괴담2>와 달리 <솔롱고스>는 탁 트인 벌판과 시간을 무대로 삼지만, 공간과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클로즈업을 유지할 것 같다. 광활하지만 그 공간이 사랑을 삼키고 토해내는 방식은 폐소공포증을 자아낼 수도 있다. <솔롱고스>는 다루는 감정이 팬시 상품처럼 보이지 않는, 어른스런 영화가 되길 바란다.

-몽골이나 중국 로케이션을 떠나는 덩치 큰 프로덕션이 될 텐데, 장악할 자신이 있는지.

=대학 시절 <늑대와 춤을>을 좋게 보았다. 그런데 사실 그 영화에는 버펄로떼를 빼면 그다지 ‘버라이어티 쇼’라 할 만한 요소가 없다. 스펙터클이 아니라 주인공의 정신적 여정과 경험이 거대해서 큰 영화로 기억되는 것이다. <솔롱고스> 역시 그런 영화가 될 거다.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파트너 김태용 감독과 공동연출이 아니더라도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태용 감독이 <솔롱고스>에 가담하는 부분이 있나.

=김태용 감독도 자신의 새 영화를 준비중이다. <솔롱고스>는 아주 사적인 이야기라 같이 만들기 적합지 않다고 말하더라. “메이킹 다큐멘터리나 찍을까?”라면서.

시놉시스

30대 중반의 바이올리니스트 민식은 합주시 청음에 문제가 있어 교향악단에서 해고된다. 아내 만옥과 몽골로 여행을 떠나 오래 잊고 지내던 평화를 맛보는 민식. 그러나 초원을 여행하던 민식이 멀리 흐릿한 한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아내는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만옥을 찾으려는 온갖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자 민식은 체념하고 귀국한다. 9개월 뒤, 아내를 찾았다는 연락에 다시 몽골로 떠난 민식은 대륙횡단기차에서 유목민 소녀 침게와 만난다. 침게는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집으로 가는 중이지만 실상은 그녀를 정혼자 아나와 결혼시키려는 가족의 속임수다. 한국말을 하는 침게는 아내를 찾는 민식을 돕기로 한다. 그러나 경찰이 데려온 만옥과 똑같이 생긴 여인은 몽골 남편이 있는데다 민식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여자의 몸에 있을 점을 확인하려다가 매를 맞고 거리에 버려진 민식은 침게의 마을로 다시 실려온다. 침게는 민식에게 낡은 바이올린을 선사하고 둘은 매일 민식의 아내를 찾아 초원을 돌아다니며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키워간다. 아나와 침게가 결혼하기로 한 봄이 다가오고, 민식에게 만옥과 닮은 여인의 남편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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