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5] - 임상수 ②
2002-07-12
글 : 문석
사진 : 이혜정
임상수 감독 인터뷰

"나는 좀더 상업적이어야겠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와 <눈물>을 통해 한국사회의 주류 가치체계를 공격하고 마이너리티를 옹호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업주의적이라든가 선정주의 노선이라는 비판도 받았는데.

=상업주의적이라는 이야기는 오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내 생각에 나는 좀더 상업적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선정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스스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 노골적이고 천박한 음란대사 따위를 전략으로 삼다니…. 사실 나는 이전 두 작품이나 이번 작품에서나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을 우물거리지 않고 정면으로 솔직하게 응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나서 영화를 만들다보니 노골성을 발휘한 듯도 하다. 생각해보면 그런 방법을 취하지 않더라도 내 얘기를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깊이 반성한다.

-그런 점에서 장선우 감독을 연상케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는 분이지만, 장 감독님 영화는 나올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는 편이다. 작품의 내용적으로는 아니지만,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 건지, 감독이라는 자리가 뭔지에 관해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준 분은 임권택 감독님이다.

-워낙 적나라한 이야기다보니 노출 수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

=그것도 선정성, 노골성과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내 생각으로 그동안 무리하게 벗기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작가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필요한 만큼 노출에 신경썼다고 본다. 이번에도 노출장면에 집착하거나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노출보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고 있으면서도 너무 일상적이라 놓치는 부분 속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우리 모습을 찾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p>

-어찌됐건 이번에도 사회의 기존 질서와 가치에 정면으로 맞서려는 듯하다. 또 다시 논쟁에 휩싸일 것 같다.

=그건 즐거운 일이다. 내가 만든 영화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어떤 이들이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하거나, 보지 못한 일을 보고 충격을 받게 한다면, 그건 즐겁다.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픈 메시지 비슷한 게 있는 건지.

=‘내 영화의 메시지는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맥빠지는 일이다. 어쨌건 ‘내가 남들에게 얼마만큼 행복해 보이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뒤집어쓰고 있는 막을 걷어내고,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쳐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놉시스

사회적 정의감을 아직은 얼마간 갖고 있는 변호사 영작에겐 아내 호정과 입양한 아들 수인이 있다. 하지만 그가 틈만 나면 찾는 곳은 젊은 애인 연이 사는 오피스텔. 그가 ‘비공인’ 애인인 연과 즐기며 자신의 ‘공식적인’ 삶을 한탄하고 있는 동안, 호정은 옆집의 17살 소년 지운으로부터 뜨거운 짝사랑을 받고 있으며, 7살짜리 지운은 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또 아버지 창근은 실패한 작곡가로 평생을 술과 함께 지내느라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고, 어머니 병한은 60대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동창생과 불같은 사랑을 나누는 중이다. 호정은 영작의 외도를 직감하지만, 이해와 체념으로 넘기려 한다. 이에 대한 보상심리에선지, 무료한 삶을 탈출하고픈 까닭인지, 자신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지운에게서 호기심과 재미도 느낀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영작은 세미나를 핑계로 연과 단둘이 여행을 떠나 뜨거운 정사를 즐기고, 호정은 지운과 야간 산행을 하며 첫 키스를 나눈다. 다음날 창근의 병세가 위독해지고 이들 모두의 삶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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