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1 충무로 파워 50 - [4] 21위~30위
2001-05-03
전도연, 김한길, 한석규, 홍상수, 심광현, 명계남, 안성기, 김혜준, 유길촌, 이태원

● 21.전도연 영화배우|

73년생 | 2000년 순위 25위

<내 마음의 풍금>과 <해피엔드> 두 작품이나 선보였던 지난해에 비해, 공백도 길었고, 그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을 소개한 것뿐인데, 흥미롭게도 전도연의 파워는 더 막강해진 모양이다. 지난해 25위에서 4계단 상승했다. 배우 전도연의 장점은 귀엽고 어여쁜 누이 같은 이미지를 복제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는 것. 매번 성격과 분위기가 다른 작품과 역할을 고르면서도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고정돼 있길 거부하면서 늘 의외의 선택을 감행하고,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수긍하게 만드는 힘이, 류승완 감독의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로 이어질지, 기대해 볼 일이다.

지나온 1년 <해피엔드> 이후 8개월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출연했다. 앞으로 1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 출연한다. 투견장 조직 보스의 여자로, 여린 속내를 감추고 시종일관 강한 모습만 보인다고 해서 ‘선글라스’로 불린다. 6월 중순 촬영에 들어가 12월에 개봉한다.

● 22.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52년생| 2000년 순위 첫 진입

신낙균, 박지원 전 장관에 이어 순위에 진입했다. 국민의 정부가 영상분야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주무부처 장관이 해마다 중위권에 거명되는 것도 특징. 개각 때마다 하마평에 오른 데다 박지원 전 장관의 급작스런 낙마 이후 문화부를 지원했다는 말이 돌았을 만큼 이 분야에 ‘애정’을 갖고 있다. 대통령의 신임을 한몸에 받으며 과외(?) 업무에 바빴던 박지원 전 장관에 비해 ‘현장감’을 갖췄으며, 일처리에 있어 ‘부작용’까지 고려할 만큼 “꼼꼼하고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나온 1년 취임하자마자 국정감사장에 올라 ‘억울한’ 진땀을 뺐다. 앞으로 1년 지난해가 영화진흥 사업의 원년인 만큼, 5개년 계획에 맞춰 이를 착실히 추진할 생각.

● 23. 한석규

영화배우| 64년생| 2000년 순위 6

지난 1년간 출연작이 없기에 순위가 급락했다. 역으로, 출연작 없이도 순위에 든 건 그만큼 ‘파워’가 세다는 이야기. <닥터봉>으로 시작해 <텔미썸딩>까지 흥행불패 기록을 이어간 그는 일본에서도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기준이 확고하다는 점 때문에 너무 가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최근 출연작이 없던 데는 불운도 따랐다. 출연을 염두에 두고 기다린 영화 2∼3편이 번번이 연기되고 중단됐기 때문.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당선된 <제노사이드>도 시나리오 각색에 1년 이상 소요됐지만 출연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측근에 따르면 한석규는 올해 여름이 가기 전에 출연작을 결정할 것이다.

지나온 1년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찾지 못해 애태웠던 한해. 대종상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만큼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앞으로 1년 3개월 안에 출연작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내용에 관해선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

● 24.홍상수 영화감독|

61년생| 2000년 순위 28

그가 어떤 산업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진 불분명하지만, 한국영화의 미학적 성과를 말할 때 이제 홍상수의 이름을 앞머리에 놓지 않기란 불가능해졌다. 세편의 영화로 그의 작가적 명성은 국제적으로도 확고해졌으며, 그만큼 독창적인 형식과 스타일을 보유한 감독을 만나기는 당분간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세 번째 작품 <오! 수정>은 홍상수적인 것의 변화 기미가 엿보여, 다음 작품이 잔뜩 관심을 일으키고 있으나, 어떤 작품일지에 대해선 본인도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한다.

지나온 1년 <오! 수정> 만들고 나서, 곧 차기작에 들어갈 작정이었으나, 결국 세월이 흘렀다. 앞으로 1년 신작 시나리오를 여전히 붙들고 있다. 아마도 늦여름이 돼야 촬영스케줄을 잡을 듯.

● 25.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 56년생| 2000년 순위 첫 진입

한국영화 정책 연구에 전문성과 열정을 겸비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 90년대 초 미술평론, 문화이론 연구 등을 해오다 ‘일꾼’이 필요했던 영화계에 ‘포섭’됐다. 현재 영화인회의 정책위원장,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정책위원,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공동사무처장 등을 맡고 있다. 올해 영상원장에 임용된 직후 “영화인이 아니므로 임용을 반대한다”는 사립대학 영화과 교수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이창동, 문성근, 명계남 등 그가 ‘영화인’임을 적극적으로 증언하는 이들이 나서면서 무마됐다. 이는 한국영화가 주목받는 동안, 음지에서 열심히 뛴 것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기도 하다. ‘상업화’와 ‘산업화’를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원활한 제작시스템을 제대로 안착한 산업화를 이루는 것이 한국영화의 급선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지나온 1년 의욕적으로 뭉쳤던 만큼 영화인회의가 조직적 구도를 갖추었고 일조했다는 점에 만족. 스크린쿼터 문제는 영화인들만의 일회적인 반발이 아니라,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사회전반의 지속적인 움직임을 필요로한다는 인식을 정부쪽과 공유.

앞으로 1년 산업적으로는 지역 영상위원회 활성화, 통합 전산망의 조기실현, 표준계약제 마련 등을 들 수 있겠고 문화적으로는 미디어센터 설치법 제정 및 등급외 전용관 설치가 있다.

● 26.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 52년생| 2000년 순위 30

최근 명계남씨는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이란 큰 직함을 하나 더 맡았다. “영화인들이 부산에 진 빚이 있어, 그걸 갚을 생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부산의 영화제작을 시스템화하는 데 기여할 생각. 직함이 하나 더 붙는다. 영화사 씨네씨 대표. 이스트필름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비롯한 의미있는 작품에 진력한다면, 부산에 터잡은 씨네씨는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작정. 요즘도 일주일이면 사흘은 부산에 가 있는데, 영화사까지 차리면 아예 부산이 본거지가 될지도 모른다.

지나온 1년 <박하사탕> 곁에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그러나 개혁이란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란 걸 알게 한 1년이기도 했다.

앞으로 1년 이창동 감독의 새 영화 프로듀서하고 좀더 대중적인 작품도 병행할 예정.

● 27.안성기 영화배우|

52년생| 2000년 순위 32

해가 거듭할수록 국민배우의 이미지를 굳혀가는 배우. 아역으로 출연한 영화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가 총 67편에 달한다. 지난 1년간은 2000년 5월 개봉한 <킬리만자로>밖에 개봉작은 없었지만, 중국에서 약 5개월간 <무사>를 촬영했고, 현재는 배창호

감독의 신작 <흑수선>을 촬영중이다. 스크린쿼터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대종상 홍보대사를 맡는 등 영화계 안팎에서 묵묵히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나온 1년 김성수 감독 <무사>를 찍었다. 노련한 무사 진립 역.

앞으로 1년 배창호 감독 <흑수선>에서 살인용의자 캐릭터로 등장한다.

● 28.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61년생| 2000년 순위 38

영진위의 일원이 되면서 현장에서 뛸 때보다 아무래도 제약이 많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올해 순위가 말해주듯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직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르지만 진흥기구가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고 명확한 원칙없이 불분명한 사업들을 실행하던 때보다 한걸음 나아갔다”는 것이 자평.

지나온 1년 새로 구성된 위원들과 오랫동안 구상해온 여러 진흥사업을 실행하는 데 1년을 보냄. 개인적으로 결혼 10년째 득남한 것도 즐거운 일. 앞으로 1년 터진 문제를 수습하는 방식을 탈피해서 좀더 거시적인 안목을 제시하려고 노력. 프로듀서를 키우는 일이나 방송쪽과 연계된 정책연구, 청소년 미디어 교육 등도 빼놓을 수 없다.

● 29.유길촌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40년생| 2000년 순위 8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1년 전에 비해 순위 급락은 잦은 사퇴 의사 표명과 번복에 대한 주위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위원장직을 수락할 당시 “원칙을 중시하고 영화계의 대화합을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극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비롯 일부 영화인들의 반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개혁 성향의 영진위 위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올해 순위에 오른 것은 영진위의 중요성과 남은 임기 동안 미진했던 부분들을 끝까지 잘 마무리해달라는 영화계의 주문으로 해석된다.

지나온 1년 한국영화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했다. 아직 미진한 전산망 사업, 스탭들의 평균 임금 문제 등에 신경을 쓰겠다. 앞으로 1년 임기가 내년 5월이지만, 채우겠다는 욕심 같은 것은 없다. 다만 영화와 연을 맺고 있는 동안 영진위가 한국영화의 질적 발전을 이루는 데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 30.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 38년생| 2000년 순위 18

이태원 사장과 임권택 감독의 멋진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한국영화가 요즘만큼 세계영화계에 알려질 수 있었을까. 한때 영화를 접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제작자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밀어붙였고 그게 2000년 <춘향뎐>의 눈부신 성과를 낳았다. 배짱맞는 감독이면 믿고 밀어준다는, 영화가 문화이고 예술일 수 있게 하는 충무로 제작자의 전통적 미덕을 한몸에 지닌 인물. 노장임에도 젊은 감각이 시들지 않고, 자기 몫 챙기기보다 영화 한편 잘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 충무로 영화인의 믿음직한 큰형.

지나온 1년 <춘향뎐>의 영광을 함께할 수 있어, 뜻깊은 한해였다. 그리고 부진한 국내흥행을 해외수익으로 상당부분 벌충해, 해외진출의 중요성을 깨달은 한해였다.

앞으로 1년 임권택 감독의 <오원 장승업> 제작. 그리고 임상수 감독의 신작을 맡을 생각이며, 캐나다에 간 송능한 감독의 신작도 곧 윤곽이 잡힌다. 김성수 감독도 <무사> 끝나면 올 테고. 바쁜 한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