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8] - 2월 ②
2003-11-28
글 : 권은주

배틀로얄2

슈야와 노리코가 악몽의 섬에서 탈출한 지 3년. 슈야는 저항 조직 ‘와일드 세븐’의 지도자로 성장한다. 정부는 반군이 수도를 파괴하자 슈야를 테러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두 번째 배틀로얄 법령을 발동한다. ‘BR2’에 강제로 동원된 10대들은 목숨을 담보로 2인1조가 되어 3일간 또래 테러리스트를 사냥하는 과제를 받는다. 2인1조란, 짝이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의 목숨도 없다는 의미. 모든 어른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던 ‘와일드 세븐’은, 공격해오는 적이 비슷한 나이의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반격하고 섬은 또다시 젊은 피로 젖는다. 제작초기에 후카사쿠 긴지 감독이 유명을 달리해 아들 후카사쿠 감독이 완성했다. 후카사쿠 긴지 감독은 “예전에 나의 청춘은, 어른들이 남긴 불탄 흔적 속에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바다 저편에서는 ‘정의’라는 이름하에 오늘도 불탄 흔적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평화롭다고 일컬어지는 이 나라에서 아이들과 함께 싸워나가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남겼다.

요컨대 과제는 테러리스트 사냥, 게임방식은 태그매치

어깨동무

<조폭마누라>의 감독 조진규와 <가문의 영광>의 작가 김영찬이 만들어낸 또 다른 조폭코미디. 주인공 태식(유동근)은 무능한 조폭이지만 우연히 형사신분증을 손에 넣고 형사 흉내를 내면서 유능한 경찰로 돌변한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조직세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존경받는 형사가 된 태식, 그는 조직으로부터 정치비자금 제공장면이 찍힌 비디오테이프를 찾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문제의 비디오테이프를 찾기 위해 태식은 테이프와 관련있는 걸로 알려진 청년 동무(이성진)를 괴롭히며 사방팔방 헤매기 시작한다.

요컨대 얼떨결에 형사가 된 어설픈 조폭의 산전수전.

천사의 아이들 In America

짐 셰리단 감독 일가가 함께 각본을 쓴 자전적인 가족드라마. 막내를 잃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설리반 가족은 아일랜드를 떠나 뉴욕의 빈민가에 둥지를 틀고 어렵사리 새 출발을 꾀한다. 가난하고 연약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결국 삶의 선의에 대한 믿음이다.

요컨대 짐 셰리단의 가장 솔직하고 개인적인, 그리고 가장 느슨한 영화.

아빠하고 나하고

철수는 나이트클럽 MC로 일하면서 아들 초원이를 혼자 키운다. 아이엄마 애경은 철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초원이를 퀵서비스로 보내주고선 유학을 떠나버렸다. 험한 세상에서 자랐어도 착하고 씩씩한 초원. 깨가 쏟아지는 두 남자 앞에 속옷 디자이너가 된 애경이 나타난다. <아빠하고 나하고>는 <여고시절> <좋은 세상 만들기>의 PD였던 이상훈 감독의 데뷔작. <집으로…>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유승호가 초원을 연기한다.

요컨대 눈물 대신 웃음을 뿌린 <우견아랑>

줄 위의 종달새 Larks on the String

1950년대 초 프라하. 쓰레기 하치장 노동을 통한 부르주아 재교육 현장에 교수, 검사, 낙농업자, 음악가, 이발사, 요리사에 심지어 여자 죄수들까지 자원해 모인다. 갑자기 의무노동시간이 늘어나면서 지원자들은 파업을 일으키고 재교육 현장은 뒤죽박죽된다. 스탈린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는 체코 뉴웨이브영화.

요컨대 그리하여 사회주의는 붕괴될 것이라고 말한, 1990년 베를린영화제 상영금지작.

버수스 Versus

좀비들이 등장하는 하드고어 액션.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는 치유의 숲에서 2인조 탈옥범들과 야쿠자, 건달들이 얽혀 엄청난 총격전을 벌인다. 여기엔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문이 있고 500년간 봉인됐던 비밀이 있다. 사지절단을 포함한 광기어린 폭력과 비현실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제한구역 상영작으로 초청받았다.

요컨대 죽이는 자는 있되 죽는 자는 없는, 당신의 상식을 벗어난 영화.

실종 Missiing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 13> 등 주로 감동의 휴먼드라마를 연출해온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이번엔 사이코 살인마에 맞서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홀로 딸을 키우며 살아가던 여인이 딸을 납치당한 뒤에 한동안 절연했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구출을 펼치게 된다. 십대 소녀만을 노려 끔찍한 의식을 치르는 살인마가 멕시코 국경을 넘어가기 전에 이들은 살인마를 저지해야만 한다. 스릴러의 터치를 가미한 드라마로, 토미 리 존스와 케이트 블란쳇이 사이 나쁜 부녀로 호흡을 맞춘다.

요컨대 연쇄 살인마를 쫓는 아버지와 딸 이야기.

업타운걸 Uptown Girls

뉴욕의 말괄량이 처자 몰리가 강적을 만났다. 베이비시터 경험이 부족한 몰리가 간섭을 싫어하는 독립적인 꼬마 래이를 돌보게 된 것. 그리 궁합이 좋지 않은 이들이 함께 이런저런 사건들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 <나홀로 집에> <컬리 수>를 대를 잇는, 아역배우 주연의 코미디 작품.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의 브리트니 머피와 <아이 앰 샘>의 깜찍한 루시 다코다 패닝이 어설픈 보모와 조숙한 아이로 궁합을 맞춘다.

요컨대 어설픈 보모와 조숙한 꼬마의 마찰이 빚어내는 웃음들.

팜므파탈 Femme Fatale

동료 범죄자들과 함께 1천만달러짜리 보석을 훔쳐낸 로르는 그것을 빼돌린 뒤 쫓겨다니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노인들이 자신들의 딸 릴리로 로르를 착각하고 집에 데려가자, 로르는 그곳에서 잠이 든다. 이후 몽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필름 누아르와 히치콕 영화를 뒤섞은 브라이언 드 팔머의 작품.

요컨대 팜므파탈에 대한 브라이언 드 팔머식 해석.

라운드1 Round1

300억원짜리 백제 유물을 차지하려는 한국 조폭과 일본 야쿠자의 충돌을 그린 영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에 초점을 맞춰 양국 ‘대표’ 조직들의 사기수법과 액션이 코믹하게 보여진다. <링> <주온> 등을 제작한 일본영화사 쇼텐사가 한국 스탭들을 모아 한·일 합작으로 제작한 영화다.

요컨대 <싸울아비> <런투유> <서울>은 한·일 합작액션, <라운드1>은 한·일 합작코믹액션.

맹부삼천지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아들의 학업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는 동태장수 맹만수의 고군분투를 코미디로 만들었다. 아들의 교육을 위해 3번 이사를 갔다는 맹자의 어머니처럼 맹만수 역시 3번 이사를 하며 강남 대치동 아파트에 들어가는데 이곳에서 예상치 않은 문제에 직면한다. 앞집에 사는 전국 1등 여자아이의 삼촌이 무시무시한 조폭이었던 것. 맹만수는 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조폭을 쫓아낼 궁리를 시작한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를 각색했으며 <영어완전정복>의 원안을 썼던 김지영 감독의 데뷔작.

요컨대 아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려는 아버지의 코믹한 분투기.

귀여워

<귀여워>가 그리는 대상은 한마디로 ‘못 말리는 가족’이다. 아버지 장수로(장선우)는 한때 잘 나가던 박수무당으로 숱한 여성에게 ‘신내림’을 해줬고 그 결과, 배(腹)는 다르되 나이는 같은 세 아들이 존재한다. 오토바이 택배기사 963(김석훈), 래커차 기사 개코(박선우), 날건달 머시기(정재영)가 그들. 어느 날 장수로가 순이(예지원)라는 여자애를 집안에 들여놓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네 부자가 순이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 등에서 조감독을 맡았던 김수현 감독의 데뷔작.

요컨대 아버지와 세 아들이 한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벌dl는 애정싸움.

저지 걸 Jersey Girl

<점원들> <체이싱 아미> <도그마>를 연출했던 케빈 스미스가 그의 짝패 벤 애플렉을 또다시 주연으로 내세워 만든 로맨틱코미디. 한 남자가 다른 스타일의 두 여자를 차례로 만나는 사랑하는 과정을 전작들보다 부드러운 터치로 그려냈다. 윌 스미스와 맷 데이먼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요컨대 괴짜 상상력을 가진 케빈 스미스 감독의 ‘내 인생의 두 여자’.

2월 영화제

운이 좋으면, 2월엔 일본의 스타감독 둘을 만날 수 있겠다. 서울아트시네마는 2월 중에 최양일과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는데, 이들의 방한도 더불어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먼저 2월 중순으로 특별전이 예정돼 있는 재일동포 출신 감독 최양일은 일본의 외국인 등 소외된 자들의 불행한 삶에 관한 희비극을 만들어왔으며, 그중 국내에 <개 달리다>라는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개 달리다>를 포함한 그의 대표작 10편가량을 만나게 된다. 2월 하순경에는 구로사와 기요시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얼마 전 개봉한 <도플갱어>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은 스릴러와 호러 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장르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동시에 현대 일본인들의 병리를 집중적으로 해부해 보이고 있다. 2월에는 예비 작가들과의 조우를 기대해도 좋다. 2월12일부터 15일까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학생들의 졸업작품전이 열린다. 또한 백두대간의 10주년 기념 행사 ‘20세기 최고의 감독! 최고의 걸작 베스트10’의 세 번째 작품으로 이리 멘첼 감독의 <가까이서 본 기차>가 2월 중에 선을 보인다. <가까이서 본 기차>는 나치찌 독일의 체코 점령을 풍자한 코미디로,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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