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티카 Gothika
여죄수 감화소에서 근무하는 범죄심리학자 미란다 그레이는 광기에 휩싸인 일상 속에서도 좀처럼 이성과 평상심을 잃지 않는 존경받는 인물이다. 폭풍우 치는 어느 밤, 미란다는 귀가길에 다리 한가운데에서 겁에 질려 서 있는 소녀와 마주친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는 미란다의 눈앞에서 소녀의 몸은 불길로 화하고, 다음 순간 미란다는 병동에 감금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잔혹하게 남편을 살해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악마에게 농락당했다”고 주장해온 죄수 클로에가 있다. 미란다는 부조리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사태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잔인하리만큼 명징한 의식으로 땅을 향해 추락하는 인간의 독백을 들려주었던 <증오>의 마티외 카소비츠 감독은, 지옥 밑바닥에서 지상의 빛을 구하는 인간의 몸부림을 <고티카>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캐나다 퀘벡의 생 뱅상 드 폴 감옥에서 촬영했고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에서 유혹적인 환각 이미지를 창조한 매튜 리바티크가 카메라를 잡았다. 할리 베리가 관능적인 매력을 한풀 꺾고 <몬스터 볼>의 기억을 잇는 절제된 연기를 시도하며, 페넬로페 크루즈가 클로에 역으로 분한다.
요컨대 ‘<처음 만나는 자유>+<링>’이라는 풍문이.
목포는 항구다
수철은 머리는 좋지만 범인검거 능력이 눈에 띄게 모자란 강력계 형사다. 겁도 많고 싸움도 못해서 수모만 당하던 어느 날, 수철은 목포 조직 성기파에 잠입해 마약밀매 루트를 파헤치겠다고 자원한다. 개과천선한 조폭 두목의 추천서를 들고 목포에 내려간 수철. 그는 모진 고생을 해가면서 성기의 오른팔이 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성기는 깨끗한 사업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중이었다. 수철은 자기보다 나이도 어린 성기에게 조금씩 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목포는 항구다>는 조폭과 형사, 서울 엘리트와 목포 건달이라는 대립항이 맞부딪치면서 웃음을 주는 코미디영화다. 수철이 조직원들에게 ‘짭새 대처 방안’을 강의하는 장면은 조폭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코미디와 달리 뒤바뀐 상황에서 정교한 웃음을 끌어내는 노력을 보여준다. 여기에 ‘조폭의 도시’로 묘사되는 목포 자체도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나 <목포는 항구다>는 서로를 이해하는 두 남자의 영화이기도 하다. 수철은 성기를 만나 진정한 남자가 되고, 성기는 수철을 만나 잠시 휴식을 찾는 것. 조재현과 차인표가 평소 이미지와는 반대로, 각각 엘리트 형사와 조폭 두목을 연기한다. 신인 김지훈 감독이 연출하고, 송선미와 손병호, 김일우, 김애경, 기주봉 등 다채로운 조연들이 포진하고 있다.
요컨대 목포에 떨어진 서울 형사, 조폭 두목과 사랑에 빠지다.
빅 피쉬 Big Fish
팀 버튼이 그답지 않은 소재를 골라잡았나? 평생을 앙숙으로 살아온 아버지와 아들이 아버지의 임종을 앞두고 화해하는 이야기란다. 게다가 병상의 아버지 대신 아들이 아버지의 지난 삶을 돌이켜보는 중에 미국의 근현대사가 슬쩍슬쩍 비치는 이야기 구조는 흡사 <포레스트 검프>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속단은 이르다. 과정이야 수월치 않았겠지만, 스튜디오의 자본으로 자신의 기괴한 상상력에 결국 날개를 달았던 그다. 일설에 따르면, <빅 피쉬>는 독특한 취향과 열정 때문에 기인 또는 광인 취급을 당해 온 팀 버튼의 자기 반영적인 영화(일지도 모른다)라고 한다. <빅 피쉬>는 아버지의 허풍기를 경멸했던 아들이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이해해볼 요량으로 그의 과거를 추적해가면서, 실제로 아버지의 삶이 신비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음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 주인공 에드워드와 팀 버튼이 많이 닮아 있는 게 사실이지만, 팀 버튼이 이를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기대대로 팀 버튼은 아버지의 옛이야기조차 범상한 시대극으로 연출해내지 않는다. 일례로, 아버지가 회고하는 맨발 마을의 풍경은 시대성도 공간성도 지워낸, 판타지에 가깝다. 또한 거대한 물고기, 샴쌍둥이 쇼걸, 꼬마 늑대인간 등의 기괴한 캐릭터들도 등장한다고 한다. 이완 맥그리거가 아버지 에드워드의 젊은 시절을 맡아 연기하고, 코언 형제의 단골 프로덕션디자이너 데니스 개스너가 미술을 담당한다.
요컨대 팀 버튼의 상상력, 아버지의 시간을 관통하다.
블러디 선데이 Bloody Sunday
“열린 텍스트로 만들기 위해 배우들을 긴장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가능하면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비전문배우까지 대거 기용”한 이유는 <블러디 선데이>가 북아일랜드 데리 지방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2년 시민권 요구 시위에 나선 주민들을 잉글랜드군이 폭압하면서 14명의 사망자를 냈고, 이를 계기로 많은 북아일랜드 젊은이들이 IRA에 가입했다. 이 ‘피의 일요일’ 사건은 이후 다양한 캠페인으로 전개되는 도화선이 되었다.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당시의 스틸사진을 참고하여 철저한 고증을 통한 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블러디 선데이>는 애초 이 시위를 평화적으로 주도하려 했던 이반 쿠퍼 목사, 시위에 참여하면서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는 청년 제리, 발포명령을 내리는 영국군 장교 등으로 시점을 옮기면서 다각적인 해석을 시도하는 한편, 역사의 한장을 꼼꼼한 체로 다시 담아낸다. 감독은 그 점을 들어 “한 장소에서 맞닥뜨린 양편에 대한 이야기”라고 축약한다. 52회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역사에 대한 진중한 시각을 인정받았고, 동시에 영화 자체의 흡입력 또한 갈채를 받았다.
요컨대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역사의 전환점.
그 놈은 멋있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지각과 도시락 까먹기가 특기인 평범한 여고생 한예원(정다빈).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일이 아니라면 꿈쩍 않는 그녀가 어느 날 분기탱천한다. 누군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이 다니는 학교 여자애들의 외모가 형편없다고 썼기 때문이다. 상대는 킹카 지은성(송승헌). 불만 있으면 리플 달라 해서 게거품을 물긴 했는데 그게 화를 부를 줄이야. 다음날부터 은성은 예원에게 전화를 걸어 수시로 괴롭히고, 예원은 놈의 주파수 대역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헛수고다. 부딪친 걸 가지고서도 놈은 자신의 입술을 훔쳤으니(?) “책임지라”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요컨대 조회 수 700만회, 팬카페 180개 돌파. 인터넷 소설 열풍을 불러온 귀여니의 질주가 극장가에서도 가능할까?
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주(김하늘)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사기 전력이 화려하다. 출감한 뒤 그녀는 유일한 혈육인 언니에게 결혼 선물을 주려고 부산행 기차를 탄다. 한편, 시골에서 약사로 일하며 일등 신랑감으로 꼽히는 희철(강동원) 또한 약혼녀에게 반지를 전해주기 위해 같은 기차에 오른다. 둘의 만남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영주는 희철을 치한으로 오인해 주먹을 날리고, 억센 영주에게 얼굴이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은 희철은 반지까지 소매치기당한다. 가석방 중인 영주는 누명을 쓰지 않기 위해 반지를 찾아나서지만 가방이 바뀌어 희철에게 전해주지 못한다. 가방 찾고, 반지 주러 용강마을을 찾은 영주. 그러나 반지를 들고 나타난 그녀를 희철의 가족들은 약혼녀로 믿게 되고, 이에 전력이 밝혀질까 두려운 영주는 약혼녀 행세를 한다. 오해의 통로를 따라 진실의 문에 가닿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릴 예정.
요컨대 구라의 여왕, 사랑 앞에서 무릎 꿇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해리는 트로피를 수집하듯 젊은 여자 꽁무니만 따라다니는 음반제작자다. 그런데 해리의 몸은 그의 리비도만큼 젊지가 않아서 여자친구의 엄마인 에리카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망신을 당한다. 그러나 진짜 낭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의사가 달려오는 소동을 피우고 에리카에게 보살핌을 받는 동안 해리의 가슴속에서는 원숙한 여인에 대한 깊은 감정이 싹튼 것. 문제는 왕진 온 젊은 심장전문의 줄리안도 일찍이 해리가 활보한 ‘나이를 뛰어넘은 로맨스의 세계’에 입문해 에리카에게 홀딱 반했다는 사실이다. 잭 니콜슨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바웃 슈미트>에 이어 또 한번 황혼에 사춘기를 겪는 남자로 분하고 <신부의 아버지> <왓 위민 원트>의 낸시 마이어스가 연출한다.
요컨대 왓 맨 원트.
그녀를 모르면 간첩
남파된 북한간첩 림계순이 패스트푸드점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면서 ‘얼짱’으로 소문난다. 계순에게 푹 빠진 삼수생은 계순의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기밀임무를 수행해야 할 간첩 계순은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백일섭, 김애경 등 중견배우뿐 아니라 가수 자두까지 조연으로 동원되는 코미디.
요컨대 북한여자, 또다시 월남하다.
스쿨 오브 록 The School of Rock
<비포 선라이즈> <웨이킹 라이프> 등을 만들었던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신작. 주인공을 맡은 잭 블랙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등에 출연했던 배우. 밴드에서 쫓겨난 한물간 록스타가 초등학교 임시교사 자리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요컨대 초등학교로 부임한 퇴물 기타리스트의 밴드 결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