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더 베어 Brother Bear
인간에게 곰은, 곰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1만년 전의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 키나이는 부락의 무당 타나나에게 토템을 내려받는 의식을 받는다. 그러나 큰형 시트카에게는 리더십의 독수리, 작은 형에게는 지혜의 늑대를 준 것에 비하여 자신은 사랑의 곰을 받자 삐쳐버린다. 어느 날 곰 사냥에 나섰다가 위험에 처한 키나이는 시트카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구한다. 복수심에 사로잡힌 키나이는 그 곰을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며 곰으로 변하고 만다. <브라더 베어>는 키나이가 곰으로 변한 뒤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다. 곰을 단지 포악한 맹수라고만 생각하며 공격했지만, 사실은 그들 역시 인간과 다름없는 생명인 것이다. <브라더 베어>는 ’인간 중심’의 오만에서 벗어나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사랑과 관용을 깨우쳐야 한다고 말한다. <라이온 킹> 이후 오랜만에 나온 동물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는 곰이 활동하는 숲의 풍경이나 빙하의 모습이 유려하게 펼쳐진다.
요컨대 타자를, 동물을 이해하고 사랑하자.
페이첵 Paycheck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원작자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오우삼이 영화로 옮겼다. 주인공은 천재 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벤 애플렉).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난 그는 최근 2년간 기억이 지워진 것을 발견한다. 영문을 추적하던 제닝스는 자신이 9천만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받고 2년간 어떤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돈은 어디에 있는가? 돈의 행방을 찾아나서지만 그가 발견한 것은 알 수 없는 물건이 담겨 있는 봉투 하나다. 그는 동료이자 연인인 레이첼(우마 서먼)의 도움을 받아 과거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유일한 단서는 봉투 안에 들어 있는 19개의 물건들. 그러나 제닝스가 기억에 가까이 갈수록 위험은 커져간다. 경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이첵>에 등장하는 로봇의 목소리연기를 맡은 폴 지아매티의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페이첵>은 "오우삼의 홍콩영화들보다 <페이스 오프>에 가까운 작품"이며 필립 K. 딕의 작품답게 기억에 대한 아이러니가 다뤄진다고. ‘무비이즈 닷컴’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의 한 필자는 "오우삼 영화는 언제나 스토리텔링이 문제였다"며 "<페이첵>은 원작자가 필립 K. 딕인 만큼 기대해볼 만하다"고 썼는데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다.
요컨대 필립 K.딕과 오우삼의 만남.
지옥갑자원 Battlefield Baseball
누가 이곳을 꿈의 구장이라고 했나? 가타로 만의 1997년작 만화를 각색한 영화 <지옥갑자원>에서 모든 고교야구팀이 선망하는 고시엔 구장은 도살장이나 다름없다. 무법 갑자원의 최강은 각종 호러영화 캐릭터들의 친목 모임처럼 생긴 잔인무도한 게도 고교팀. 여기에 도전하는 후줄근한 세이도 고교에는 별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야구 천재 쥬베이가 전학 오면서 서광이 비친다. 그러나 쥬베이는 캐치볼을 하고 놀던 아버지가 자신의 마구 탓에 운명한 뒤 야구와 절연하기로 맹세한 몸. 게도 팀과 일전을 벌인 뒤 글러브에 붙은 채 나뒹구는 친구들의 사지를 보고서야 쥬베이는 마운드에 선다. ‘갑자원’이라는 글자가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타이틀부터 ‘쥬베이 야구’라는 주인공 이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비장함과 엄청난 난센스가 한치의 양보없이 접전을 벌인다.
요컨대 활동사진이 아닌 활동만화를 구경하고 싶다면….
내사랑 싸가지
올 한해 충무로의 새로운 아이디어 보물창고로 떠올랐던 인터넷 소설에 뿌리를 둔 영화. 강단있고 발랄한 여고생 3학년 강하영(하지원)은 연하의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한 날, 우울한 마음으로 길을 지나다 외제차에 흠집을 내고 만다. 차주인 안형준(김재원)은 강하영을 붙들고 수리비 300만원을 내놓으라 한다. 그런 돈 없다고 버티는 하영에게 형준이 내놓은 ‘싸가지’없는 대안은, 하루에 3만원어치씩 100일간 노비활동을 하라는 것. 그러나 실제 수리비가 3만원짜리도 아니었음을 알게 된 하영은 두눈 밝혀 복수를 준비한다.
<내사랑 싸가지>는 동명의 원작소설에서 캐릭터만 따온 영화다. 두 주인공의 관계나 각 에피소드들은 원작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 신동엽 감독의 설명. 이번 작품으로 충무로에 데뷔하는 신동엽 감독은 <동감>의 원작 시나리오를 썼다.
요컨대 발랄 여고생과 싸가지 대학생, 인터넷 방식으로 사랑전선 돌입하다.
안녕! 유에프오
버스운전사와 시각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구파발행 154번 막차버스 기사 상현은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일하는 남자다. 이 버스의 주고객 경우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신체적 장애에 아랑곳없이 씩씩하게 사는 여자. 버스를 매개로 이뤄진 두 남녀의 만남이 사랑으로 굳어지기까지를 코믹한 대사와 코끝 찡한 순애보를 모두 안겨주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포부다.
장애인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이 영화는 냉정한 현실감각보다 따뜻한 가슴을 먼저 내밀고 있다. 순진하고 즐거운 청년 상현은 ‘박상현과 뛰뛰빵빵’이라는 알 수 없는 교통방송을 만들어 DJ로도 활동하고, 시각장애를 가진 경우는 UFO의 출현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품행제로>의 작가 이해영, 이해준과 <인디언썸머>를 쓴 김지혜 세 사람이 공동작업했다.
요컨대 아픔있는 사람이나 외로운 사람, UFO 보고 사랑도 하면 행복할 수 있어요.
라스트 사무라이 Last Samurai
옷자락을 펄럭이며 장검을 휘두르는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인물은 제다이가 아니라 사무라이다. <와호장룡>과 <글래디에이터>의 소구력을 결합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라스트 사무라이>의 무대는 1870년대 후반 메이지 시대의 일본. 남북전쟁에서 전공을 세운 군인 네이단 앨그린은 일본 천왕의 군대를 개량하고 훈련시키는 소임을 받아 일본에 파견된다. 앨그린의 임무 뒤에는 봉건체제를 척결하고 서구화를 추진하려는 천왕의 포석이 숨어 있다. 그러나, 사무라이와의 전투에서 패해 포로가 된 앨그린은 사무라이의 수장 가츠모토로부터 무사도를 배우고 그 정신에 경도된다. 톰 크루즈를 <파 앤드 어웨이> 이후 11년 만에 시대극에 다시 끌어들인 감독은 <글로리> <커리지 언더 파이어>처럼 극적 갈등이 액션보다 우세한 전쟁영화를 만들어온 에드워드 즈윅 감독. 대학 시절부터 일본 문화에 심취했다는 즈윅은 10년이 걸려 이 프로젝트를 개발했다. 일본, 뉴질랜드, LA에 세트를 건설했고 <글래디에이터>의 존 로건이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요컨대 할리우드의 일본 문화 탐닉, ‘사무라이 톰 크루즈’까지 이르다.
취한 말들의 시간 A Time for Drunken Horses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이 낳은 피폐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쿠르드족 고아들에 대한 슬픈 이야기. 힘겹게 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을 넘나들며 삶을 꾸리는 다섯 남매가 주인공이다. 동생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주위의 비난을 무릅쓰고 누나는 이라크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하지만 병든 동생은 말 한필과 바뀌어 다시 이란으로 내쳐진다.
많은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에서 조연출을 맡기도 했던 이란의 젊은 영화작가 바흐만 고바디가 연출한 영화. 이란의 현실을 좀더 근접해 보기 위해 노력하는 진지한 시선이 들어 있다. 2000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출품하여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요컨대 키아로스타미가 “멀리서 보는 마을에 얼마나 비극적인 일들이 벌어지는지 아는가?”라고 했단다.
스패니시 아파트먼트 L’Auberge Espagnole
프랑스 청년 자비에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교환학생으로 바르셀로나에 간 자비에는 국적이 다른 일곱명의 학생들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게 되고, 새로운 사랑과 삶의 방법을 터득하기 시작한다. <스패니시 아파트먼트>는 감독이 다섯명의 외국인 룸메이트와 동거하던 여동생을 보고 힌트를 얻은 영화. 배우들은 실제로 일곱개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이다.
요컨대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파트에서 배웠다.
런어웨이 Runaway Jury
존 그리샴의 소설 <사라진 배심원>이 원작인 영화. 무기회사와 한 젊은 여자 사이에 소송이 벌어진다. 무기회사쪽 변호사 피치는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배심원들을 협박하거나 매수하려고 한다. 그는 성공한 줄 알았지만, 배심원 중 한명은 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키스 더 걸> <돈 세이 워드>의 게리 플레더가 연출을 맡아 스릴러의 성격이 강해졌다.
요컨대 한순간도 방심하지 말 것. 재판은 끝나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