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미리보는 겨울영화 68편 올가이드 [2] - 12월 ②
2003-11-28
글 : 권은주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충청남도 유성 온천1동 파출소 소속 순경 성병기는 올 크리스마스에는 오랜 짝사랑을 이뤄보겠노라 굳게 다짐한다. 병기가 사모하는 아가씨는 성탄절 실연 징크스를 지닌 볼링장 직원 민경. 그러나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감방에서 보내온 온천파 두목 석두가 느닷없이 민경에게 애정공세를 펴면서 병기의 작전에는 마가 낀다. 세 남녀가 자신의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고민을 하는 동안, 화끈한 크리스마스를 꿈꾸는 유성의 10대들, 에로영화 제작팀, 미인대회 후보도 제각기 크리스마스 소동에 말려든다.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는 “1년에 한번 섹스를 한다면 단연 크리스마스”라는 말이 통하고, 가족의 명절보다 연인의 축제에 가까운 우리 성탄절 문화에 착안한 코미디. 이건동 감독은 여기에 스스로 “귀여운 에로의 도시”라고 부르는 고향 유성의 나른하고 따스한 공기를 얹었다.

요컨대 크리스마스는 기필코 성스럽게 보내자.

루니 툰: 백 인 액션 Looney Tunes: Back In Action

방자하고 불경스럽고 모난 성품으로 20세기를 풍미한 워너의 루니툰 캐릭터들을 기념하는 한바탕 요란한 파티.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아동 관객 타깃의 영화지만, 성인을 즐겁게 하는 속사포 개그도 넘쳐난다. 워너의 고참 스타 대피 덕에게 난데없이 해고의 날벼락이 떨어진다. 대피는 역시 해고된 스턴트맨 D.J.가 악당에게 납치된 할리우드 스타인 아버지 다미엔을 찾아가는 길에 합류한다. 한편 대피를 해고했다는 이유로 뒤늦게 해고된 워너의 간부 케이트는 대피의 라이벌 벅스 버니와 함께 대피 일행을 뒤쫓는다. <제시카와 로저 래빗>만한 걸작은 아니지만 <스페이스 잼>에 비하면 출중한 루니툰 프로젝트라는 것이 외신의 중평이다.

요컨대 벅스 버니와 대피 덕의 아드레날린 드라이브.

낭만자객

어리버리하지만 순박한 청년 요이는 돈을 벌기 위해 자객단에 합류한다. 전술도 무술도 영 시원찮은, 그래도 실적은 나쁘지 않은 이상한 자객단. 어느 날 이들은 무시무시하면서도 고혹적인 처녀 귀신의 의뢰를 받는다. 자신의 한을 풀어달라는 것. 청나라 퇴마사의 훼방이 이어지는 등 이들의 임무 달성에는 어려움이 많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으로 만만찮은 관객 동원력을 보여온 윤제균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영악하진 못해도 순수와 선의를 지닌 인물들, 노골적인 농담과 슬랩스틱을 섞어 만드는 폭소탄, 후반부를 가격하는 묵직한 메시지 등은 <낭만자객>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최성국, 진재영, 신이 등 <색즉시공>의 개성 강한 조연들이 고스란히 합류한 것도 특징. 사극과 호러와 판타지와 코미디 등의 장르를 자유자재로 뒤섞는 시도, 그리고 액션과 멜로 등에서 진지한 연기를 선보여온 김민종의 연기 변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요컨대 떨어진 자객단의 좌충우돌 활약상.

야마카시 Yamakasi

안전기구나 보조장비 없이 맨손으로 고층 빌딩을 오르는 등의 익스트림 스포츠 애호가들로 이뤄진 서클 야마카시는 도시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경찰의 추적을 받는 반면, 도시의 소외된 청소년들 사이에 영웅으로 숭배된다. 어느 날 이들을 흉내내던 꼬마가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는데, 병원과 장기 중개업자들의 비협조로 자칫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에 야마카시 멤버들은 경고의 의미로 장기 중개업자들의 집을 털기로 한다. 아프리카어로 ‘초인’을 뜻하는 야마카시는 90년대 후반 프랑스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을 뜻한다. 영화는 야마카시를 창시하고 이에 열광한 이들이 뒷골목 젊은이들이었다는 점에 착안, 사회에서 소외당한 자들의 연대와 우정을 더불어 전하려 한다. 고공 낙하, 장애물 통과, 암벽 타기, 빌딩 클라이밍, 줄타기 등 저마다 다른 장기를 자랑한 배우들은 연기나 스턴트 경험이 전무한 순수 야마카시 멤버들이라고. 뤽 베송 제작으로, 프랑스에서 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요컨대 소년을 구하기 위해 익스트림 스포츠맨들이 뭉쳤다.

팡팡 튤립 Fanfan La Tulipe

뤽 베송이 제작하고 <택시2> <택시3>의 제라르 크라브지크가 연출한 제56회 칸영화제 개막작. 18세기 바람둥이 팡팡은 잠시 즐긴 여자에게 덜미가 잡혀 결혼식장으로 가던 도중 우연히 만난 보헤미안 여인으로부터 “군대에서 명예를 얻을 것이고 왕의 딸과 결혼할 운명”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결국 팡팡은 억지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7년전쟁’ 시대의 군대에 자원한다.

요컨대 바람둥이, 예언에 눈이 가리워 임자를 몰라보다.

호미사이드 Hollywood Homicide

조와 케이시는 LA 강력계 형사다. 두 형사는 젊은 래퍼 네명이 살해당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클럽과 음반업계가 뒤얽힌 음모를 감지한다. 그러나 이들은 수사만 하기엔 할 일이 너무 많다. 부동산 중개업자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조는 클럽 주인에게 집을 팔고자, 배우 지망생 케이시는 오디션 한번 보고자 한눈을 판다. <덩크슛>으로 남자들의 세계에 일가견을 보인 론 셸튼이 감독했다.

요컨대 꿈많은 형사들, 돈도 벌고 사건도 해결하자!

구루 The Guru

어리숙한 인도 청년이 미국으로 건너가 ‘섹스 권위자’로 성장한다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댄스강사이자 영화 <그리스>의 팬인 인도 청년 라무 굽타는 뉴욕으로 떠난다. 모든 것이 낯선 그곳에서 초짜 포르노 배우 일을 시작하는 라무. 그는 섀로나와 렉시라는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레슨을 받으면서 점차 섹스 분야의 권위자로 성장한다.

요컨대 ‘아담이 눈뜨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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