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6]
2004-07-06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화씨 9/11> 외에 안티 부시 다큐멘터리들

부시 겨냥한 정치적 다큐멘터리들

〈Control>〈Bush's Brain>〈Persons of Interest>(위부터)

이번 여름! 미국은 가짜 이미지들로 가득 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만의 낭만적인 잔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 거대한 상상의 성채들 사이로 현실정치를 쏘아보고, 풍자하고, 파헤치고, 가격하고, 뭉개버리려는 정치적 다큐멘터리들이 ‘밀려든다’. 그들 대부분이 조롱하고자 모셔오는 주인공은 대통령 부시이며, 부숴버리고 싶어하는 것은 그의 대이라크 정책이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은 전쟁의 종식이고, 보고 싶어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인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선봉장은 독설 다큐멘터리의 일인자 마이클 무어와 그의 영화 <화씨 9/11>이지만, 그와 같은 정치적 염원을 가진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생각보다 많다.

〈Uncovered: the Whole Truth about the Iraq War>는 부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장하는 전쟁의 정당성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세세한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한다. 영화는 ‘이라크 전쟁의 그 모든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의 조작임을 강조한다. 밝혀질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감독 로버트 그린왈드는 부시의 전쟁에 대한 정책 발언과 이전 정부에서 고위 관리직을 지낸 25명 인사들의 인터뷰를 서로 대치시키면서 현재의 모순적인 정치적 당위를 무너뜨리고자 노력한다. 이 영화는 원래 2003년 60분 분량 DVD버전으로 먼저 나와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보았고, moveon.org 등 몇몇 진보적 웹사이트를 통해 방영되면서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됐다. 배급업자 필립 디아즈의 제안으로 90분 분량의 35mm 극장용 영화로 재편집되어 8월 중순 뉴욕을 중심으로 개봉예정이다. 비판의 대상은 대통령 부시뿐만이 아니라 그의 측근도 포함된다. 다큐멘터리 〈Bush’s Brain>은 대통령 부시의 정치담당 수석 보좌관인 칼 로브를 비판의 주적으로 등재한다. 그 온건한 강도 때문에 한편으론 역공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감독 조셉 밀레이와 마이클 스웁은 말 그대로 부시의 브레인이라 할 만한 칼 로브의 정치적 권모술수와 행로를 해부함으로써 왜 부시가 오판을 거듭하는지, 왜 국민들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적인 악화일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지를 질문한다. 6월 말 인터넷을 통해 DVD발매된다.

한편, 아랍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예하네 노우자임의 영화 〈Control Room>은 이미 몇몇 상영을 통해 엄청난 사회적 동의를 가져왔다. 이 영화는 아랍계 텔레비전 방송사로 잘 알려진 <알자지라>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여름 미국 내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의 극장에 걸릴 예정인 〈Control Room>은 이라크 전쟁 초기 반미국 방송사로 오인받았던 그들의 공정성에 대해 주시하고, 카타르 주둔 미군의 언론통제 영향 속에서 축소 보도 및 오보를 일삼는 미국의 일부 방송들과 달리 꾸준히 그 전쟁의 진상을 전하려는 <알자지라> 사람들의 현실을 냉정하고 담담하게 뒤쫓아간다.

이 밖에도 각종 페스티벌과 아트하우스를 근거지로 이번 여름 순회 상영을 예정 중인 앨리슨 매클린과 토비아스 퍼스의 〈Persons of Interest>는 2001년 9·11 이후 미 연방정부로부터 아무 근거없이 구금조치당한 12명의 뉴욕 내 무슬림과 아랍인들의 법정 투쟁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이며, 10월에 개봉예정인 제랄드 엉거맨과 오드리 브로이의 〈The Oil Factor Behind the War on Terror>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사진 자료 및 부시 행정부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국 군사행동의 이유를 중동의 원유에서 찾는다. 또는 스티븐 로젠바움처럼 직접적으로 존 F. 캐리의 정치 캠페인 활동을 주시하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선거가 있던 어느 해에도 이처럼 광범위하게 영화적 행동주의가 일었던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LA 타임스>는 미국 역사가들의 지적을 받아 적는다. 〈Bush’s Brain>의 공동감독 조셉 밀레이와 마이클 스웁은 “만약 사람들이 사실에 대한 막연한 느낌과 부정확한 보고를 믿고 표를 던진다면, 그건 정말 이 나라에 슬픈 사태를 몰고 오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올해 11월 미국에서는 대선이 열린다. 그들 나라의 어느 사이트에 떠 있는 문구. “여러분은 부시가 이번에도 재선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예 또는 아니오를 눌러주세요.” 마이클 무어를 포함하여 미국의 몇몇 정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그 선택안 중 한쪽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미국인 모두가 그래야만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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