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3]
2004-07-06
글 : 김도훈
칸에서 열린 마이클 무어와 피터 바트의 공개 좌담

“부시를 끌어내리도록 영감을 주려 했다”

칸영화제가 중반을 달리던 5월16일. <버라이어티>의 편집장이며 <할리우드의 영화전략>의 저자인 피터 바트가 마이클 무어를 만나 공개 좌담회를 가졌다. <화씨 9/11>의 시사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고 영화제의 공식행사도 아니었지만, 회견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입장하지 못한 기자들의 항의로 소란스러웠다. 마침내 <버라이어티>의 하얀 천막 부스로 마이클 무어와 피터 바트가 등장했고,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좌담회는 마이클 무어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배급에 얽힌 문제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였다. 특이한 것은, 자리를 메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 언론들이었다는 사실인데 무어의 거리낌없는 정치적 발언에 타국 기자들보다 더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이 좌담회가 열렸을 당시만 해도 마이클 무어를 포함한 그 누구도 <화씨 9/11>이 황금종려상을 가져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때였다.

피터 바트 l <화씨 9/11>의 배급에 대한 문제가 복잡하기 그지없는데, 당신 생각대로 7월4일(미국 독립기념일)에 예정대로 개봉하기엔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 마이클 무어 미라맥스와 디즈니의 협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미라맥스는 형식적으로는 디즈니의 계열사. 현재, 미라맥스는 독자적으로 영화의 배급자를 찾았다- 편집자). 미라맥스가 이 영화를 배급할 것이다. 나는 이 영화를 7월에 예정대로 개봉하고 싶을 뿐이다. 11월에 있을 대선 이전에 미국인들이 꼭 이 영화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외에 다른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뭐가 그리들 무서운지.

피터 바트 l 당신 이전작들의 흥행성적을 보면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웃음)

마이클 무어 l 아이콘필름이 이 영화의 제작비를 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이 영화에서 손을 떼겠다고 통보해왔다. 왜냐하면 아이콘필름의 사장인 멜 깁슨이 공화당의 높은 사람으로부터 “만약 <화씨 9/11>을 계속해서 재정지원할 경우 더이상 백악관으로부터의 초대는 없을 것이다”라고 협박을 받았기 때문이다(멜 깁슨쪽은 이후에 마이클 무어의 발언을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콘필름은 이 영화의 호주 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편집자). 어떤 감독도 자신의 영화가 배급되기 6주 전에 “당신 영화를 배급하려는 자가 아무도 없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홍콩과 대만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배급자를 찾았다. 미국만 제외하고는.

피터 바트 l 미국 내에서는 당신이 비애국자라고 하는데.

마이클 무어 l 나야말로 진짜 미국의 정의를 아는 애국자다. 나의 국가는 결코 다른 국가가 침공하기 이전에 먼저 침공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인이며, 부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절대다수 중 한 사람이다. 단지 추악한 미국인들만이 진실을 감추려고 할 것이다. 아이들이 석유와 부시 일가의 부를 위해 살해당했다. 미국은 수많은 폭력행위를 교사해왔다. 내 일은 진정한 미국인이 되는 것이고 잘못된 것들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박수)

피터 바트 l 영화를 만들어나가면서, 당신 자신이 변화되어가는 것을 느끼기도 하나.

마이클 무어 l <볼링 포 콜럼바인>을 찍을 때도 그랬었다. 처음엔 문제가 ‘총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나다에 촬영갔을 때 그들이 700만정의 총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그 모든 미국의 문제는 총기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미국인 자신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피터 바트 l 당신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무엇인가.

마이클 무어 l 부시에게서 대통령직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는 부시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다. 어떻게 앨 고어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남자인 조지 부시와 싸워서 선거에서 질 수가 있었을까. 고어는 미국인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 그들이 일어나서 민주당을 위해 표를 던지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민주당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다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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