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 9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1]
2004-11-08
글 : 심은하

어깨 부딪히며 걷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한발도 내딛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인파에 둘러싸였다고 생각해보라.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짜증부터 일지 않겠는가. 그러나 축제는 일상이 아니다. 일상의 경험은 축제의 장막 아래서 역전된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남포동에 모여든, 해운대로 밀려온 사람들이 그걸 말해준다. 그들은 타인과 몸을 부딪치는 걸 꺼려하지 않는다. 외려 즐긴다. 영화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날들이 계속된다. 낮엔 극장으로, 밤엔 포장마차로, 아흐레 동안 매일 같은 동선에 몸을 내맡기지만, 절대로 지겹지 않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기꺼이 몸을 내맡기고 싶은 유혹의 순간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여기, 모아놓은 기록들은 거장을 만나고, 신예를 만나고, 그때마다 무모하리만치 분비했던 아드레날린을 물감 삼아 그린 긴장과 흥분의 축제도(祝祭圖)다.

먼저, 올해 부산의 초이스라 부를 수 있을 두편의 영화 소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과 변성찬이 가이드로 나서 부산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와 노동석 감독의 <마이 제너레이션>이 왜 부산의 발견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다음은 베일에 둘러싸여 있던 두편의 한국영화를 만나보자. 서울이라는 도시 아래 잠복한 재앙의 실체를 탐사하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서울이라는 도시를 벗어나 자유의 원형을 찾아 헤매는 장선우 감독의 <천개의 고원>은 올해 PPP의 화제작이었다. 두 감독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작의 전개도를 <씨네21>에 조심스레 펼쳐 보였다. 이것만으로 양이 차지 않는다고. 물론 그럴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영화의 현재이자 미래인 가린 누그로호, 왕차오, 최양일, 고레에다 히로카즈와의 릴레이 만남을 준비했고, 매일 골방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던 시나리오 작가 이해영과 이해준의 부산영화제 동행기를 마련했다. 그래도 배가 고프다면, 어쩔 수 없다. 열돌을 맞는 내년 축제를 기약하는 수밖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