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스트 조커의 모습이 궁금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겐 속편에 대한 확신이 사실 없었다.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를 연출해 시리즈를 기사회생한 장본인이면서도 이제 배트맨에 관한 새로운 플롯과 테마는 더 없을 거라 마침표를 찍어두고 있었다. 속편의 가능성을 준 것은 조커였다. 팀 버튼과 잭 니콜슨의 조커가 아니라, 코믹북 <배트맨> 시리즈 초기에 등장한 오리지널 조커의 기괴한 이미지가 그에게 영감을 주었고 놀란은 “조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속편을 가능하게 할 것”을 확신했다.
조커는 <다크 나이트>에서 고담시를 새로운 혼돈에 몰아넣는 범죄자다. 배트맨이 고담시의 지방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 제임스 고든 중위(게리 올드먼) 등과 연대해 겨우 이룩한 평화를 보란 듯이 망가뜨리는 대형 은행절도범이자 배트맨의 분노를 사는 적수. 로빈 윌리엄스, 폴 베타니, 에이드리언 브로디, 스티브 카렐 등이 줄줄이 관심 보인 이 역할에 캐스팅 된 배우는 히스 레저. 놀란은 그가 “겁이 없기 때문”에 캐스팅했다고 한다. 히스 레저가 조커에 관해 제시한 아나키적 해석이 맘에 든 이유도 있었다.
막상 캐스팅이 되자 레저는 이 역할이 몹시 어려울 걸 예상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다 한달간 호텔 칩거에 들어갔다. 섹스 피스톨스의 시드 비셔스와 <시계태엽 오렌지>의 파괴적인 주인공 알렉스의 이미지, 조커가 주인공인 그래픽 노블 <더 킬링 조크> 등을 참고하면서 그는 전혀 새로운 목소리, 포즈, 심리상태의 조커를 연구하고 조커의 심정으로 일기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주요 촬영지는 1편과 마찬가지로 시카고. 촬영기간 동안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기 위해 제작진은 <로리의 첫 키스>라는 가짜 제목을 내걸기도 했고(이를 두고 리처드 로에퍼는 “그게 위장인 걸 광팬들이 모를 리가 있나? IMDb만 쳐봐도 뭐가 뻥인지 다 나오는걸”이라고 코멘트했다), 전편에서 배트맨의 연인 레이첼 역으로 출연했던 케이티 홈즈는 이번 개런티가 본인 뜻만큼 인상되지 않아 출연을 거절했다. 역할은 매기 질렌홀에게로 옮겨갔다. ‘배트폿’이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배트카, 아니 배트사이클의 등장도 속편의 흥밋거리 중 하나.
놀란은 속편에 가장 영향을 끼친 영화가 “<히트>”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가 배트맨 대 조커의 모양새가 될 것임을 감안하면 놀란의 <히트> 언급은 곧 두명의 주인공이 대면하는 마지막 순간이 영화 전체의 스토리와 감정을 좌우할 것이란 말로 풀이해볼 수도 있다. 히스 레저의 조커와 맞서야 하는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천 베일은 다음의 촌평을 남겼다. “나는 구원자의 역할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걸 그만두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것인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 그 속의 분노를 다스리다보면 당신은 당신의 악마를 불러들이게 된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천 베일, 히스 레저, 아론 에크하트, 게리 올드먼, 매기 질렌홀, 킬리언 머피, 모건 프리먼, 에릭 로버츠, 마이클 케인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 개봉예정 7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