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8 외화 블록버스터 2] <적벽>
2008-01-08
글 : 박혜명

적벽대전을 눈으로 확인한다

할리우드에서 돌아온 오우삼 감독이 고국의 붉은 절벽에 오르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서구 주요 매체들이 ‘아시아 최대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며 관심을 보인 대서사극 <적벽>의 첫 촬영날, 주유 역의 주윤발이 ‘하차’를 선언했다. 수정된 시나리오를 일주일 전에 받아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색, 계> 촬영을 끝내고 지친 심신을 달래려던 양조위도 <적벽>의 제갈량 역을 제안받았을 때 베이징어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미 거절했다. “일주일 사이 두명의 배우를 한꺼번에 잃은 오우삼”(<가디언>)은 주윤발이 떠난 주유의 자리에 양조위가 와줄 것을 재청했다. 프로듀서 테렌스 창은 양조위의 변심이 “개런티 변화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제갈량은 금성무가 맡았고 장첸은 손권, 조미는 손권의 여동생, 대만의 슈퍼모델 린치링은 오나라 장수 소교(이자 주유의 아내)로 각각 캐스팅됐다. 와타나베 겐은 조조 역에 불렸다가 “중국의 역사적 인물을 일본인이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중국 팬들의 항의로 물러났다는 후문. 조조는 장풍의가 맡았다. <적벽>은 서기 208년 위, 촉, 오 삼국이 양쯔강 남쪽을 무대로 벌였던 적벽대전에 관한 영화다. 오우삼은 적벽대전 묘사를 위해 <삼국지>보다는 <삼국사기>를 주로 참고했다 밝혔고, “상대적으로 왜곡이 많았던 조조나 주유 같은 인물들은 좀더 역사적 정확성에 근접해 있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다.

총예산 8천만달러, 러닝타임 4시간, 촬영기간이 8개월을 넘은 <적벽>은 이미 예산 규모만으로 아시아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하나 만들었다. 허베이성의 대형 저수지 두곳에서 해전신을 촬영한 <적벽>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바로 CG. 테렌스 창은 이 영화가 기술적인 면에서도 아시아의 야심작이라며 “<씬 시티> 나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있는 폭력의 이미지, <300>의 전쟁게임 이미지 등에 매료된 젊은 관객을 위한” 대량의 CG작업이 있을 것을 예고했다. 따라서 <칠검> <야연> 등 기존의 시장 성공사례를 답습한 무수한 중국 무협물과도 분명히 차별될 것이라 말한다. <적벽>의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크레이그 헤이스는 <매트릭스>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수퍼맨 리턴즈> 등에 참여했다.

<적벽>은 두번에 나누어 개봉한다. 비단 4시간짜리 러닝타임 때문만 아니라, 이 영화가 중국사에 대한 대형 전시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 중국 정부쪽에서 “반드시 베이징올림픽 전에 개봉하라”고 제작진에 요구한 것. 올 여름에 개봉하는 <적벽>은 전편이며, 후편은 겨울 개봉예정이다. 오우삼은 <버라이어티>에 “<적벽>은 내가 영화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가장 오랫동안 준비했으며 가장 힘겨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서구 타지에서 자신의 할당량을 채우고 돌아온 아시아 감독의 거대한 야심작에는 중국의 차이나필름, 대만의 CMC엔터테인먼트, 일본의 에이벡스 그리고 한국의 쇼박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해 있다.

감독 오우삼 출연 양조위, 장첸, 금성무, 조미, 고유키 수입·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7월,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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