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현재, 공중파 방송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곳은 단연 예능국이다. 한때 방송사의 킬러콘텐츠였던 드라마의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타고 있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탄생이 예능을 방송사의 꽃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영화로 치면 <1박2일>은 남자배우들만 출연하는 시골 배경의 어드벤처 코미디이고, <패밀리가 떴다>는 기이한 구성원들로 모인 가족의 여행기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다양한 커플들의 멜로드라마다. 다만 여기엔 고정된 서사가 없다. 이들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서로 합심해 자기들도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를 이루고 서사를 쌓는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가장 말초적이고 즉흥적인 형태의 캐릭터 드라마다. 무한히 변형 가능한, 고정된 실체가 처음부터 없는 세계. 이천희, 박예진, 신애, 예지원, 진재영 등 배우라는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던 연예인들이 지금 버라이어티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활약하는 것은 단지 배우 몇명이 버라이어티 안에서 살길을 찾았다는 뜻이 아니다. 살길을 찾아 진화한 버라이어티가 마침내, 결론까지 약속된 일관된 서사 안에서만 의미를 생산했던 영화·드라마 영역의 연예인들까지 삼켰다는 의미에 더 가까울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이천희는 이효리와 직업이 다른 사람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 안에서 소구되는 방식엔 차이가 없다.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멜로드라마에서 가장 멜로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낸 ‘배우’ 솔비와 앤디를 보라. 우리는 요즘 일부 배우들이 버라이어티를 통해 연예인으로서 ‘갱생’하는 과정을 추적하다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버라이어티는 이제 다른 모든 예능 분야를 포괄하는 최상위 개념의 예능 영역이다. 이 특집은 그 현주소에 관한 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