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호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와 <강력추천 토요일-깨워줘서 고마워> 등을 연출한 인물. 2001년 입사해 MBC 예능계 간판 PD로 등극한 그는, 새로운 커플들을 맞아 시즌2의 국면에 접어든 <우리 결혼했어요>의 수명을 묻자 “짐작하지 못하겠다”며 겸손으로 말을 돌렸다.
-프로그램의 기획 배경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전제아래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리얼리티 쇼는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포맷이 나올 수 있다. 처음엔 예능적인 6명의 리얼리티 쇼 정도밖에 없었는데 거기서 가상 결혼을 소재로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폭을 넓혔다는 느낌은 있다.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파일럿이 나간 뒤 한달여 뒤에 본방이 편성됐다. 이 프로그램이 잘될 거란 확신이 있었나.
=기존에 했던 포맷이 아니었기 때문에 파일럿 땐 성공 여부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들면서는 자신감이 생겼다. 풀어갈 것들이 있겠다 싶었다. 지금껏 다뤄보지 않은 소재인데다 처음 잡아놓은 포맷(스튜디오 녹화 + 결혼 생활 촬영 + 개별 인터뷰의 구성)도 안정적이었다. 지금까지도 포맷에 변화가 없지 않나. 다만 방송 시간이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로 오게 된 건 우리 생각과 달랐던 부분이다. 우리는 미혼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생각했고 밤 프로그램을 염두에 뒀다. <일밤>의 방송시간대 시청자층은 가족이지 않나. 결혼이라는 게 모두가 공감할 소재이긴 하지만 우린 아무래도 여성 취향으로 세팅한 프로그램이니까. 또 <일밤>이 가진 공익적 성격도 있었고. 그런 게 부담이 됐던 건 사실이다.
-캐스팅은 어떤 식으로 이뤄졌나.
=개인적으로 눈여겨봤던 친구들 중심으로 섭외가 됐고 작가들의 인맥도 작용했다. 그리고 뭐랄까, 비호감 위주로 선택했다. (웃음) 시키는 대로 안 하는 사람들. 리얼리티 쇼 자체가 반골 기질이 좀 있어야 되는 게 있다. 자기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이런 거 좀 보여주는 게 뭐 어때?” 하는 태도가 있어야 훨씬 (리얼리티 쇼적인) 자연스러움이 만들어지는 게 있다 보니. 당시로선 캐스팅이 세진 않았다. 지금이야 달라졌지만.
-개별 캐스팅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성격상 어떻게 커플을 맺어주느냐도 중요했을 텐데.
=기본적으로는 친구 소개팅 시켜준다는 기분으로 잘 어울리겠다 싶은 사람들끼리 묶었다. 또 방송이다 보니 재미있겠다 싶은 조합. 사전에 인터뷰를 했다. 이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남녀 이상형을 가졌는지, 연애 경험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대충 얘기를 나눴다. 처음엔 다른 연애오락 프로그램들처럼 “이 사람 스타일은 나랑 안 맞아” 싶어지면 결혼 생활을 끝낼 수 있는 장치도 생각해놨다. 근데 정규 방송이 되고, 편집하면서 지켜보니까 이게 단막극이 아닌 연속극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선택 장치를 빼고 이대로 더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이 나갔던 부분도 생겼고.
-더 나갔던 부분이란.
=진짜 감정이 많이 나온 것들이겠지. 그래서 힘들어한 친구도 있었고, 혼란스러워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런 프로그램이 전에 없어서였는지 그런 부분은 제작진의 의도보다 더 나갔던 부분이다.
-추석 특집으로 미방영분을 내보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다시 갑시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면 어떤 때인가.
=기본적으로 “다시 갑시다”는 없다. 방송에 안 나가는 것들은 재미없는 것들, 아니면 욕하는 장면 정도다.
-부부간의 이벤트나 부부싸움이 각본과 설정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싸우라고 할 때 싸우면 좋겠는데, 실제로 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서인영-크라운 제이 부부가 라면 끓이는 걸로 싸운 것도 우리가 생각지 못하게 나왔다. 그게 육아 미션 중에 터진 싸움이잖나. 우리의 의도는 육아가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지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근데 (둘이) 다른 일로 붙은 거다. 또 이벤트의 경우, 크라운 제이가 대구 야구장 사건을 계기로 인영에게 화해의 콘서트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원래는 지인을 통해 클럽을 통째로 빌리겠다고 했다. 근데 그러면 사이즈가 너무 커져서 마치 제작진이 해준 것처럼 보일까봐 사이즈를 줄여가자고 했다. 옥상에서 수영장 만든 이벤트도 비슷했다. 크라운 제이가 준비한 수영장 이벤트는 사이즈가 너무 커서 우리가 줄여가자고 한 경우다.
-사오리-정형돈 부부의 하차 이유는 무엇이었나. 조여정-이휘재 부부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했는데.
=사실 무리한 요구인 거다. 가상 결혼을 시키고 오늘부터 부부야, 둘이 부부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해봐, 라고 하는 건데 부부의 기본은 사랑이잖나. 자연스럽게 호감이 나와야 세팅이 되는 건데 형돈-사오리 커플은 호감이 잘 안 생겼던 것 같다. 그게 제일 큰 문제였다. 휘재-여정 커플의 휘재 형 경우 정말 믿을 수 없이 남자답다. 여정이는 듣도 보도 못하게 착하고 밝은 애이고.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방송에서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니까 그게 말도 안되게 가짜같이 보였다. 리얼리티 쇼에서는 ‘자연스럽게’라는 점과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게’라는 점이 다 통해야 하는데 그 둘이 어긋나면 큰 틀에서 (프로그램이) 손상된 것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던 거다. 시청자가 원하는 자연스러움과 실제의 자연스러움은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리얼과 각본의 경계는 어디쯤에 있는가.
=어디까지를 리얼이라고 할 것이냐 질문부터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중요한 건 지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고, 얘들이 연예인이고, 이게 재미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전제 아래서 모든 상황들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제작진이 그들 사이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뿐이지 이게 가상 결혼이며 TV쇼라는 건 모두가 아는 전제다. 반면, 세팅된 프레임이 있다고 해서 그 안의 것들이 다 페이크냐,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들의 이벤트만 예를 들더라도, 크라운 제이가 벌이는 이벤트는 물론 서인영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는 연예인이고 따라서 자신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이냐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지 않았겠냐는 얘기다. 우리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그런 측면에서 초반엔 이 프로그램이 너무 비즈니스적인, 마케팅적인 도구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던 건데 막상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는 건 우리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진정성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방송이 시즌2에 돌입했고, 프로그램의 성격을 확장할 필요에 대해 언급했다. 어떤 뜻인가.
=아직 논의 중이긴 한데, 각 부부들이 그들 두 사람만의 더욱 사적인 부분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가 뭘까 고민 중이다. 좀더 부부 생활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서인영-크라운 제이 부부 사이에 정형돈이 들어간 것은 그 고민의 결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