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을 낙담케 한 17차 소녀. 음료 상품 17차 CF에 순수소녀로 나왔던 배우 김민지는 2008년 봄에 갓 데뷔한 신인이다. 92년생, 나이는 열일곱, 고등학교 1학년. 대학생처럼 나오는 MBC 시트콤 <그분이 온다>의 민지 역과 달리 나이가 많이 어리다. 아직 현장에서의 연기는 ‘연예인 대 연예인’이 아닌 ‘연예인 대 일반인’ 같고, 화면으로 비친 본인 모습엔 실감도 안 난다. 주위 친구들은 실제랑 다르게 화장도 하고 침착한 척한다고 어색해하고, 연기 선생은 너무 어색하다며 지적만 수두룩한다. 인터뷰는 데뷔하고 3번째. 그야말로 모든 게 처음인 신인이다. 하지만 김민지의 2009년은 벌써 하나둘 채워진다. 1월 방영 예정인 사극 <천추태후>의 문정희 아역과 <거침없이 하이킥> 김병욱 감독이 연출하는 미니시리즈. 신화적 인물처럼 보이는 사극과 4차원 캐릭터의 심장병 걸린 고아라니 느낌도 정반대다. 전지현이 롤모델이라는데 될 수도 있겠다 싶다.
김민지는 사실 가수가 될 뻔한 몸이다. TV에서 보아를 본 뒤 초등학생 때부터 가수를 꿈꿨고 SM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지원해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회는 전국에서 5천명이 넘게 몰리는 큰 대회다. 하지만 SM과 계약하려던 전날 다른 소속사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고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 연기로 데뷔하는 게 좋겠다 판단했다. 오후 2시에 가, 새벽 4시에 촬영하고, 아침 7시30분에 학교로 가는 나날이지만 후회는 없다. 가수는 연기를 하며 좋은 기회를 찾아 보여줄 계획이고 바쁜 건 아직 어리기에 재밌는 눈치다. 박보영이 노래를 부르는 <과속스캔들>,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미녀는 괴로워> 등. 언급하는 영화들을 보니 아직은 춤과 노래에 미련이 남는 모양이지만 연기에 대한 재미도 하나둘 느낀다. 무엇보다 김민지의 무기는 노력. “열심히, 열심히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믿어요. 가수도 정말 너무 하고 싶어서 울었었거든요.” 이미 한번 소원을 성취한 그녀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