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달수는 <방자전>의 변학도 역을 할 뻔했다. “변학도를 포기하고 마노인을 한 게 천만다행이죠. 안 그랬으면 어떻게 송새벽씨의 연기를 볼 수 있었겠습니까.” 오달수는 그때를 떠올리며 참 잘했다고 말한다. “선배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면 후배가 밟고 올라가게 자신의 등을 대줘야 해요. (웃음) 새벽이 나이에 그렇게 연기할 수 있다는 건 깨어 있는 자세의 결과라고 생각하거든요. 머리가 나쁘면 할 수 없어요.” <방자전>의 코믹 히어로였던 과묵한 대구 남자 오달수와 무뚝뚝한 전라도 남자 송새벽은 리드미컬한 사투리로 말을 섞으며 이번에는 <해결사>에 숨구멍을 냈다.
<해결사>의 투캅스, 오달수와 송새벽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둘을 한자리에서 만나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한참 바쁜 이 두 배우의 스케줄이 도통 맞지 않았다. 결국 송새벽을 먼저, 그 다음날에야 오달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상대의 자리를 비워놓고 사진 촬영을 진행하다 사진기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전날 송새벽이 짓던 표정을, 그 몸짓을 오달수 역시 비슷하게 지어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찍기를 지독하게 어색해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 자리에 상대가 어떤 식으로 서 있을지를 마치 자기 그림자처럼 읽어내는 듯했다(더 정확히는 둘 다 사진찍기를 부끄러워해서 그렇겠지만). 송새벽을 날새벽이라고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이 매일같이 촬영 끝난 뒤 기울인 술잔이 서로에 대한 돈독한 애정을 다지는 데 한몫 했음은 물론이다. “(촬영을 마치고) 한두잔 하는 건 좋은 풍토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오달수의 진지한 촬영 후 술자리 예찬론을 듣고 있자면, 낯가리고 말수 적은 이 두 남자가 이렇게 가까워지기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보낸 시간을 가늠할 수 있다.
<방자전>에서 워낙 발군의 유머감각을 선보인 둘이지만 함께 붙는 신은 <해결사>에서야 가능해졌다. “오달수 선배와 단짝 형사 역이라는 데 정말 설렜죠. <방자전> 때 너무 한이 맺힌 거지. 붙어다닐 신이 없다가 이번 현장에서 슛 들어갔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설경구의 권유에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해결사> 출연을 결정했다는 오달수는 “도시가스인데요, 제가 껐습니다”라는 대사로 현장도 시사회장도 웃음바다로 만든 송새벽에 대해 “참 고급스런 코미디를 하는 친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장면은 ***쪽 <해결사> 리뷰 박스기사 참조). “평소에는 애가 굉장히 색시 같고, 이걸 어디다 팔아먹나 싶지만 연기할 때는 판단이 좋아요.” 이런 오달수에 대한 송새벽의 생각은 단순하고 굳다. “그야말로 존경하는 선배님이에요, 존경하는. 연기부터 작품을 대하는 태도까지 배울 게 참 많죠. 자주 보고 싶고. 그래서 전화도 자주 드리고.”
코믹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데 대한 연기자로서의 고민을 둘이 나눌 법하다 싶어 물은 말에 오달수의 답은 단호했다. “새벽이가 여기 있다면 얘기해주고 싶은 게,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거죠. 새벽씨가 지금 다른 거 하면 마이너스입니다. 남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데. 그걸 이미지 때문에 포기합니까. 내 입장도 마찬가지죠. 감독이나 제작자나 실컷 한번 나를 뽑아먹어봐라. 끝까지 한번 가 봐라.” <해결사>가 선보인 환상의 커플. 오달수는 마음으로 하는 메소드 연기를 끝까지 밀어붙일 회심의 영화를 준비 중이고, 송새벽은 곧 크랭크인할 <위험한 상견례>에서 경상도 여자와 사랑에 빠진 전라도 남자 역으로 첫 주연에 도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