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관객은 스토리텔링의 파트너다
2011-12-22
글 : 김도훈
스필버그가 남긴 말말말
<죠스> 촬영장의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의 오랜 인터뷰에서 흥미진진한 말들을 모아서 시간순서대로 배치해봤다. 행간에서 한명의 작가가 성숙해가고, 또 변화해가는 지점들을 읽어보는 건 꽤 재미있는 일이다.

▶ “(<E.T.>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수상에 실패하고) 아마도 나는 절대 오스카 상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즐겁게 영화를 만들 것이다.”

▶ “나는 SF영화의 세실 B. 드밀이 되고 싶다.”

▶ “코폴라의 <대부>를 처음 봤을 때 영화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 절대로 코폴라만한 자신감의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 “내 영화에는 그늘이 있다. <E.T.>와 <죠스>가 특히 그러하다. <레이더스>에도 잔혹할 정도로 그늘진 순간들이 존재한다. 나는 비평가들이 내 영화를 공부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했더라면 내가 <쉰들러 리스트>로 갑자기 그늘진 부분을 드러냈다고 확신하며 떠들어대진 않았을 것이다.”

▶ “그 모든 소름끼치고 트라우마적인 유년기로부터 나는 영화들을 창조한다.”

▶ “내가 만든 많은 영화들은 아마 50년 전에도 (흥행이) 잘됐을 것이다. 내 영화에는 구식 영화의 가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 “나는 내 모든 영화들이 개인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장 개인적인 영화는 <쉰들러 리스트>다. 두 번째로 개인적인 영화는 <E.T.>다. <컬러 퍼플> 역시 개인적인 영화다. 난 꽤 많은 개인적인 영화를 만든 셈이다. 그러나 나의 실제 삶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영화는 아직 만들지 않았고,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오스카상을 수상하며) 내가 이 상을 진짜로 받고 싶었다고 말해도 괜찮은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촬영장의 스필버그(오른쪽).

▶ “(예술적인 영화와 상업적인 영화 사이에서 뭘 만들지 갈등을 겪진 않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그렇다. 하지만 매우 상업적이고 간결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도 그 속에서 예술을 찾아내야만 한다.”

▶ “나 역시 유죄다. <쥬라기 공원>으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게 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는 어떤 장면도 더 이상 경이롭지 않게 느껴지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죠스>를 촬영할 땐 기계 상어가 생각만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무섭게 만들었다. 관객의 상상력에 기댔던 것이다. 오늘날 <죠스>를 다시 만든다면 상어는 CG로 만들 테고 돈도 훨씬 많이 들겠지만 절대 예전 같은 효과가 나진 않을 것이다. 만약 그 시절 CG가 있었다면 나는 상어를 네배 정도 많이 등장시켰을 것이고, 영화는 네배 정도 ‘덜’ 무서웠을 것이다. <죠스>는 관객이 상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무섭다. 그러니 우리는 관객을 스토리텔링의 파트너로서 다시 우리 곁에 복귀시켜야만 한다.”

▶ “가장 값비싼 마약은 헤로인이 아니라 셀룰로이드다. 나는 적어도 2년에 한번씩은 그 주사를 맞아야 한다.”

▶ “시간은 변했다. 처음으로 LA공항에 747이 착륙하던 날, 사람들은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게 인생 최고의 경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시람들은 747을 쳐다도 보지 않는다. 엄청 많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도 마찬가지다. 3년에 블록버스터 한편이 개봉하던 시절은 3주마다 한편씩 개봉하던 시절과는 달랐다.”

▶ “매번 새로운 주제를 다룰 때마다 스타일을 새롭게 발명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힘들다. 모두가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건 마치 꽃가루처럼 저절로 터져나오는 거다. 내 말은, 만약 네가 벌이면 너는 어쨌거나 벌이라는 소리다. 그래도 나는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상자에서 약간은 빠져나오려 애쓴다.”

▶ “요즘 영화하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잊어버린 모양이다. 요즘 영화의 이야기에는 더이상 중간과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 시작을 멈추지 않는 시작만 존재한다.”

▶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로 첫 3D영화를 만든 다음) 3D영화를 만들려면 훈련된 눈이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 없다. 입장료를 50∼60% 올려 받을 생각으로 3D를 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할 줄 모른다. 차라리 3D에 능숙한 감독이나 협력자를 찾는 게 낫다. 3D는 카메라 앞에 새 렌즈를 장착하고 그저 잊어버리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카메라 위치의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3D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