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말하자면 영화계의 ‘셉템버 이슈’쯤에 해당한다. 오스카 특수를 노린 작품 덕에 화제작은 넘쳐나고 어느 작품을 골라도 실패할 확률은 적다. 덕분에 안 그래도 짧은 달이 더 바쁠 예정. 먼저 오스카 최다부문 후보작 마틴 스코시즈의 <휴고>(개봉 3월 예정)와 <아티스트>(개봉 2월16일)의 위용부터 살펴본다. 각각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11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화제의 작품. <휴고>는 1930년대 파리의 기차역에서 시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휴고를 그린 판타지물. 프랑스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의 종말의 시대,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에게 닥친 좌절과 사랑찾기로 연말 시상식의 최대 수혜자다. <휴고>가 스코시즈에게 “앞으로 3D만 찍겠다”고 선언하게 만든 3D 결정판이라면, <아티스트>는 무성 흑백영화를 새롭게 변주한 향수 유발작이다.
무소불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워 호스>(개봉 2월9일)도 오스카 시즌 개봉작에 올라 있다. 작품상, 촬영상, 미술상, 음악상, 음향상, 음악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작. 형제처럼 각별한 우정을 나눴던 소년 알버트와 그의 말 조이가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이별을 맞고 다시 재회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원작에 감동받아 이 영화에 착수했다는 스필버그는 이미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전쟁물과 비교불가를 선언했다. 전쟁은 배경일 뿐, 결국 가족 같은 인간과 동물의 교감이라니. 대략 <E.T.>의 감동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각축전에 불을 지필 두 영화도 개봉한다. 게리 올드먼의 첫 오스카 수상 도전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개봉 2월9일)와 조지 클루니 주연의 <디센던트>(개봉 2월16일)가 개봉작 리스트에 올라 있다.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렛미인>의 토마스 알프레드슨이 연출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내부의 적을 잡기 위한 냉전 최대의 첩보전을 다룬 스릴러다. <사이드웨이>의 알렉산더 페인이 연출한 <디센던트>는 예기치 않은 아내의 사고와 연이은 가족문제에 직면한 가장의 이야기다.
역사 속 인물의 부활도 지켜볼 만하다. <철의 여인>(개봉 2월23일)은 영국 최초 여성 총리 마거릿 대처의 일생을 영화화한다. 대처가 불러일으킨 정치적 갈등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마거릿 대처는 호평 속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색없다는 평가다. 시대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를 영화화한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개봉 2월23일)은 1956년 영화 <왕자와 무희> 촬영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 마릴린 먼로가 촬영장에서 만난 조감독 콜린과 함께한 은밀하고도 비밀스러웠던 일주일을 다루고 있다.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마릴린 역에 캐스팅된 미셸 윌리엄스에 대해 ‘죽은 마릴린 먼로가 환생한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니 기대해볼 만하다. 2, 3월 한정 개봉이다. 놓치면 너도 나도 손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