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고릴라에게 올인한다
2013-01-15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미스터 고 3D> 김용화 감독

출연 서교, 성동일 / 제작 덱스터필름, 컨텐츠아이 /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 개봉예정 7월

모두가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미스터 고 3D>를 말한다. 그동안 <킹콩> <혹성탈출> 등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인원 캐릭터를 한국영화의 주연배우로 만나게 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전체 영화의 90%가 VFX(영상특수효과), 한국의 내로라하는 영화 기술 스탭들이 대거 참여한 <미스터 고 3D>는 진화를 거듭하는 한국 특수효과 기술의 최전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게다가 제작비만 225억원, 그중 4분의 1을 중국의 메이저 제작사 화이브러더스(약 53억원)가 조달했으며 중국 본토 5천여개 스크린에서 개봉을 확정한 <미스터 고 3D>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한국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대형 프로젝트의 수장은 김용화 감독이다. 어쩌면 거대한 도박처럼 느껴질 법한 <미스터 고 3D>의 기술적, 상업적 도전에 희망을 걸어보게 되는 건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김용화 감독의 대중적인 스토리텔링 감각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개척 중인 당사자의 속마음을 어느 누가 짐작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과연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멘탈붕괴’만 수차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미스터 고 3D>를 만들고 있다는 김용화 감독을 경기도 파주에 자리한 제작사 덱스터필름에서 만났다.

-후반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전체의 25~30% 정도 했을까. 2012년 1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1년 됐네.

-처음 <미스터 고 3D>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쉽지 않은 작품이 될 거라 생각했다. 고릴라가 주인공일뿐더러 그 동물이 사람과 야구도 한다니.
=그렇지.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가 내 동창인데, 그 친구가 4년 전에 나에게 아이템을 가져왔을 때는 못한다고 고사했었다. 고릴라가 프로야구단을 한다는 아이템은 양날의 검이다. 처음 얘기를 들으면 너무 재미있는 소재 같은데, 10초만 생각해보면 에이, 그게 무슨 영화야 싶으니까. 그런데 그 고릴라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어떤 지점이 마음을 움직였나.
=평소에 인간이 동물 중 가장 불행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첫째로 사람은 자기가 동물이란 걸 인정하지 못한다. 두 번째로 만족하지 못하고, 세 번째로 현재도 잘 못 사는 주제에 미래를 본다. 이런 점을 언젠가 한번 어른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미스터 고 3D>의 감독 제안이 들어왔다. 심플하게 말하면 이거다. 동물과 인간이 같은 곳을 바라보다가 충족되지 않는 욕망 때문에 인간이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인간의 뒤에 있던 고릴라는, 늘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허영만 작가의 만화 <제7구단>이 원작이다. 원작을 얼마나 반영했나.
=허영만 선생님이 기분 나빠하실 수도 있겠지만, 원작 만화를 20페이지 이상 안 읽었다. 반영한 이야기는 한줄이 전부다. 고릴라가 프로 야구단에 들어온다는 것. 인기 만화를 영화화할 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에피소드라고 해서 정서적인 검증을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오류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만화 <제7구단>은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프로야구 용병 문제, 상업화를 예견하는 등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적인 면모를 보였다. <미스터 고 3D>의 정서적인 톤은 어떤가.
=나는 처절한 비극이라고 생각하고 만드는데, 편집본을 보신 분들은 코미디라 생각하더라. 나 역시 가장 큰 비극은 가장 큰 희극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웃을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다. 전작에서 영화적으로 다른 노림수를 가진 코미디를 구사했다면, <미스터 고 3D>는 유머를 플롯이나 상황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한국형 고릴라는 어떤 모습일까.
=고릴라가 두 마리 나오는데, 그중 투수로 영입되는 레이팅이란 고릴라는 <혹성탈출>이 그랬듯 굉장히 의인화된 모습으로 묘사될 거다. 기민하고 빠르며, 사람을 노려본다. 인간처럼 자기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안 하는 거지. 가장 잘 표현하고 싶었던 대상은 타자로 나오는 고릴라 링링이다. 생각과 행동이 반할 때 오는, 정말 고릴라다운 면모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움이 있거든. 그걸 찾아내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이 영화의 VFX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체의 90%가 VFX 분량이다. 현재 한국 입체 3D 파트의 최고 실력자들이 <미스터 고 3D>에 전부 모여 있다. 이 친구들이 대단한 것이 동물 털의 움직임이나 라이팅의 느낌 등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존의 프로그램을 우리가 원하는 느낌으로 개조해 사용한다. 이 진행 과정을 보고 해외 전문가들도 “한국 VFX에 있어서는 <미스터 고 3D> 이전과 이후가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이렇게 한 작품을 두고 150명 이상의 크루가 같은 회사에 모여서 작업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픽사, ILM 같은 유수의 스튜디오가 가진 시스템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고, 덱스터필름을 설립한 지 1년 정도 된 지금은 시스템이 안정된 느낌이다. <미스터 고 3D>로 그치지 않고 이 회사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국 메이저 제작사 화이브러더스가 약 53억원을 투자했다.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4~5년 전 펑샤오강 감독님 집에 초대받았을 때 화이브러더스의 왕종레이 사장을 처음 만났다. <미녀는 괴로워>를 중국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한다며, 기회가 되면 한번 합작을 시도해보자고 하더라. 내 입장에서는 예산이 150억원 이상 넘어가는 영화를 만든다면 감독이 일정 부분 시장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중국과 한 시장을 만들지 않으면 도저히 만들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왕종레이 사장을 찾아갔다. “나 정말 아무도 안 만나고 화이로 곧장 왔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합작하자”며 오케이를 했다.

-<CJ7: 장강7호> <별이 빛나는 밤>의 중국 여배우 서교가 주연을 맡았다.
=화이쪽의 추천을 받았다. 그들이 운영하는 매니지먼트의 배우도 아닌데 추천을 하더라. 지금 <미스터 고 3D>의 웨이웨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는 중국에서 기껏해야 두명 정도일 것이고, 그중에서도 서교를 추천한다고. 직접 만나보고는 정말 놀랐다. 열다섯살의 앳된 소녀이면서 나이에 비해 상당한 감정적인 깊이가 있는 모습이 웨이웨이 캐릭터에 잘 맞겠다 싶었다. 아마 이 친구가 스무살쯤 되면 중국을 호령할 여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고릴라 링링과 레이팅이 맞설 야구장면들은 어떻게 구현할 건가.
=야구장면은 모두 다 기대해도 좋을 거다. 무빙의 끝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정말 역동적으로 촬영했다. 카메라를 멀리서 줌인해서 찍는 게 아니라 직접 야구장에 깊숙이 들어가서 찍었고, 운동장을 날아다닐 수 있는 레이캠, 헬리캠 등을 공수했다. 예를 들면 레이팅이 던지는 공이 시속 200km인데, 그 속도감을 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다이내믹하게 화면에 담아내려 애썼다.

고릴라 야구 선수 링링, 쳤습니다!

열다섯 소녀 웨이웨이는 서커스단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고릴라 링링과 단둘이 남겨진다. 야구광이었던 할아버지 덕분에 링링은 탁월한 야구실력을 갖게 되고, 이들의 사연을 들은 한국의 야구 에이전트 성충수(성동일)는 링링을 한국 프로 야구단에 입단시키려 한다. 웨이웨이는 한국에서 성공해 귀향하겠다는 꿈을 품은 채 링링과 함께 한국으로 향한다. 한국 프로 야구단의 타자가 된 링링은 뛰어난 실력으로 슈퍼스타가 되고, 고릴라의 스타성을 인식한 상대 구단은 투수로 레이팅이라는 고릴라를 영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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