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미정 / 제작 뱅가드스튜디오, 다세포클럽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하반기
외계 생명체에 감염된 괴물개가 도심을 습격한다. 즉각적으로 <괴물>과 <7광구>의 무시무시한 괴수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이 영화를 신정원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정이 좀 달라진다. <시실리 2km> <차우> <점쟁이들>을 통해 기괴한 캐릭터, 엇박자 유머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구축한 신정원 감독은 괴수 어드벤처물이었던 “<차우>의 완결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더 독>을 구상했다고 한다. 괴물로 변모하는 개가 불도그라는 점부터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을 팍팍 풍기는 이 영화의 밑그림을 시나리오 작업 중인 신정원 감독에게 물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1월15일경까지 작업할 예정이다. 원래 지난해 12월에 촬영에 들어가려 했는데, 작업이 잘 안됐다. 몸도 정신도 좀 아파서. 촬영은 3~4월쯤에 시작하려 한다.
-계기가 있었나.
=그런 건 아니고, 쌓여왔던 게 한꺼번에 빵 터진 것 같다. <차우>할 때 미국 가서 작업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있고, <점쟁이들>은 몸이 힘들었다. 강원도 태백, 정선 등지에서 찍다보니 정말 추웠다. 원래 <점쟁이들>을 마치고 바로 <더 독> 촬영에 들어가려 했는데, 아마 그때 시작했으면 죽었을 거다. (웃음)
-예전 인터뷰를 보니 <더 독>은 전작들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어두운 영화가 될 거라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내가 진정 좋아하는 작품을 한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점쟁이들>을 찍고 돌아왔더니 그 느낌을 많이 잊어버렸다. 그래서 다시 시나리오를 만지면서 처음의 마음을 떠올리려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영화의 요소들이 많이 들어갈 거다. <터미네이터> 시리즈,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들. 그들의 영화를 보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었다. 외계에는 어떤 존재가 살고 있을까, 그들이 지구에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싸우게 될 것인가? 미지의 존재를 생각할 때 아주 단순하게 먼저 떠올리는 질문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외계 생명체에 감염된 개와 마약상의 대결이 <더 독>의 주요 내용이다. <차우> <점쟁이들> 같은 전작에서 사악한 존재는 결국 인간의 욕망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외부에서 비롯된 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외계 생명체에 감염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인간의 욕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보이저호가 해왕성 근처에서 채취한 정체불명의 물질이 재수없게 한국에 떨어진다는 설정이거든. 스티븐 호킹이 우주로 신호를 보내지 말라고 늘 말하지 않나. 위험하다고. 접촉을 해서는 안되는 존재들도 있는 거다. 그들끼리 잘 살고 있는데, 굳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건 인간의 욕망 때문 아닌가.
-많은 동물들 중에서 굳이 개를 선택한 이유는.
=사람과 동반자적 존재라 감정이입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외계 생명체에 감염되는 개가 마약상이 키우던 개인데, 나중에 괴물이 된 개를 보면서 마약상이 자기가 키우던 개라는 걸 알지는 못하지만 묘한 교감을 느낀다. 그런 미묘한 관계를 표현하기에도 개라는 동물이 적합했다. <차우>의 멧돼지는 사람들이 실제로 볼 기회도 거의 없었잖나. (웃음) 사실 그때 멧돼지를 선택하고 후회를 많이 했다. 멧돼지의 불규칙한 움직임과 털의 흔들림을 CG로 구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물론 개도 쉽진 않겠지만.
-어떤 종을 롤모델로 삼을 건가.
=무시무시한 개라면 보통 도베르만 같은 종을 떠올리는데, 좀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똥개나 삽살개를 염두에 뒀는데, 이들은 캐릭터성이 없더라. 그래서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불도그다. 보통 희화화의 소재로 불도그를 떠올리곤 하는데, 이런 개가 괴물이 된다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다.
-개의 특성을 살린 액션 신들이 있을 거다. 어떤 장면들을 생각하고 있나.
=사실 개로서는 가능한 액션이 별로 없다. 갯과가 할 수 있는 액션이란 게 입으로 물고 할퀴는 정도다. 원숭이들은 잡고 던지고, 기어오르기도 하는데. 그래서 외계 생명체에 감염되면서 조금씩 개의 본질적 특성이 변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개인데도 벽을 기어오르고 하는 느낌들. 개의 본성과 외계 생물의 본성이 충돌하는 지점도 많이 나올 거다.
-<차우> 때는 멧돼지가 인간과 직접적으로 싸우는 장면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는 어떤가.
=시골에서 찍으면 사실 액션이 좀 심심해지는 면이 있다. 주위에 지형지물도 없고. 이번 영화는 도심에서 촬영하려 한다. 도시에서 찍으면 시도해볼 수 있는 액션이 무궁무진하지 않나. 차로 추격도 할 수 있고. 하수구도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물론 제작비를 고려해야겠지만.
-예상하는 제작비는 어느 정도인가.
=총제작비로 70억~8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차우>를 끝내고 기술적인 표현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종종 말해왔었는데, <더 독>에서는 어떤 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시도하려 하나.
=당시에는 기술적인 노하우가 너무 부족했다. 게다가 멧돼지를 선택했기 때문에 털 하나하나를 프로그래밍해서 만드는 과정도 보통 일이 아니었고, 일종의 모형인 애니매트로닉스를 조정하는 데도 공정이 오래 걸렸다. 이번에는 풀3D로 개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기술력이 그걸 뒷받침할 여건도 마련된 것 같고. VFX는 디지털 아이디어가 맡는다.
-전작들에서 캐릭터들의 앙상블이 매력이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인물들이 등장할 예정인가.
=이번에도 다섯명 정도가 메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개 주인인 마약상, 개의 주인을 쫓는 경찰, NASA 연구원, 그 연구원을 돕는 한국계 CIA 요원, 여기에 하수구를 강남에서 가장 잘 뚫는 애가 등장한다. (웃음) SF영화 주인공들처럼 폼 잡을 생각은 없다. 정말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리얼한 인물들로 그려보려 한다. 영화를 보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거다.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를 쫓아라
투견 도박이 열리고 있는 경기도 인근의 한 하우스에 미국 정부의 위성이 떨어진다. 거대한 난장판이 된 도박장에서 도박 조직의 2인자 갈장동의 개가 무엇인가에 감염되고, 개의 모습이 변해가자 한국 정부는 NASA의 우주미생물 전문가 김나영 박사를 투입한다. 어느덧 괴물로 변한 개는 철창을 부수고 탈출해 갈장동의 아지트를 습격한다. 다이아몬드를 물고 사라져버린 개를 쫓는 갈장동과 비리경찰 송 형사, 미국에서 이루지 못한 우주미생물연구를 실현하려는 김나영 박사는 개의 흔적을 쫓아 지하세계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