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청춘을 산다 악으로 깡으로
2013-01-15
글 : 주성철
<깡철이> 안권태 감독

출연 유아인, 김해숙, 정유미, 김정태, 김성오, 이시언 / 제작 시네마서비스, 오름픽쳐스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상반기

완득이가 아니라 깡철이다. 최근 대선을 둘러싸고 트위터상에서 ‘개념 배우’ 등의 수식어로 화제가 됐던 유아인은 “오늘 밤에는 부산에 <깡철이> 촬영하러 갑니다. 생계의 저변에 정치가 완벽하게 침투해 있다는 사실 잊지 않으며 내 일에 집중하겠습니다”라는 멘션을 끝으로 촬영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유아인이 연기하는 강철은 뜻하지 않게 세상의 때를 묻히게 되고, 자신의 삶이 주변인에 의해 저당잡힌 현실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돌아오지 못할 사지로 걸어들어가며 자기 안에 내재돼 있던 폭력성을 발견한다. 어쩌면 <완득이>의 완벽한 반대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원빈, 신하균 주연의 <우리 형>(2004)으로 데뷔한 안권태 감독은 도중하차했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2008) 이후 다시 자신의 고향 ‘부산’으로 돌아왔다. 어디까지나 다시 ‘청춘’과 ‘성장’의 이야기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대가가 커 보이는 성장통이다. 그는 <깡철이>에 대해 거의 카피라이터 수준으로 정리해줬다. ‘차압당한 청춘이 자신의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발견하는 청춘 누아르.’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낡고 투박한 것들을 모아 파릇한 청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편견은 고정관념에서 출발한다. 모든 것을 뚫는 관통선은 진정성에 있다. 성은 강, 이름은 철, 강철 같은 청춘 깡철이… 진정성이 있다.”

-맨 처음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 혹은 자연스레 떠올랐던 이미지가 있다면.
=묵혀둔 아이템 중 하나였다. 준비하던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다 머리를 식힐 겸해서 <깡철이> 시놉시스를 트리트먼트화했다. 금방 100매가 넘어갔고 곧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지라면 내가 자라며 보아왔던 낡고 익숙한 풍경들을 떠올렸다. 난 공간이 머릿속에 장악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는 편이라 내가 알고 있는, 혹은 보았던 장소들을 떠올렸다. 바다, 목욕탕 굴뚝, 영도, 그리고 산복도로와 비탈을 타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짜 산토리니 집들, 멀리서 보면 예쁘지만 가까이서 보면 더러운 것들. 그 공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건강한 청춘과 사람들.

-‘유아인과 김해숙’이라는 조합에서 자연스레 <우리 형>의 ‘원빈과 김해숙’이 떠오른다.
=이것저것 붙이지 말고 간단히 한줄로 정리하자면, 이번엔 남편 같은 아들과 아내 같은 엄마의 이야기다.

-유아인의 강철은 어떨까.
=유아인은 현장에서 배려심이 깊고 사려 깊다. 굉장히 섬세하며 절대로 즉흥적이지 않고 신중하다. 동시에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청춘이다. 그의 고민과 생각들이 바로 ‘깡철이’의 삶 속에도 공존하고 있다. 유아인의 깡철이는 분명한 개성이 있을 것이다. 유아인이 깡철이를 하면 어딘가 다를 것이다.

-<우리 형>에도 출연했던 김해숙, 김정태는 이후 한국 영화계의 중요한 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김해숙 선생님은 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깡철이>를 함께하게 됐을 때 날 꼭 껴안고 눈물을 보이셨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존경한다. 김정태는 동기이자 친구다. 그가 이 작품에 보인 애정은 내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고맙고 소중한 존재들이다. 오히려 그들의 훌륭한 필모그래피에 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유미는 꼭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배우다. 캐스팅이 확정되고 조감독들과 미소를 나누었다. 김성오는 휘곤에 대한 연구와 준비로 날 감동시켰다. 처음의 생각보다 독특한 휘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시언은 3년간 관찰하고 뽑은 배우다. 밝고 활기차며 동시에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한다. 그의 첫 영화 현장인데 좋은 계단을 만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송영창 선배님과 함께해 기쁘고 감사하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 ‘부산’이라는 로컬성이 바탕에 깔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우리 형>에 이어 <깡철이>도 그와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듯하다.
=내게 부산은 고향이지만 동시에 핸디캡이기도 하다. 난 <친구>의 조감독 중 하나였으며 <우리 형>으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그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고민했지만 그건 가족과 비슷한 거라고 결론내렸다. 설사 죽어 사라진다 해도 부모형제는 영원한 부모형제이듯 굳이 이 그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을 접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로케이션을 꼼꼼히 찾아다녔다. 이왕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면 부산이 제대로 보이는 장소들이 필요하니까. 영도, 산복도로, 송도, 감천항, 5부두, 해운대, 용궁사, 동래, 남부민동 등 단순한 배경만이 아닌 영화의 또 다른 캐릭터로 작용하길 바랐다. 모든 장소는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선택됐다. <깡철이>에서 세트는 단 한곳도 없다.

-누아르 장르로서 액션적인 부분 등 스타일이 어떨지 궁금하다.
=늘 새로운 촬영과 액션을 원하기 때문에 스탭들의 고민도 깊다. 이형덕 촬영감독과는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촬영 전 90% 이상의 로케이션을 찾아놓았기 때문에 그가 합류하자마자 2주간의 시나리오 회의를 마치고 바로 부산으로 내려와 현장에서 사전 콘티 작업을 했다. 드라마에 대한 해석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다. 박영식 무술감독은 계속 고민하며 진화하고 있다. 난 그에게 무리한 요구를 많이 했지만 단 한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으며, 드라마가 함께 진행되는 액션을 항상 우선순위로 둔다. 고마움을 표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있다. 홍승진 미술감독은 감독이 원한다면 달도 따줄 사람이다. (웃음) 그가 미술 컨셉을 잡으며 만들어준 짤막한 동영상은 내게 많은 영감을 줬다. 박정우 조명감독과 팀원들의 빠른 진행과 유연한 대처, 김지환 동시녹음기사의 디테일하며 책임감있는 작업과정, 임철우 조감독을 비롯한 연출부들의 조언, 고두현 PD를 비롯한 제작팀의 노고, 아울러 이민호, 한성구 대표와 백선희 이사, 시네마서비스와 CJ, 우리 모두는 한곳을 보며 가고 있다. 그리고 지면을 빌릴 수 있다면 ‘철우야, 결혼 축하한다!’ (웃음)

사람 좀 죽여줄래?

부두에서 하역작업을 하며 투병 중인 엄마(김해숙)와 살아가는 강철(유아인)은 긍정적이고 밝고 활기찬 청춘이다. 삶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그에게 조직폭력배인 상곤(김정태)의 유혹이 다가오는데, 그를 정면돌파하려는 강철을 세상은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그러다 부산으로 여행을 온 수지(정유미)를 만나게 되고 단 한번도 남에게 드러내지 않았던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며 멈춰버린 자신의 청춘과 사랑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친구인 종수(이시언)가 휘곤(김성오)의 계략에 말리며 위기에 처하게 되고 설상가상 투병 중인 엄마마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상곤은 강철에게 종수의 목숨과 엄마의 수술을 담보로 거래를 제시한다. 바로 사람을 죽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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