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다
2013-07-09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국제시장> 윤제균 감독-크랭크인 임박

제작 JK필름 / 감독 윤제균 / 촬영 최영환 / 미술 류성희 / 의상 권유진 /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크랭크인 8월10일 / 개봉 2014년 하반기

시놉시스 덕수(황정민)의 가족은 흥남 철수 때 부산 국제시장에 내려온 피난민이다. 전쟁통에 아버지를 잃은 덕수는 졸지에 어머니와 두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게 됐다. 동생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린 채 친구 달구(오달수)와 함께 서독의 탄광으로, 베트남전으로 뛰어들어야 했던 덕수. 덕분에 사랑하는 아내 영자(김윤진)를 만날 수 있었고, 토끼 같은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지만, 그의 인생에서 ‘그’는 한번도 없었다.

해운대의 마천루가 부산의 현재를 상징한다면 중구에 위치한 국제시장은 부산의 과거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해운대>(2009)에서 쓰나미로 마천루를 집어삼켰던 윤제균 감독이 다음 행선지로 <국제시장>을 선택한 건 그래서 흥미롭다(원래 준비하고 있던 할리우드 합작영화 <템플 스테이>는 여러 이유로 <국제시장> 다음으로 미뤄졌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로 알려졌던 <국제시장>은 한국전쟁부터 지금까지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덕수(황정민)라는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가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했던 그 시절 그 남자를 통해 윤제균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해운대>에서 물 CG와 사투를 벌였던 그가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의 국제시장을 어떻게 펼쳐낼까. 크랭크인을 눈앞에 두고 프리 프로덕션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윤제균 감독을 만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었다.

-<해운대> 이후 거의 4년 만의 연출 복귀작이다. 현재 진행 사항은 어떤가.
=주연배우 캐스팅과 스탭 구성을 완료했다. 시나리오 최종고도 나왔다. 부산 국제시장 헌팅도 끝났다. 현재 콘티 작업 마무리 단계다. 프리 프로덕션의 80%가 끝났다.

-오랫동안 <템플 스테이>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해운대>가 개봉하고 난 뒤 프로젝트 두개를 동시에 준비했다. 하나가 <템플 스테이>이고, 또 다른 하나가 <국제시장>이었다. <템플 스테이>는 시나리오가 다 나왔지만 미국에서 준비해야 할 작업이 아직 남았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국제시장>부터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제시장> 역시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아이템이다.
=감독으로서 해야 하는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은 작품도 있다. <국제시장>은 데뷔작 <두사부일체>(2001)를 찍을 때부터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7, 8년 전부터 기획을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지난해 마음에 드는 초고가 나왔다. 그때부터 <퀵>과 <스파이>(가제)를 작업한 박수진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만 1년 넘게 작업했다.

-이 프로젝트의 어떤 점이 당신의 마음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나.
=대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금 40대 중반인 내게 아버지 세대를 떠올려보면 딱 두 단어로 정리가 되더라. 땀과 희생. 평생 가족과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그들이다. 우리 세대나 우리보다 어린 세대는 그들의 땀과 희생을 잘 모를 것 같아 영화를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교훈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윤제균의 스타일대로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덕수라는 남자다. 그의 인생이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펼쳐질 거라고 들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잃은 덕수가 엄마와 두 동생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서독 탄광에 들어가고,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 어떤 블록버스터보다 더 다이내믹한 사연이 될 것 같다.

-세 인물 중 주인공 덕수 역을 연기할 황정민의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전작이 사건 중심의 이야기였다면 <국제시장>은 사람 중심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예전에도 인물의 희로애락을 다루긴 했으나 이야기가 사건 중심으로 전개되다보니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데 영화적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번에는 덕수라는 남자의 사연에 집중하는 이야기고, 사람 냄새를 좀더 부각하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황정민씨가 흔쾌히 출연을 승낙했다.

-덕수를 통해 바라보는 한국 현대사는 어떤 모습인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겠는데, 나는 좌도, 우도 아니다. 그렇다고 정치에 아예 관심이 없는가, 그것도 아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한국 현대사를 새로 공부했다. 아마도 영화 속 현대사는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구분될 것 같다. 경제성장이 화두였던 한국전쟁부터 1980년대 이전까지와, 민주화가 화두였던 19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말이다. 이 두 시기를 관통하는 덕수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려내고 싶다.

-김윤진과 오달수가 황정민과 함께 이야기를 끌고 간다.
=(김)윤진씨는 달수의 아내 영자를 연기한다.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출연하겠다고 해서 감사하다. (오)달수 선배는 덕수의 평생 친구인 달구 역을 맡았는데 재미있는 인물이다. 나머지 조연은 캐스팅 중이다.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세 배우와 작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만 잘하면 된다.

-세 배우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연기해야 한다.
=과거에도 CG나 특수분장의 도움을 받아 노인 연기를 한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기존의 기술력을 뛰어넘어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관객이 노인 분장을 한 배우를 보고 CG나 특수분장인 걸 모르도록 할 계획이다. 그래서 <007 스카이폴>을 작업한 덴마크 특수분장팀이 합류했다.

-세 배우에게 따로 주문한 것이 있나.
=딱 한마디만 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연기했으면 좋겠다.” 나도 진정성을 가지고 연출하겠다. 우리의 진심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웰메이드하게 만들어보자 했다. 나이가 드니까 어떤 마음으로 연출하고, 연기하는지 이제는 조금씩 보인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국제시장’이 될 것 같다.
=전작 <해운대>가 쓰나미라는 스펙터클한 비주얼을 보여줘야 했다면 <국제시장>은 지나간 것을 정확하게 소환하는 게 기술적인 목표다. 준비하다보니 <해운대>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류성희 미술감독이 그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분의 고증이나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1950, 60, 70, 80년대 국제시장을 시대별로 재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정 시대가 아니다보니 그려야 할 세트 도면만도 수십장, 아니 수백장이 넘는다. 속된 말로 류성희 미술감독이 죽으려고 한다. 그리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등 수많은 영화에서 의상을 책임졌던 권유진 감독 역시 시대별 의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영환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권유진 의상감독 등 최고의 스탭들이 모였다.
=누가 그러더라. 스탭만 놓고 보면 레알 마드리드라고. 이번 영화에서 바라는 게 있다면 촬영감독이 촬영상을, 미술감독이 미술상을, 의상감독이 의상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감독인 나만 잘하면 된다.

-<해운대>에 이어 부산 지명을 제목으로 썼다.
=부산이 고향이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웃음) 촬영은 부산 일대에서 주로 진행하는데, 덕수와 영자가 만나는 장면은 독일에서 찍는다. 그리고 곧 체코에 헌팅하러 간다.

-전작에서 보여준 윤제균식 소소한 유머도 나올 것 같다.
=시나리오만 보면 <해운대>보다 훨씬 웃기다. 사람이 어디 쉽게 변하겠나. 지금까지 비장하게 얘기했는데, 무거운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촬영이 눈앞이다. 어떤가.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닌데, 배우, 스탭 모두 처음 만난 사이다. 오랜만에 하는 연출이라 벅차기도 하지만 긴장도 많이 된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정말 잘 만들고 싶다. 중/장년층 관객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는 그 시대의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 전 연령층을 감싸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한줄 감상 포인트
부산의 가장 화려했던 과거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국제시장>의 국제시장

부산시 중구 신창동에 있지만 근처의 남포동, 광복동까지 아울러 국제시장이라 불린다. 해방 직후 국제시장 자리에 전시 물자를 사고 파는 장터가 생기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한국전쟁 때 미군의 군용 물자, 부산항으로 밀수입된 온갖 물건들이 국제시장을 거쳐 전국 각지로 공급됐다. 피난민들이 이곳에 정착해 장사를 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흥남 철수 때 아버지를 잃은 덕수 가족 역시 그렇게 국제시장에 정착했다. 윤제균 감독은 “국제시장의 1950, 60, 70, 80년대 각각의 시대 풍경을 재현하는 게 관건”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던 <해운대>의 쓰나미 작업보다 어떤 점에서는 더 어렵고 힘들다고. 윤 감독은 “쓰나미는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었다. 반면 국제시장은 아직도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대별 국제시장이 얼마나 시끌벅적하게 펼쳐질지는 류성희 미술감독을 비롯한 최영환 촬영감독, 권유진 의상감독 등 영화의 비주얼을 맡고 있는 이들의 호흡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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