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중년의 성, 사랑, 그리고 삶
2013-07-09
글 : 송경원
사진 : 백종헌
<관능의 법칙> 권칠인 감독-크랭크인 임박

제작 명필름 / 감독 권칠인 / 촬영 이형덕 / 음악 박인영 / 미술 이목원 / 편집 김상범 / 출연 미정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크랭크인 7월 중순 / 개봉 하반기

시놉시스 이혼 뒤 새로운 사랑을 불태우는 해영, 아들을 유학 보내고 남편과 제2의 신혼을 즐기는 미연, 오랜 연인과 헤어지고 연하의 남자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신혜. 40대 여성의 일과 사랑, 성에 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숫자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삶을 강제할 때도 있다. 마음은 여전한데 해선 안될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사소한 일 하나에도 습관처럼 눈치를 보는가 하면 ‘나이답게’라는 말을 되뇌며 수시로 욕망을 억눌러야 하는 현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40대도 사랑을 한다는 것, 40대도 가슴이 설렐 수 있다는 것, 40대도 온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섹스를 꿈꾼다는 것. 살아 있는 한 욕망은 시들지 않는다. 그런 척할 뿐이다. 권칠인 감독의 신작 <관능의 법칙>은 분명 존재함에도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40대 여성들의 사랑과 일, 그리고 성(性)을 허심탄회하게 펼쳐놓는 영화다.

<관능의 법칙>은 명필름이 제작을 맡았고 2012년 제1회 롯데시나리오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수아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시나리오에 걸맞은 감독을 물색하던 중 첫 번째로 꼽힌 권칠인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겼다. <싱글즈>(2003), <뜨거운 것이 좋아>(2007), <참을 수 없는>(2010)까지 여성의 삶과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어떤 의미에서는 이수아 작가의 시나리오가 마치 그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딱 들어맞아 신기할 정도다. 서른이 코앞인 싱글 남녀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풀어냈던 <싱글즈>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화려한 싱글을 외치던 그녀들이라면 여전히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일에 매달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권칠인 감독은 “나에겐 익숙했던 이야기였고 그간 미진했던 부분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장르적인 재미와 현실감이 잘 조화된 이야기도 마음에 들었다”며 시나리오와의 첫 대면을 회상했다.

그는 여성의 삶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흥미를 느끼는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첫 번째는 남들이 잘 안 하더라는 점, 두 번째는 현실을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거짓말을 좀 덜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이야기들에 끌리는 이유”라고 밝혔다. 사실 40대 여성의 삶과 성을 정면으로 다루는 건 한국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선택이다. 특히 이번 영화 <관능의 법칙>은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그동안 쉽게 접하지 못했던 중년 여배우들의 완숙미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40대 여배우 세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내 기억으로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간 한국 영화계에서 배우들의 수명에 한계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중견 여배우들이 설 자리는 더욱 협소했다. 연기력에 비해 저평가되는 부분도 많고. 개인적으로 내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어느새 여성영화 전문 감독이란 타이틀이 자연스러운 권칠인 감독의 여성에 대한 이해는 관심에서 출발하여 애정으로 끝을 맺는다. 남자 감독으로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노하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마디로 “소통”이란 현답을 내놓았다. “제일 많이 의지하는 건 배우들이다. 캐릭터에 관한 한 배우들이야말로 그 영화에서 제일 전문가니까. 무조건 자주 만난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술도 자주 마시고. 그러다보면 캐릭터의 모양이 저절로 잡힐 때가 있다.”

그녀들의 솔직한 모습을 그려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불안감이 없는 듯 보였지만 정작 권칠인 감독의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관능의 법칙>이라는 제목을 듣고 맨 처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 관능이란 표현 자체가 지닌 성숙하고 진득한 느낌이 혹여 노골적인 성에 대한 묘사로 오해받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싱글즈> 때도 ‘살짝 건드려도 넘어간다’는 등의 마케팅 문구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청소년 관람불가가 당연한 거지만 어른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의 말처럼 솔직한 것과 노골적인 것은 다르다. <관능의 법칙>은 40대의 솔직한 성과 욕망을 이야기하는 영화이지 성을 대상화하려는 영화가 아니다. 숨기지도 과장하지도 않는 중년들의 성, 사랑, 삶을 다루는 영화다. 권칠인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일상 속의 로망으로 위안과 위로를 건네는 공감의 영화”가 될 것이다.

한줄 감상 포인트
<싱글즈> 이후 10년.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 스크린 앞에 선 40대 여배우들의 진짜 매력에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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