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배수진을 치고!
2013-07-09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음모자> 이경미 감독-크랭크인 임박

제작 영화사 거미 / 감독 이경미 / 출연, 스탭, 배급 미정 / 크랭크인 가을 / 개봉 미정

시놉시스 지방의 어느 소도시. 총선 기간이라 시내가 꽤 시끌벅적하다. 중학교 3학년짜리 딸을 하나 둔 정치인 부부는 선거 유세에 한창이다. 매일 판세가 달라지는 까닭에 부부의 신경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롭다. 선거 열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어느 날, 부부의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살해된다. 소식을 들은 부부는 선거 승리와 딸을 죽인 범인 검거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이경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해 준비했던 <여교사>가 아닌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던 까닭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목은 오늘 정할 거예요. 가을에 촬영 들어갈 거예요. 내용이요? 정치인 부부가 총선 유세 도중 딸이 납치당하는 이야기예요.” 정치인 부부가 주인공이라면 정치 드라마? 아니면 납치당한 딸을 찾는 범죄 스릴러?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에서 전대미문의 캐릭터 양미숙(공효진)을 만든 감독이라 어떤 이야기인지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미쓰 홍당무> 이후 약 5년 만에 차기작을 내놓는 이경미 감독을 시나리오 작업 합숙 중인 서울 시내의 한 레지던스 호텔에서 만나 신작 <음모자>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지난해 <여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여교사>의 여러 플롯 중 납치사건으로 딸을 잃은 엄마의 이야기가 있다. 박찬욱 감독님이 그 플롯을 정치인 부부가 총선 유세 도중 딸을 납치당하는 방향으로 써보라고 조언해주셨다. 흥미로운 방향인 것 같아 그쪽으로 가닥을 잡고 시나리오를 다시 썼다. 그게 <음모자>다.

-선거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배경인가.
=자식이 납치된 뒤 살해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치인의 광기에 불을 지를 수 있는 건 선거뿐인 것 같다. 지지율이 시시각각 엎치락뒤치락하는 선거 전쟁에서 이겨야 하고, 자식을 납치해 죽인 범인도 찾아야 하는 주인공 부부에게 선거는 그야말로 딜레마다.

-영화 속 정치인 부부는 어떤 사람들인가.
=납치된 딸의 나이가 중학교 3학년이니까 남편은 40대 초/중반, 아내는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의 젊은 부부다. 남편은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으로 집권당의 공천을 받은 정치인이고, 아내는 부유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여자다.

-정치인 부부가 딸을 납치해 살해한 범인을 쫓는 단순한 추격전을 그릴 것 같진 않다.
=딸을 잃은 정치인 부부, 학생을 잃은 선생, 친구를 잃은 학생 등 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범죄 자체에 집중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범죄가 벌어지면서 그 상황과 관련한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그걸 보여줄 생각이다. 공간도 처음에는 선거 열기가 뜨거운 지방의 어느 소도시 한가운데인데, 사건이 벌어지면서 학교로 좁혀지게 된다.

-딸의 죽음이 학교와 관련이 있나보다.
=평소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범인은 왜 정치인 부부의 딸을 납치했을까.
=복수극은 아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과정에서 딸을 둘러싼 여러 인물이 가장 믿어야 할 사람도 잃게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게 이 이야기의 재미다.

-황량하고, 차가운 이야기일 것 같다.
=이야기가 슬프고 처절한 까닭에 영화 속 인물을 둘러싼 풍경은 아름답고 색이 풍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겨울이 아닌 가을에 찍는 게 목표인 것도 그래서이다.

-관건이 되는 파트는 역시 촬영인가.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음악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처절한 비극이다보니 이 비극성을 아름답게 살려줄 수 있는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감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데뷔작 <미쓰 홍당무>가 캐릭터가 상황을 끌고 가는 이야기라면 <음모자>는 사건이 인물을 끌고 가는 이야기다.
=음…. <미쓰 홍당무>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많이 웃었는데 이건 그렇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음모자>는 사건이 워낙 세다보니 인물과 사건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연출의 목표가 될 것 같다.

-의도치 않게 데뷔작 이후 5년 동안 차기작을 내놓지 않았다. 답답하지 않았나.
=2009년 말부터 차기작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일매일 굳은 각오와 다짐의 나날을 보내왔고, 이번 합숙에 들어온 것도 배수진을 친 거다. 인터뷰에 나온 만큼 이거 꼭 찍을 거다.

한줄 감상 포인트
딸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의 맨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 처절한 비극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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