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산의 노래
2013-07-09
글 : 김성훈
사진 : 백종헌
<히말라야> 강대규 감독-크랭크인 임박

제작 JK필름 / 감독 강대규 / 미술 김민호 / CG 박의동 / VFX슈퍼바이저 대니 김(룩 이펙트) / 특수효과 홍장표(이펙트 스톰) / 출연 미정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크랭크인 10월 / 개봉 미정

시놉시스 히말라야 15좌 등정을 성공한 엄홍길은 귀국하자마자 박무택 대원의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소식을 듣는다. 그 소식을 들은 지 한 두시간 뒤, 그에게 비보가 날아든다. 박무택의 시신이 에베레스트 정상 길목 어딘가에 매달려 있다는 소식이었다. 엄홍길은 팀을 꾸려 박무택의 시신을 찾으러 다시 히말라야로 향한다(*엄홍길, 박무택은 캐릭터 이름이 바뀔 예정이다.)

여자교도소 합창단으로 많은 관객의 눈물을 훔쳤던 <하모니>(2009)가 끝난 뒤 강대규 감독은 차기작으로 ‘남자 영화’를 찍고 싶었단다. 이런저런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에게 다큐멘터리 한편을 추천받았다. 2005년 MBC에서 2부작으로 방영된 <아! 에베레스트>였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2005년 ‘휴먼 원정대’라는 팀을 꾸려 에베레스트 정상 어딘가에 있는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으러 가는 내용의 작품. 박무택 대원은 계명대 산악부를 이끌고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하다가 설맹(각막 염증)에 걸려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됐다. 함께 있던 후배 대원을 먼저 내려보낸 뒤 그는 설원 한가운데서 눈을 감았다. 휴먼 원정대를 이끌고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른 엄홍길 대장은 결국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찾았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안타까운 재회는 절절했다. 그 광경은 강대규 감독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엄홍길, 박무택, 두 남자가 동료를 위해 목숨을 건 선택을 한 건 어떤 감정을 넘어선 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관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

시신 수습에 성공했지만 그때 그 일은 누구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처음에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 대원의 유가족이 제작진의 영화화 제의를 거절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사건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고 가족, 친구, 동료 관계에 있어 사회적인 귀감이 되는 이야기”라고 유가족을 수차례 설득했고, 결국 제작진의 진심은 받아들여졌다.

그때부터 두명의 시나리오작가가 엄홍길 대장과 유가족을 발로 뛰며 취재했다. 그렇게 나온 시나리오 초고를 바탕으로 강대규 감독은 각색 과정에서 엄홍길 대장의 자문을 수차례 받았다. 유가족의 의견도 들었다. 군생활을 철원에서 한 까닭에 지겹게 산에 올라야 했던 그는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제대한 뒤 쳐다도 안 봤던 산을 다시 올랐다. “한국의 산이든 히말라야의 산이든 산이라는 존재는 비슷한 것 같다.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이유는 정상 정복이 아닌 정말 산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친 <히말라야>는 동료의 시체를 찾으러 히말라야에 오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었다.

강대규 감독의 말과 달리 산세가 완연한 한국의 산과 위압감을 풍기는 히말라야의 산이 똑같을 리가 없다. 촬영의 컨셉을 “히말라야의 광활한 산세를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고 정한 것도 “인간과 산의 대비를 통한 히말라야의 압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80여명이 넘는 제작진이 고산증세를 유발하는 해발 3000m 이상의 히말라야에 가는 건 아니다. 네팔에 가서 담아온 히말라야의 풍경 소스를 겨울 동안 한국에서 촬영한 장면의 배경으로 합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크게 두 가지 방식의 기술적인 시도를 할 것이다. 일단 메가 픽셀(mega pixel) 방식으로 산 소스를 촬영할 거다. 산을 한장으로 찍는 게 아니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의 부분을 천장, 만장 찍는다. 그걸 하나의 산으로 이어붙이면 해상도가 훨씬 높아진다. 항공 촬영이 불가능한 지역은 위성을 이용해 컴퓨터에 저장할 것이다. 그 이미지를 3D 이미지로 컨버팅해 인물 뒤에 합성하는 등고선 촬영 방식도 시도할 계획이다.” 제작진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히말라야의 생생함을 최대한 담아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략이다.

어쨌거나 “사람이 죽고 헤어지고 좌절하는 상황을 보여주기보다 그런 고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힘을 얻는 과정을 묘사하고 싶다”는 강대규 감독의 각오대로 <히말라야>는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제대로 보여줄 것 같다.

한줄 감상 포인트
설산 한가운데서 엄홍길이 박무택의 시신을 안고 울부짖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알고 봐도 가슴이 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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