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사나이픽쳐스 / 감독 오승욱 / 출연 미정 / 크랭크인 하반기 / 개봉 미정
시놉시스 강력계 형사 정재곤은 박준길을 뒤쫓고 있다. 한때 박준길이 몸담았던 조직 역시 복수를 위해 그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박준길은 조직 보스의 정부 김혜경과 눈이 맞아 돈까지 횡령하기도 했다. 정재곤은 박준길이 분명 김혜경과 접촉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의 옛 감방 친구로 위장하여 김혜경에게 접근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지고, 드디어 박준길이 나타난다.
<무뢰한>이라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당대의 인상적인 데뷔작 중 하나였던 <킬리만자로>(2000)를 만든 오승욱 감독이 다시 한번 매력적인 악인(惡人)에 도전한다. 동생의 유골을 들고 고향 주문진을 찾았다가 자신을 쌍둥이 동생으로 오인하는 조직의 이권싸움에 말려들었던 <킬리만자로>의 해식(박신양)처럼, <무뢰한>의 주인공 재곤 역시 사건 해결을 위해 어둠의 세력과 결탁하고 급기야 여자까지 이용하려 한다. 강력계 형사 신분으로 은밀하게 결탁한 조폭으로부터 수사 진행비를 받아도 별 느낌이 없다. 윤리를 망각한 악질경찰이라고? 맞다. 그가 이끌리는 캐릭터는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남자들이다. “예전에는 만들고 싶은 영화들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덧 쉰살에 접어들고 보니 딴 눈치 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잘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쪽을 깊이 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남성폭력사’라고 정리하면 되려나? (웃음)”
<무뢰한>은 오승욱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이미 5년 전에 준비했던 영화다. 제작 여건이 여의치 않아 잠시 보류한 사이 한국전쟁 직후 미군부대를 배경으로 한 <복수>라는 작품을 준비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에 지도교수로 참여하며 윤성현의 <파수꾼>, 조성희의 <짐승의 끝> 등 다섯 작품을 ‘코치’했다. <킬리만자로> 이후 꽤 긴 시간 동안 작품 활동은 쉬었지만 영화아카데미는 물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로 관객과 만나고, 어네스트 보그나인과 토니 스콧 부고 에세이 등 <씨네21>의 필자로서 가장 많은 글을 생산한 영화감독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무뢰한>은 공백보다 ‘숙성’에 더 큰 방점을 찍으면 될 것이다.
리 마빈, 어네스트 보그나인, 잭 팰런스, 찰스 브론슨, 리처드 위드마크 등 좋아하는 악인들의 리스트는 늘 바뀌었지만, 현재 가장 매혹된 남자는 바로 <황야의 7인>(1960), <로드 짐>(1965)을 비롯해 <석양의 무법자>(1966)의 ‘이상한 놈’(The Ugly)이었던 일라이 워락이다. 말하자면 하드보일드라는 장르건 악당이라는 캐릭터건 전형성과 상투성에서 벗어난 것에 이끌린다. 그래서 그가 떠올리는 무뢰한은 주성치가 연기한 <녹정기>(1992)의 귀여운(?) 위소보부터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피와 뼈>(2004)의 지긋지긋한 김준평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하지만 출세와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한몸처럼 닮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상해 보여도 흔들림 없는 자기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그가 <무뢰한>의 정서적 클라이맥스라 생각하는 지점은 바로 그 논리가 부서지는 순간이다. “조직과의 결탁과 비리, 이혼이나 과거의 이런저런 악행 같은 사적인 문제들이 한 만만찮은 여자와 만나면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사람들을 이용하면서까지 범죄자를 잡고자 했던 욕심이 어느 순간 예상 밖의 임계점을 넘어버리는 것이다.” 결국 그가 그려내고 싶은 것은 하드보일드와 진한 멜로가 만나 무뢰한의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순간이다.
제목의 느낌 때문인지, 류승완의 <부당거래>(2010)와 <베를린>(2013), 그리고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를 프로듀싱한 한재덕 대표의 ‘사나이픽쳐스’라는 조합이 흥미롭다. <무뢰한>은 박훈정의 <신세계>(2012), 현재 촬영 중인 한동욱의 <남자가 사랑할 때>에 이은 ‘사나이’의 세 번째 작품이 될 것 같다. 또한 <베를린>에 참여하며 이른바 ‘남자영화’에도 익숙한 국수란 PD가 합류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멜로영화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국 PD의 잔소리에 늘 긴장하게 된단다. 그래서 그는 “<킬리만자로>가 남자들끼리 부대끼다 몰살하는 영화였다면 <무뢰한>은 매력적이면서 두렵기도 한 여자 캐릭터가 중요하다. 사랑은 사랑인데 이상한 사랑 이야기”라고 덧붙인다. ‘겨울의 하드보일드 멜로’를 꿈꾸는 <무뢰한>은 캐스팅을 마무리 지은 다음 올해 크랭크인이 목표다.
한줄 감상 포인트
세속적 형사 필립 말로우를 창조한 레이먼드 챈들러나 <LA 컨피덴셜>의 원작자인 제임스 엘로이의 범죄 세계가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