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어디서건 멈추지 않는 삶
2013-09-1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할리우드가 놓친 팔방미인 빈센트 갈로 Vincent Gallo

빈센트 갈로의 최근 행보는 사실상 할리우드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연달아 일본과 이탈리아영화 등에 출연하고,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이센셜 킬링>(2010)도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연출한 유럽영화였다. 아무래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테트로>(2009)가 그나마 할리우드와 끈이 닿아 있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를 일약 미국 독립영화의 숨은 재능으로 끌어올렸던 작품이 연출 데뷔작 <버팔로 66>(1998)이었고 당시만 해도 라이온스 게이트가 제작과 배급에 참여했다는 걸 감안한다면, 갈로는 차라리 할리우드가 끌어들여야 했지만 끝내 놓친 아까운 인물에 속하는 게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연출작 <브라운 버니>(2003)가 환대받지 못한 탓도 컸을 것이다. 갈로는 공표한 대로 그의 세 번째 연출작 <물에 새긴 약속>(2010)을 아예 DVD로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가 꼭 할리우드하고만 거리를 두는 건 아닌 것 같다. 혹은 영화에만 거리를 두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배우와 감독일 뿐 아니라 화가이며 음악가이며 전문가 수준의 모터사이클 레이서기도 하니 차라리 어느 한 영역의 중심에 머무르지 않는 게 천성이라고 해야 맞겠다. 갈로의 공식 사이트에는 그를 두고 “가장 오해되고 잘못 인용되고 불완전하게 표현된 재능”이라는 탄식의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이트에는 갈로가 언젠가 발표한 ‘거대한 고행’이라는 제목의 글도 실려 있다. 그 글은 대체로 움직이는 것들의 경험에 관해서 적고 있다. 그게 갈로 자신의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팔방미인에 안주하지 않는 성격의 그가 한곳에 머무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다시 돌아와 할리우드를 어지럽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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