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갈로의 최근 행보는 사실상 할리우드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연달아 일본과 이탈리아영화 등에 출연하고,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이센셜 킬링>(2010)도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연출한 유럽영화였다. 아무래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테트로>(2009)가 그나마 할리우드와 끈이 닿아 있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를 일약 미국 독립영화의 숨은 재능으로 끌어올렸던 작품이 연출 데뷔작 <버팔로 66>(1998)이었고 당시만 해도 라이온스 게이트가 제작과 배급에 참여했다는 걸 감안한다면, 갈로는 차라리 할리우드가 끌어들여야 했지만 끝내 놓친 아까운 인물에 속하는 게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연출작 <브라운 버니>(2003)가 환대받지 못한 탓도 컸을 것이다. 갈로는 공표한 대로 그의 세 번째 연출작 <물에 새긴 약속>(2010)을 아예 DVD로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가 꼭 할리우드하고만 거리를 두는 건 아닌 것 같다. 혹은 영화에만 거리를 두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는 배우와 감독일 뿐 아니라 화가이며 음악가이며 전문가 수준의 모터사이클 레이서기도 하니 차라리 어느 한 영역의 중심에 머무르지 않는 게 천성이라고 해야 맞겠다. 갈로의 공식 사이트에는 그를 두고 “가장 오해되고 잘못 인용되고 불완전하게 표현된 재능”이라는 탄식의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이트에는 갈로가 언젠가 발표한 ‘거대한 고행’이라는 제목의 글도 실려 있다. 그 글은 대체로 움직이는 것들의 경험에 관해서 적고 있다. 그게 갈로 자신의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팔방미인에 안주하지 않는 성격의 그가 한곳에 머무르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다시 돌아와 할리우드를 어지럽혀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