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달콤한 성공의 쓴맛
2013-09-10
글 : 송경원
섹시스타에서 진짜 배우로 미키 루크 Mickey Rourke

역변의 아이콘. 미키 루크를 볼 때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을 절감한다. 198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꽃미남이자 섹시스타였던 그가 늙고 지쳐 뭉개지고 일그러진 얼굴로 기억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제법 긴 무명 시절을 거쳐 <보디 히트>(1981)로 주목받기 시작한 신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임스 딘의 뒤를 이을 차세대 반항아로 거듭났다. 이후 <나인 하프 위크>(1986), <엔젤 하트>(1987)로 정점을 찍지만 곧 무서운 속도로 추락을 시작한다. 공사장 잡부에서 모텔 청소부까지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바닥부터 올라온 그에게 성공의 달콤함은 마약과 다름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와 스캔들이 일어났지만 거리낌이 없었고 <레인맨> <하이랜더> <플래툰> 등의 작품마저 상대배우나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때의 나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걸 그대로 말하는 게 일종의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반항아 캐릭터 뒤에 숨어 있을 땐 별일 아니었지만 꿈에서 깨어나자 아무도 그를 반기지 않았다. 니콜 키드먼을 비롯한 동료 배우들은 보복이라도 하듯 그와 함께 출연하길 거부했다. 소싯적 불태웠던 권투로 재기해보려 했지만 악수였다. 망가진 얼굴을 고치려 불법 성형을 반복하는 사이 예전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돈이 없어 아무 영화나 닥치는 대로 출연하면서 어느새 퇴물로 전락했다. 스타 미키 루크는 그렇게 살해당했고, 배우 미키 루크의 인생은 그때부터였다. <씬 시티>의 마브와 <더 레슬러>의 로빈슨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선 미키 루크의 고해성사다. 바닥을 찍고 쓴맛을 본 그의 연기에는 삶의 무게가 묻어났고 관객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한때 “복서로 성공하겠다는 야망이 있던 시절, 유일한 원칙은 배우는 되지 말자는 것”이었다는 꽃미남 스타는 먼 길을 돌아와 드디어 자신의 진정한 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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