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돈을 얻기 위해 만든 영화
2013-09-10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할리우드의 잡초형 인간 제임스 토백 James Toback
알렉 볼드윈, 제임스 토백(왼쪽부터).

차기작을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면 이런 방법이 있다. 일단 할리우드의 친한 유명 배우 한명을 꼬여낸다. 그와 동석하여 칸영화제로 향한다. 왜냐하면 거기에 전세계의 거물급 투자자들이 몰려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만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제작비를 구한다. 게다가 그 과정을 카메라로 전부 찍어놓는다면 돈도 구하고 영화도 한편 뚝딱 만들게 될지 모른다. 염치 불구한 이 뚝심의 프로젝트는 정말 성공한다. 제임스 토백은 알렉 볼드윈을 앞세워 2012년 칸에 간 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이라크 전쟁 버전으로 바꾼 <티그리스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기획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수없이 만나더니 마침내 긍정의 답을 얻어내고, 그 과정은 <사랑받고 내쳐진>이라는 다큐로 탄생하고, 2013년 칸에서 상영된다. 하지만 유의사항. 이것은 “내 인생의 95%는 돈을 얻으러 다니는 거였고 나머지 5%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가혹한 진실을 대면할 줄 아는 어느 감독의 성공담이니 아무나 따라 해서는 안된다.

자크 오디아르의 재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토백의 뛰어난 데뷔작 <핑거스>(1978)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토백은 데뷔 이후 코미디, 스릴러, 다큐멘터리 등 장르와 양식을 횡단하며, 그러나 간간이, 그러나 끊이지 않고 각본과 연출 활동을 해왔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마침내 그의 영화 작업을 주제로 한 <아웃사이더>(2005)라는 헌정 다큐도 만들어졌다. 기질은 변방의 저항자에 가깝지만 영화를 만드는 자금은 언제나 적정선 이상 필요했던 감독. “산업과 영화는 사상 최악의 연인 관계”라는 알렉 볼드윈의 말에 토백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다. 그러나 그것이 할리우드 인근에서 그가 여전히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그는 아무리 밟으려 해도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잡초형이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