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포드는 어록 반대론자였다. “영화를 만드는 건 좋아하지만 영화에 관하여 떠드는 건 질색이다”라고 말한 그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기대하는 인터뷰어들을 골려주는 데 특출한 재능을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필살기는 단답형 답변이었다고. 그런 맥락에서 그가 영화에 관하여 남긴 중요한 말들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다분히 ‘반’포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깨알같이 모아봤다. 그 촌철살인의 말들이, 그의 영화를 더 잘 느끼고 싶은 우리의 필살기로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나한테 예술 운운하지 말게. 난 집세 내려고 영화 만드는 사람이니까.”
영화를 하는 이유에 관하여
“기차로 왔네.”
어떻게 할리우드에 오게 됐냐고 묻자
“카메라로 찍었네.”
<3인의 악당>은 어떻게 촬영했냐고 묻자
“가장 훌륭한 영화는 액션이 많고 대사는 적은 영화요. 그걸 보여주기에 서부극만큼 적합한 건 없지.”
영화 매체와 서부극의 성격에 관하여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눈을 찍어야 한다는 겁니다.”
영화의 정수에 관하여
“네가 지평선을 프레임의 밑바닥이나 꼭대기에 걸치는 편이 프레임의 중간에 걸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 좋은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제 썩 꺼져주게.”
어떻게 하면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냐고 물었던 소년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내 서부극이 낳은 진정한 스타는 땅이라 할 수 있지. … 거기엔 강과 산과 평야와 사막이 있네. 땅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지. 전세계를 돌아다녀봤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완전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라네.”
존 포드의 영원한 풍경 모뉴먼트 밸리에 관하여 스스로 설명하며
“좋은 사람들과 자연에 나가 작업할 수 있는 영화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초원에 텐트를 치고 자는 것, 즐거움을 주는 일이네.”
서부극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자
“우리 모두에겐 도피 콤플렉스가 있소.”
인간이 서부극에 끌리는 이유에 대해
“아일랜드인만이 미국 기병대 이야기에 열광하면서도 인디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걸세. 우린 이 대서사시의 양편에 모두 서봤기 때문이지.”
아일랜드인과 서부극의 필연적 관계에 관하여
“본능으로. 그런 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니야.”
서부극을 만들 때 카메라의 위치는 어떻게 정하는지 묻자
“촬영분을 넉넉히 주면 그들(스튜디오)은 영화를 장악하려 들지. 나한텐 그럴 수 없네. 촬영 때 이미 카메라로 편집을 해버리거든. 편집실 바닥에 버릴 필름이 별로 없는 거지.”
편집에 관하여
“감독으로나 관객으로나 단순하고 분명하고 솔직한 영화를 좋아하네. 스노비즘, 매너리즘, 기술적 과잉, 그리고 무엇보다 지성주의만큼 역겨운 것은 없지.”
무엇이 좋은 영화이며 나쁜 영화인지에 관하여
“바로 내 다음 영화요.”
당신이 가장 아끼는 당신의 영화는 무엇이냐고 사람들이 물어올 때마다
“누군가 날더러 대하 서부극의 위대한 시인이라 불렀다지. 난 시인도 아니고, 대하 서부극이 뭔지도 모르네. 다 똥 같은 소리야. 난 그냥 냉정하고, 열심히 일하고, 지극히 평범한 감독일 뿐이었네.”
존 포드가 존 포드에 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