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막 사랑에 빠질 때의 그 느낌
2015-04-14
글 : 이주현
<갓 헬프 더 걸>의 스튜어트 머독 Stuart Murdoch
<갓 헬프 더 걸>

어찌보면 <갓 헬프 더 걸>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활동 연장이기도 하고, 밴드의 리더인 스튜어트 머독의 순수한 ‘외도’이기도 하다. 머독이 <갓 헬프 더 걸>을 처음 구상한 건 10년도 전의 일인데,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2003년, 조깅을 하다 악상이 떠올랐다. 집에 돌아가 빠른 속도로 곡을 만들었는데 그 음악은 벨 앤드 세바스천의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악상은 다른 악상으로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브 캐릭터가 등장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빛나던 여름, 글래스고, 소년과 소녀, 소박하고 진솔한 음악. 스튜어트 머독은 이 단출한 재료로 뮤지컬영화 <갓 헬프 더 걸>을 만들었다. 벨 앤드 세바스천의 팬이었던 프로듀서 베리 멘델(<식스 센스> <뮌헨> <로얄 테넌바움>의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벨 앤드 세바스천의 음악을 들을 순 없는 노릇이다. 스코틀랜드 모던포크 밴드 벨 앤드 세바스천의 음악에는 고개를 까딱까딱하게 만드는 흥겨움이 있다. 머독의 감독 데뷔작 <갓 헬프 더 걸> 역시 그들의 음악을 한껏 닮았다. 빈티지와 모던을 넘나드는 예쁘장한 소녀 감성의 뮤지컬영화가 (마초 성향의 남성들에게) 낯설고 어색할 순 있겠지만, 어쨌든 보고 있으면 어깨건 엉덩이건 들썩이게 되는 영화가 <갓 헬프 더 걸>이다. 영화는 정신병원에서 거식증 치료를 받던 소녀 이브(에밀리 브라우닝)가 제임스(올리 알렉산더)와 캐시(한나 머레이)를 만나 아마추어 밴드를 결성하고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한 밴드 결성기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머독 자신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벨 앤드 세바스천은 조금은 싱겁게 결성된 밴드다. 대학생이던 머독은 음악비즈니스 수업의 기말고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6명의 친구들을 모았고, LP 앨범 ≪Tigermilk≫를 제작했다. 입소문을 탄 ≪Tigermilk≫는 글래스고에서 영국 전역으로, 다시 미국으로 퍼져나갔다. 프랑스의 동화책 제목에서 따온 밴드명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한편의 동화 같다. 물론 이들의 음악도 편한 마음으로 펼쳐 읽을 수 있는 동화 같다.

“처음 밴드를 결성할 때의 기분이란 가슴 떨리는 연애 같은 것”이라고 머독은 말한 적 있다. 그 설레는 연애 감정이 <갓 헬프 더 걸>의 밑바탕을 이룬다. 음악을 향한 짝사랑이든, 사람을 향한 짝사랑이든, 스무살 무렵 우리의 마음은 순수했다. 머독이 작사•작곡한 <갓 헬프 더 걸>의 O.S.T는 정확히 그 순수를 저격한다. <The Psychiatrist Is In> <Pretty Eve in the Tub> <I’ll Have to Dance with Cassie> <Come Monday Night> 같은 곡들이 자꾸만 귓가를 간질일 것이다.

이 장면, 이 음악

<갓 헬프 더 걸>의 Pretty Eve in the Tub

욕조 가득 물을 받아두고, 그 안에 근심 어린 몸뚱이를 담근 이브. 그런 이브를 걱정하는 제임스의 모습이 <Pretty Eve in the Tub>를 배경으로 귀엽게 그려진다. ‘친구 같은 연인은 없다’는 이브를 그럼에도 꿋꿋이 짝사랑하는 제임스의 마음이 이 곡에 담겼다. 제임스를 연기한 올리 알렉산더의 꾸밈없는 목소리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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