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을까?
2015-04-14
글 : 이주현
<비긴 어게인>의 그렉 알렉산더 Gregg Alexander

뉴 래디컬스의 <You Get What You Give>가 발표된 1998년, 당시 라디오만 틀면 주야장천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정규 앨범이라곤 ≪Maybe You’ve Been Brainwashed Too≫ 달랑 한장 내놓은 게 전부지만, 뉴 래디컬스의 프런트맨 그렉 알렉산더는 이 노래로 일약 평단과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뮤지션이 된다. 그리고 <비긴 어게인>이 개봉한 2014년, <Lost Stars>는 많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겨 무한 재생된다. <Lost Stars>를 부른 건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과 배우 키라 나이틀리지만, 그들의 이름 뒤엔 작곡가 그렉 알렉산더가 있다. <Lost Stars>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다.

알렉산더는 뉴 래디컬스 해체 뒤 작곡과 프로듀싱에 전념했다. 그의 음악은 꽤 대중적이다. 그가 작곡한 산타 나의 <The Game of Love>가 대표적이다. 로큰롤, R&B, 팝이 고루 섞인 알렉산더의 음악은 귓속을 단번에 파고드는 힘을 지녔다. <비긴 어게인>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역시 멜로디 라인이 확실한 대중적인 곡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존 카니 감독이 그에게 평범한 러브송을 부탁했을 리는 없다. 존 카니는 “<비긴 어게인>의 음악이 <원스>와 달랐으면” 했다. “전형적인 사랑 노래나 전형적인 비트의 댄스곡이 아닌, 뉴욕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는 멜로디”를 원했다. 좀더 거창하게는 “누군가의 삶을 구할 노래를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비긴 어게인>의 애초 제목은 <노래가 당신의 삶을 구할 수 있을까?>(Can a Song Save Your Life?)였다). 그에 대한 알렉산더의 화답은 이렇다. “변함없는 건 이런 거다. 필사적으로 최고의 노래를 쓰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스튜디오에선 늘 괴로워하는 생명체가 되는 것.”

<비긴 어게인>에서 <Lost Stars>는 ‘듣기 좋은 음악’ 그 이상의 기능을 한다. 싱어송라이터 그레타(키라 나이틀리)와 스타가 되면서 그녀에게서 멀어지는 데이브(애덤 리바인)의 관계를 풀어내는 서사의 한축에 <Lost Stars>가 놓여 있다. 알렉산더는 ‘길 잃은 별들’의 노래가 “그레타의 철학을 꺼내 보여줄 수 있는 노래, 그러면서 데이브와의 관계도 표현할 수 있는 노래, 동시에 요즘 관객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노래”가 되길 원했다. 결과는, 그의 첫 영화음악 작업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물론 <비긴 어게인>에는 <Lost Stars>만 있는 게 아니다. <No One Else Like You>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에서도 그의 타고난 대중적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렉 알렉산더의 두 번째 영화음악 작업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비긴 어게인>

이 장면, 이 음악

<비긴 어게인> O.S.T 중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아마도 <비긴 어게인>에서 가장 가슴 시원해지는 순간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키라 나이틀리가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을 부르는 장면이 아닐까. 마크 러팔로의 딸로 출연하는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연주에 합류하는 순간 짜릿함은 배가 된다. “집에 가고 싶다면 말해줘, 나 혼자 돌아가야 한다면 말해줘, 빌려줬던 마음을 돌려줘.” 따라부르기 쉬운 가사라 더더욱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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