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의 저스틴 커젤 감독이 연출한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사의 골격과 내용은 원작에 충실하다.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최대한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차이라면 카메라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자연 풍광과 날씨를 담아냄으로써 인물의 날선 감정과 모순된 처지를 풍성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게 오슨 웰스, 벨라 타르, 로만 폴란스키 등 거장들이 여러 차례 만들었던 수많은 <맥베스>와의 차이점이다. 경쟁부문 마지막 날에 공개돼 마이클 파스빈더와 마리옹 코티야르, 두 주연배우가 잠깐 주춤거렸던 영화제에 열기를 다시 불어넣었다. 지난 2011년 <스노타운>으로 장편 데뷔한 뒤 두 번째 영화 <맥베스>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저스틴 커젤 감독을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맥베스>의 어떤 점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내가 본 가장 최고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캐릭터들은 현대의 모든 극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작을 편집할 때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본 적 있다. 캐릭터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 전개였는데 계속 빠져들게 되더라. <맥베스>도 그런 악마 같은 매력이 있다.
-동시대 이야기였기에 매력적이었다는 얘긴가.
=캐릭터와 주제는 여전히 동시대적이다. 하지만 <맥베스>의 기본적인 구조나 컨셉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맥베스의 야망과 자존심,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 잔인한 세상으로 인한 슬픔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신선했다. 무엇보다 왕이라는 높은 자리에 앉았을 때 요구되는 압박감 같은 감정이 이 영화를 시작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많은 감독들이 여러 차례 <맥베스>를 영화로 만든 바 있다. 그들이 만든 <맥베스>를 본 적 있나.
=이 <맥베스>가 끝날 때까지 다른 감독들의 <맥베스>는 보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이해하고, 좋아하는 맥베스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진정성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의 배경인 스코틀랜드에서 찍었다. 나만의 맥베스를 찾기보다는 진짜 맥베스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싶었다.
-기본적으로 대사가 많은 이야기인데 전체적으로 붉은 색감을 띠고 있는 화면 때문에 대사보다 비주얼이 더 눈에 들어온다.
=영화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작업이 아닌가. 관객을 시네마의 세계로 끌어들일 때 가장 중요한 건 친밀감을 주는 것이다. 사진이 모든 대화를 대신한다면 사진 속 주인공인 맥베스에게는 산문적인 느낌이 있어야 한다. 이 대단한 인물이 서사의 중심에 있어야 하며, 그의 주변에는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 공간을 맥베스의 시선으로 포용하고 싶었다.
-마이클 파스빈더의 어떤 점이 맥베스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마이클은 강한 남성미와 풍성한 내면을 소유하고 있는 남자다. 이 두 가지 모습을 매우 히스테리하게 왔다갔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프랑스 출신인 마리옹 코티야르가 스코틀랜드인인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한 건 특이했다.
=마이클 파스빈더가 마리옹의 팬이었다. 이국적인 매력, 세련되고 인간적인 모습 등 그녀가 가진 여러 매력이 맥베스를 부추기는 ‘마녀’로 보이면 임팩트가 클 것 같았다.
-세 마녀가 스코틀랜드 풍경과 맞물려 굉장히 황폐해 보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들을 스코틀랜드 땅의 일부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 세 마녀를 연기한 배우 모두 스코틀랜드인이다. 세 마녀를 맥베스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의 일부로 보이게 했다.
-스코틀랜드 로케이션 촬영은 어땠나.
=영하 10도였는 데다 비가 많이 와서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야외 촬영이 많았던 마리옹 코티야르가 추위 때문에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강인한 여성이었다.
-차기작 <어새신 크리드>에서도 마이클 파스빈더와 함께 호흡을 맞춘다.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 원작이다. 암살자의 후손인 데스먼드(마이클 파스빈더)가 주인공으로, 선조들의 기억을 빌려 가문의 적수인 성전 기사단과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마리옹 코티야르도 함께하기로 했다가 임신 때문에 상황이 어렵게 됐고, 케이트 블란쳇의 출연 얘기가 오가고 있다. 내년 4월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