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렌티노의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었지
2015-10-20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유스> 배우 하비 카이틀

<택시 드라이버>에서 어린 창녀(조디 포스터)를 착취하는 악덕 포주를 다시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비열한 거리>의 건달 찰리, <저수지의 개들>의 미스터 화이트, <펄프픽션>의 해결사 울프도 꽤 근사했다. 그래도 누군지 모르겠다면, <라스트 갓파더>에서 “영구”라고 외치던 영구 아버지 돈 카리니는 쉽게 기억날 것이다. 마틴 스코시즈와 아벨 페라라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가 창조한 어둠의 페르소나, 하비 카이틀이 <유스>를 들고 부산에 처음으로 당도했다.

<유스>는 오랜 친구 프레드(마이클 케인)와 믹(하비 카이틀)이 80살을 앞두고 알프스에 있는 고급 호텔에 휴가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하비 카이틀이 연기한 믹은 빨리 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백전노장 영화감독. 그가 <유스>에 출연하게 된 건 “파올로 소렌티노의 전작 <그레이트 뷰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훌륭했다. 그래서 <유스> 시나리오를 요청해 읽었는데 꼭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레드든, 믹이든 아무래도 좋았다. 심지어 여성 캐릭터라도.” 프레드와 믹, 두 친구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조인 까닭에 같은 작품에서 처음 만난 마이클 케인과의 호흡도 중요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런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마이클 케인에게 ‘당신은 런던 출신이지만 만나보니 내 고향 뉴욕 브루클린 사람 같다’고 했더니 그가 내게 ‘당신은 브루클린 출신이지만 런던 사람 같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웃음)”

데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데뷔작 <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1967)에서 마틴 스코시즈와 함께 작업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법정에서 속기사로 일을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당시 학생이었던 마틴 스코시즈가 신문광고에 낸 오디션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오디션에서 합격하면서 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마틴의 아파트가 너무 허름해 그의 부모님 댁에서 촬영을 하다가 베드신을 찍기 위해 알몸인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촬영 사실을 몰랐던 그의 아버지가 나를 보고 노발대발했던 기억도 난다. (웃음)” 마틴 스코시즈뿐만 아니라 리들리 스콧의 <결투자들>, 폴 슈레이더의 <블루 칼라>,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 등 당시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의 작품에 연달에 출연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택시 드라이버>. 그것 덕분에 나를 알릴 수 있었다. 물론 운도 좋았지.”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