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고전주의가 창조할 수 있는 새로움에 관심
2015-10-20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이동훈 (객원기자)
<비거 스플래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과거의 연인과 그의 관능적인 딸. 한 커플의 휴양지로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 매혹적인 불청객들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섬 판텔레리아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아이 엠 러브>(2009)로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비거 스플래시>는 21세기 이탈리안 시네마의 미학을 유려하게 펼쳐 보이는 영화다. 고전영화를 연상케 하는 우아함과 감각적인 영상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아이 엠 러브>에 이어 주연배우 틸다 스윈튼과 루카 구아다니노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다시금 확인하고, 영국 배우 레이프 파인즈를 재발견하는 영화다.

-<비거 스플래시>는 프랑스 감독 자크 드레의 영화 <수영장>(1969)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의 어떤 점에 매료되었나.

=소통의 어려움과 욕망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후회와 소유욕, 연민과 환상, 망상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다뤄보고 싶었다.

-틸다 스윈튼이 연기하는 마리안은 세계적인 록스타이나 목소리를 잃었다. 이러한 인물을 만들게 된 이유가 뭔가.

=원작 영화 <수영장>은 휴가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유명인이 휴양지에 가는 건 보통 사람과 좀 다르겠다고 생각했다. 잘 알려진 사람이 사적인 공간에 있을 때에는 평소 보여지는 것과 다른 모습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래서 해리(레이프 파인즈)의 직업을 음반 프로듀서로 설정하며 그와의 긴밀한 관계를 위해 마리안을 록스타로 만들었다. 마리안이 목소리를 잃었다는 놀랍고 아름다운 아이디어는 틸다 스윈튼이 냈다.

-<비거 스플래시>에서 레이프 파인즈의 연기는 최근 그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다. 그가 연기하는 수다스러운 음반 프로듀서는 레이프 파인즈가 기존에 보여줬던 이미지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나는 마치 구멍을 조이는 나사처럼 레이프 파인즈가 연기하는 해리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캐릭터로서 그의 자질은 주변의 어떤 등장인물과도 리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레이프 파인즈는 이제껏 내면의 감정을 감추거나 억누르는 역할을 자주 맡아왔는데 반대로 모든 것을 외적으로 표출하는 인물을 맡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소통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해리는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고, 마리안은 목소리를 잃었으며, 해리의 딸 팬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려 한다.

=재미있게 답변하자면 <비거 스플래시>는 등장인물 사이의 완전한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1960년대 영화에 대한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겠다. 좀더 진지한 답변으로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표현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현명한 시나리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설정이었겠지.

-영화역사학을 전공한 이력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당신의 영화에서는 고전영화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당신은 과거와 21세기 시네마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 자신과 커리어에 대해 규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고전주의는 나의 큰 관심사다. 고전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움을 창조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나는 단순히 한때의 유행으로 스쳐 지나가는 영화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어떤 조류로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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