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사랑한 남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셸 프랑코의 데뷔작 <다니엘과 안나>(2009)는 제62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돼 황금카메라상에 노미네이트됐고, 두 번째로 만든 <애프터 루시아>(2012)는 제6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다. 네 번째 장편 <크로닉>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최우수각본상을 거머쥐었다. <크로닉>은 헌신적인 간병인 데이빗(팀 로스)의 깊은 슬픔과 고독을 간결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
-할머니의 투병이 연출 계기가 됐다고.
=할머니를 씻길 때마다 간호사는 가족들에게 밖으로 나가 있으라고 했다. 내 가족의 사적인 행위를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돕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간호사는 항상 환자들이 생각나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처럼 환자와 간병인의 관계를 밝게 그리는 경우도 있지만 내 생각에 그건 다 헛소리다.
-공간과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이나 인물의 행동 패턴 등 영화는 일정한 규칙성을 보인다.
=절대적인 원칙은 없었지만 관객이 순수한 상태로 영화를 받아들여주길 바랐다. 단순한 프레임을 유지했고, 음악도 쓰지 않았다. 관객이 인물에게 공감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게 하려고 했다. 배우들과는 깊이 의견을 나눴지만 촬영할 땐 프로듀서도 못 들어오게 하고 최소의 스탭만 유지했다.
-환자로 출연하는 배우들은 죽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육화한다.
=첫 번째 환자 새라 역을 맡은 레이첼 피컵은 처음 볼 때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고, 촬영을 시작할 땐 영화에서처럼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배우들에겐 모든 것을 ‘내려놓은’ 연기를 요구했는데 두 번째 환자 존을 연기한 마이클 크리스토퍼는 그런 면에서 많이 힘들어했다.
-팀 로스의 헌신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내가 <애프터 루시아>로 칸에서 상을 받을 때 팀이 심사위원이었다. 그때 파티에서 <크로닉> 주인공을 남자로 바꾸면 자기가 출연하고 싶다고 하더라.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보낼 때 2~3주 정도의 시간을 주는데 팀은 2시간 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앞으로 내 차기작에 팀이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로 했고, 팀의 두 번째 장편엔 내가 프로듀서를 맡기로 했다.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로렌소 비가스의 <프롬 어파>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12년지기인 로렌소가 <프롬 어파>를 완성하는 데 8년이 걸렸다. 처음엔 친구로서 시나리오를 읽는 정도였는데 그 사이 내가 4편의 장편을 만들었고 프로듀서로서도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저예산으로 찍고 싶으면 베네수엘라로 가라고 조언한 게 좋은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