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수줍음이 사랑의 가장 큰 적이다”
2015-10-20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남과 여> <(신)남과 여> 클로드 를르슈 감독

클로드 를르슈 감독이 창조한 세계는 사랑이 충만하다. 올해 부산에 들고 온 신작 <(신)남과 여>도, 20주년 특별전 ‘내가 사랑한 프랑스영화’ 상영작인 <남과 여>(1966)도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신)남과 여>는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앙투안 아벨라르(장 뒤자르댕)가 발리우드 영화음악 작업을 위해 찾은 인도에서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안나(엘자 질베르스테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1965년 도빌의 해변을 걷던 중 <남과 여>의 줄거리를 떠올린 것처럼 <(신)남과 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해 다시 보여주고 싶었다. 유머를 섞어서 말이다.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니까.

-앙투안과 안나가 만나는 곳이 인도다. 인도로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뭔가.

=각각 짝이 있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사랑에는 제약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또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서는 안 될 이유는 없다. 인도는 자신의 삶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믿는 나라다. 삶이 계속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시도들을 많이 한다. 반면, 프랑스는 언젠가는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 나라다.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그게 인도와 프랑스의 차이다. 프랑스인이 프랑스 밖으로 나가면 프랑스에서 하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장 뒤자르댕의 어떤 면이 앙투안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현재 프랑스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닮은 것처럼 장 뒤자르댕은 현재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다. 거만하면서도 자부심이 넘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관능적인, 프랑스인의 장단점을 모두 갖춘 남자. 이 영화를 50년 전에 만들었다면 장 폴 벨몽도를, 70년 전에 만들었다면 장 가뱅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과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행됐던 마스터클래스에서 “매번 바뀐 이상형에 따라 배우를 캐스팅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나 역에 엘자 질베르스테인을 캐스팅한 건 현재 이상형이기 때문인가.

=현재 이상형은 아내다. 부산에 함께 왔다. (웃음) 앙투안은 마초적이고, 안나는 모든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감정을 가슴에 담아두는 캐릭터다.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에 비해 좀더 진지한 것 같다. 여자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여러 가지에 대해 대답을 듣길 원하는 반면, 남자는 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은 서로 보완될 수 있다.

-대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여행한 건 꽤 유명한 일화다. 영화를 하고 싶었던 계기가 뭔가.

=영화가 목숨을 구해줬다. 어릴 때 어머니가 게슈타포에게 발각되지 않게 하려고 나를 극장에 숨겼다. 언제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영화를 볼 때는 무척 조용했다. 지금까지 45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45번의 인생을 산 것 같다. 17살 때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면서 단 1분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항상 바캉스를 즐기는 마음으로 영화를 찍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낯선 곳에 가면 로맨스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당신의 영화 속 남녀주인공처럼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너무 수줍어 해서 그렇다. 수줍음이 사랑의 가장 큰 적이다. 수줍음을 극복한다면 당신의 짝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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