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국경 넘어 영화로 소통하기를 고민 중”
2015-10-20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바닷마을 다이어리> 배우 나가사와 마사미

어쩌면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남자 형제만 두고 있는 여배우들이 네 자매를 연기한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막내 역의 히로세 스즈를 제외하고 우리 모두 오빠나 남동생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 막연하게 자매들끼리 살면 이런 일들이 있겠구나 생각만 했는데, 이번 영화에 출연하며 실제로 그걸 경험해봤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특히 첫째와 둘째딸은 뭔가 부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째딸이 엄마에게 화내면 둘째가 언니에게 화내고. (웃음) 부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가족 안에서 자매들이 맡는 역할이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더라.”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네 자매 중 나가사와 마사미가 연기하는 둘째 요시노는 가장 감정의 폭이 넓은 인물이다.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인간의 생과 사에 대한 영화라고. 그중에서도 요시노라는 캐릭터는 ‘생’을 상징하는 존재라고 하시더라. 그걸 잘 표현해내는 게 이번 영화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시작해 할머니의 부재를 곱씹고 지인의 죽음을 경험하는 이 영화에는 상실의 정서가 가득하다. 하지만 마치 매일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먹고, 사랑하고, 싸우고, 아파하는 요시노라는 인물의 개성은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이야기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어둠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현장에서 스탭에게 매니큐어를 발라주던 나가사와 마사미의 모습을 그날의 촬영분에 반영할 정도로 우연과 예측하지 못한 순간들을 직관적으로 포용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현장은 영화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의 즐거움을 새삼 일깨워주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더불어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제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나가사와 마사미의 말은 “감정적으로 치열했던 20대 초반”을 경험한 15년차 배우의 보다 유연해진 현재를 짐작하게 한다. 그런 그녀의 최근 관심은 “국경을 넘어 영화로 소통할 수 있는 법”이다. “2년 전 대만 드라마 <초콜릿>에 출연할 때 PD님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의지가 나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온 듯하다. 지난해 오우삼 감독의 <태평륜>에 출연하고 한국에서 <아이 엠 어 히어로>를 촬영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이번에 부산에 와서 송강호 배우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는데, 그분에게서 어마어마한 아우라를 느꼈고 많은 자극을 받았다. 이렇게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공유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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