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칸 스페셜] “전작과 달리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 연상호 감독 인터뷰
2016-05-23
글 : 김성훈

*이 인터뷰는 국내 매체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연상호 감독의 말을 따로 정리한 것입니다.

사진제공 NEW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부산행>의 프리퀄로 알려져 있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좀비 장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사회적 함의가 직설적으로 표현된 <서울역>에 좀더 개인적인 감수성을 부여해 만든 작품이 <부산행>이다. 여러 이유 때문에 <부산행>이 먼저 공개됐지만 말이다. <서울역>을 작업할 때 좀비는 일종의 군중, 그것도 아주 평범한 군중이라고 생각했다. 좀비가 타자화된 괴물이지 않나. <서울역> 역시 이야기의 초반에는 그렇게 보이지만, 결말로 갈수록 좀비 세상이 된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반대로 정말 암울하게 세상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연출한 작품이 <부산행>이다.

-줄곧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다가 실사영화, 그것도 상업영화를 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그래서 처음에 좀 쉽게 생각했다. 그냥 상업영화를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으니까. 제작을 진행하면서 이 영화는 아주 보편적인 상업영화여야 하면서도 (보통 상업영화와) 다른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다양한 캐릭터간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고, 대사도 전형적인 상업영화에서 쓰이는 클리셰가 많았다. 물론 배우들이 합류하면서 그들의 고민이 캐릭터에 추가로 반영됐다. 대중영화로 작업하다보니 전작과 다른 반응이 나오더라. 관객이 마치 게임처럼 반응을 보여줘서 재미있었다. 확신하건대 <서울역>은 절대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 거다. (웃음)

-좀처럼 좀비물을 찾아보기 힘든 충무로에서 86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제작비가 투입된 좀비물을 제작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지 않나.

=시나리오를 쓸 때 가상의 관객을 만드는 습관이 있다. <서울역> 이전에는 가상의 관객이 내 취향에 가까웠던 것 같다. 사람 연상호가 보고 싶었던 작품을 주로 작업했다면 <부산행>의 가상의 관객은 전작과 크게 달랐다. 1년에 한번 극장을 찾는 우리 어머니 같은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고 썼다. 그러다보니 관객이 어느 선까지 (좀비물을) 허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상업 장르영화라고 생각하고 작업했지만, <부산행> 안에는 사회적 함의가 여럿 등장한다.

=지난 4월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서울역>을 상영했는데, 그때 영화를 본 사람들이 <서울역>을 두고 “칼 마르크스의 유령이 부활했다”고 평가해주시기도 했다. (<서울역>은 제34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실버크로상을 수상했다.-편집자) <부산행>은 <서울역>의 외형만 따온 이야기인데, <서울역>과 비슷한 반응이 나오는 걸 보니 <서울역>의 다뤘던 사회적 함의가 <부산행>에도 남아 있나 보다 싶었다.

-헤라클레스처럼 힘이 장사인데 사랑 앞에선 꼼짝도 못하는 배우 마동석 캐릭터가 재미있었다.

=마동석씨가 등장할 때마다 빵빵 터지더라. 그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전형적인 캐릭터이긴 하지만 재미있으니까. 드라마 촬영 일정 때문에 칸에 못 와서 속상해하더라.

-석우(공유)의 딸 수안(김수안)을 연기한 김수안도 인상적이었다. 아역배우임에도 노련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딸이 아닌 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수안이를 만나자마자 딸로 바꿨다.

-<부산행>이 미드나이트 스페셜 부문에서 첫 공개됐다. 소감이 어떤가.

=갑자기 칸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미친 듯이 작업했다. 칸 버전은 95% 정도 완성된 것이다. 친구인 만화가 최규석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줬더니 최고의 걸작이 될 거라고 얘기해주더라. 다음에도 실사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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