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칸 스페셜] 우디 앨런과의 기묘한 경험 - <카페 소사이어티> 제시 아이젠버그 인터뷰
2016-05-23
글 : 장영엽 (편집장)
제시 아이젠버그

뉴욕 남자와 캘리포니아 여자. 올해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우디 앨런의 42번째 영화인 <카페 소사이어티>는 이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만난 바비(제시 아이젠버그)와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지만, 순간의 선택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이미 <어드벤처랜드>(2009)와 <아메리칸 울트라>(2015)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기에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조합이 너무 익숙하지 않을까 짐작하면 오산이다. 지난 두편의 영화에서 너드와 수더분한 캐릭터로 다소 코믹한 커플 연기를 선보인 이들은 우디 앨런의 신작에서 고전 멜로영화의 주연배우들을 연상케 하는 애상적인 커플로 거듭난다. 개막식 다음날인 5월12일 아침과 오후 두 배우를 각각 따로 만났다.

우디 앨런과의 기묘한 경험

바비 역의 제시 아이젠버그

-당신과 우디 앨런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뉴욕에서 자랐고 연기와 글쓰기, 연출을 병행하고 있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는 둘 다 뉴욕에 살았고 유대인 가정에서 자랐다.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종교적으로 비슷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또 예술과 유머,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도 있을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를 함께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공유하는 지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우디 앨런의 영화를 처음 본 건 언제였나.

=열여섯살 때 관람한 <범죄와 비행>(1989)이 내가 본 우디 앨런의 첫 영화였다. 그 작품은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다. 나는 열여섯살이 되어서야 그를 처음 알게 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확히 좋아하는 사람을 그제야 알게 된 거니까.

-<카페 소사이어티>는 굉장히 로맨틱한 영화다. 우디 앨런의 로맨티시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궁금하다.

=평소 나는 로맨티시즘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극본을 쓸 때에도 늘 결함 많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에 대해 생각할 뿐 키스 신에 대해서 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웃음) 하지만 우디 앨런의 로맨스영화는 겉으로 보기에 달콤할지 몰라도 그 기저에 삶에 대한 시니컬하고 니힐리즘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바비는 결혼했지만 다른 사랑을 꿈꾸고, 보니는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 결혼하잖나. 순간의 선택에 따라 그들은 더욱 불안정하고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이런 다양한 면모를 무척 정교하게 풀어내는 우디의 스킬이 부러웠다.

-우디 앨런과의 작업과 다른 감독들과의 작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카페 소사이어티>의 현장에서 나는 정말로 낯선 경험을 했다. 우디 앨런은 어떤 신을 촬영할 때 두 테이크 이내로 찍는다. 편집도 오래 안 하고 추가 촬영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트라로는 내가 이제까지 본 모든 촬영감독을 통틀어 가장 조명을 빨리 치는 사람이었다. 시대극이라 신경써야 할 것들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보통의 영화 현장에서 배우들은 열두 시간에서 열네 시간 정도 일하는데, 이번 현장은 모든 것이 너무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건 정말 기묘한 경험이었다.

-영화 촬영을 준비하거나 이미 찍고 있을 때 당신은 무척 초조해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어떤가. 좀 나아졌나.

=아마도 이 산업의 변하지 않는 공통점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과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게 아닐까. 비록 지금까지 나는 매 순간 하고 싶은 것들- 그게 연기이든 극본이든 연출이든- 을 해왔지만 말이다. 내가 불안해하는 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정해놓은 꽤 높은 기대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초조함이다. 이건 좀 다른 종류의 불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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