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올해 칸에 초대받은 한국영화 세편 중 가장 마지막 날에 공개됐다. 지난 5월18일 기자 시사가 끝난 뒤, 이브 몽마외(기자이자 평론가이며,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2006), <야쿠자 에이가, 히스토리 오브 야쿠자 시네마>(2009), <조니 토 총을 잡다>(2010) 등 아시아영화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다.-편집자)의 사회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는 나홍진 감독, 배우 곽도원, 천우희, 구니무라 준이 참석했다.
-데뷔작 <추격자>(2008)부터 신작 <곡성>까지 매 작품 관객을 조종하고, 혼란감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홍진_악의적인 의도는 없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떤 스타일로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질문과 같은, 곤란한 상황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것 같다. 그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곡성>은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곡성>의 영어권 국가 개봉판 제목(<The Wailing>, 통곡)과 프랑스 개봉 제목(<The Strangers>, 외지인들)이 다르더라.
=나홍진_그래서 영화 제목이 벌써 한국어 제목을 포함해 3개나 됐다. 이쯤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계자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공포가 극대화되더라.
=나홍진_전작이 강한 이미지로 관객을 몰아붙이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에게 (긴장감을)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전작과 다른 방식의 긴장감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그게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를 믿어야 했다. 배우들에게도 질문을 좀 해달라.
-칸에 초대받은 소감이 어떤가.
=구니무라 준_한국영화에 출연한 건 처음인데, 칸에 올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 감독의 재능 덕분이다.
천우희_촬영을 끝마쳤을 때 왠지 칸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다. 외국에서 우리 영화와 내 연기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무척 궁금하다.
곽도원_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좋아하는데, 세편 연속 칸에 온 사실을 몰랐다. <황해>는 출연작인데도 말이다. 칸에 와보고서 이곳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인지 알았다. (웃음) 우리 영화가 다루는 샤머니즘과 부성애는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유머 코드가 외국 관객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이 좀 된다.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은 신체적으로 쉽진 않을 것 같다.
=나홍진_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면 그냥 혼자 대답할 걸 그랬다. (웃음)
곽도원_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꽤 치열했고, 그래서 서로 다독이면서 작업했다.
천우희_감독님마다 성향이나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나홍진 감독님과의 교감은 항상 열려 있었다. 맡은 캐릭터가 어떤 초월적인 존재였던 까닭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확한 표현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여러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감독님 역시 내 연기를 본 뒤 디테일을 덧붙여가면서 만들어가셨다. 일단 몸으로 부딪힌 뒤 디테일을 함께 덧붙이는 식으로 작업했다.
구니무라 준_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이상을 요구해 정말 힘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 만족하기 전까지 배우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 힘든 여정의 끝에 아름다운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몸은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했다. 어쨌거나 감독의 재능을 믿고 뛰라고 하면 무조건 뛰었다.
나홍진_이 자리를 빌려 모든 출연배우들께 사죄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구니무라 준 선생님께서 촬영 마지막 날 나를 엄청 혼내셨다. 통역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통역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도 통역을 안 해주더라.
-대체 어떤 장면이기에.
=구니무라 준_편집에서 잘린 장면으로, 영화에는 없다. 긴 얘기를 할 순 없다. 그 장면을 찍은 뒤 나는 현장을 떠났고, 나 감독은 일이 남아서 현장으로 갔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
허무주의 사육제의 탄생
<곡성> 현지 매체 반응
<곡성>은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칸도 현혹시켰다. 프랑스 매체와 북미 매체 모두 고른 호평을 보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향연을 소개한다.
<텔레라마>_“한국은 몇년 전, 정확히 장르영화로 분류할 수 없는, 아주 묘한 카테고리의 새로운 인사를 칸에 보내왔었다. 그가 나홍진이다. 그의 데뷔작 <추격자>는 2008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의 관객을 마구 뒤흔들어놓았다. 나홍진은 이전의 잔인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호러 효과의 정체, (사건의) 급격한 변화 리듬 변주, 생각지도 않은 시점에서 등장하는 유머로 무장해 칸을 다시 찾았다. 곡성이라는 시골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는 서양영화의 장치로 장난칠 줄 안다. 가령 몇몇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슬그머니 생각나게 하고, 모던하고 전투적인 굿 장면은 윌리엄 프리드킨의 걸작과 무리 없이 비교할 수 있다. 몇몇 신은 길게 끌거나 작은 결점들이 드러나지만 올림픽(칸)에 복귀한 나홍진의 신작은 참으로 좋은 소식이다.”
<르몽드>_“나홍진의 세 번째 장편은 현실에 기반을 둔 거친 수사물영화의 궤도에서 일정 부분 거리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거친 몽타주, 건조하면서도 과장된 슬로모션 같은 전작에서 선보였던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전작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리얼리즘을 초현실적인 사건들에 양보한다. 샤머니즘, 기독교, 트랜스 고어, 오페라식 폭력, 기괴함과 비장미 등 허무주의 사육제를 탄생시켰다.”
<메트로뉴스>_“경고, <곡성>은 2016년의 가장 순수한 충격 중 하나다. 절대악을 다룬 이 놀라운 그림은 나홍진 감독을 중요한 동시대 감독 중 하나로 격상시켰다.”
<에크랑 라르주>_“진짜 걸작이다. 이건 복잡하면서도 완벽한 창작물이다. 이 유능한 감독의 다음 작품을 빨리 보고 싶게 만드는,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다.”
<리베라시옹>_“스타일리시한 엑소시즘영화. 나홍진의 광기 어린 재능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을 미학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가벼운 퍼즐 제작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포지티프>_“나홍진은 전작에서 보여준 재능을 초월해 악에 대한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선사한다.”
<버라이어티>_“나홍진은 폭력성이 감춰진 한 시골 마을을 통해 전통적인 샤머니즘, 인간을 현혹하는 악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려낸다. <엑소시스트>와 <이블 데드> 그리고 <아웃브레이크>에서 다룬 주제들을 한데 풀어내고, 인간의 밑바닥까지 지독하게 들여다보는 클라이맥스는 로만 폴란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또 봉준호 감독의 <마더> <설국열차>를 찍은 바 있는 홍경표 촬영감독은 강렬한 자연광과 황혼, 안개의 장막에 휩싸인 피사체를 예민하게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카메라는 클로즈업숏이나 특별히 강조하는 기교 없이도 인간의 본성과 (사건의) 단서를 담아냄으로써 이야기가 가진 모호함을 환기시킨다.”